인간의 두뇌. <한겨레> 자료사진
통합논술 원리와 실제
■ 통합논술의 원리
제멋대로 제시문 성격 규정하면 안돼
대입 논술시험에 ‘주어진 관점에서 특정 대상(또는 제시문)을 분석하거나 비교 또는 비판하기’를 요구하는 문제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런 문제에서 대학은 수험생의 어떤 능력을 평가하고자 할까? 그것은 ‘타인의 생각에 대한 이해력과 타인과의 소통 능력’이다. 즉 필자가 말하려는 중심서술대상과 그것을 대하는 관점 및 집필 의도를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심층 독해력과 특정 대상이나 제시문을 한정된 조건에서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추론하여 표현하는 능력이다. 또 주어진 관점을 다른 대상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창의력을 평가할 수도 있다.
타인(필자)의 관점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하기 위해서는 동일 대상을 대하는 독자(수험생)의 시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필자의 관점과 의도는 독자(수험생) 자신의 주관과 필자(제시문)의 주관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명확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논의의 대상이 불분명해서는 곤란하다.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점’이란 무의미하다. 한편 조건 제시문과 분석 대상 제시문은 반드시 밀접한 관계가 있다(공통점과 차이점). 따라서 논제의 요구가 없어도 대상 제시문의 분석은 ‘비교’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명심하자.
1. 논제에 명시된 조건 제시문의 관점을 주관적으로 해석하지 말아야.
논제에서 조건 제시문에 나타난 가치나 시각은 절대적인 것이므로 잘못 파악하거나 임의로 바꾸면 안 된다. 즉 제시문의 내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수험생의 주관에 따라 제시문의 관점이나 성격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반값등록금 논쟁에 관한 기준 제시문의 논지가 ‘교육예산을 확대하려면 다른 복지예산을 줄여야 한다’라고 해서 성급하게 ‘반값등록금 반대’ 입장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2. 필자의 태도에 주목하되 이분법적 구도에 얽매이지 말아야
논술시험에서 다루는 대부분의 사회문제에 대한 태도는 ‘찬반’이나 ‘긍정과 부정’같이 양립적인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루는 대상에 따라 양립하지 않거나 양극단 외에 중립이나 양자의 조화가 가능한 경우도 있다. 따라서 평소 이분법적 사고나 흑백 논리를 벗어나 다양하고 입체적인 사고를 습관화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편 상반된 의견들은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될 수 있다. 찬성과 반대 입장,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 능동적 태도와 수동적 태도, 주관적 판단과 객관적 판단, 진보와 보수 입장, 개방적 측면과 폐쇄적 측면 등은 동일 대상에 대한 필자들의 태도가 양분되어 나타난 것이다. 이처럼 입장이 상반된 경우 주어진 관점이 자신의 관점과 다를 때 학생들은 당황하기도 한다. 자신의 입장을 자신이 비판하는 상황이 되어 어색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자신의 관점과 어느 부분이 다른지 차분하게 비교 분석하여 주어진 관점을 자신의 것으로 완전히 소화한 다음 논제의 요구를 이행해야 한다. 마지못해 하다 보면 논점을 이탈하거나 상투적 표현에 머물 수 있다.
■ 통합논술의 실제 ‘기술’은 항상 인간에게 이로운가?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다) 농사짓는 기술이 정교해지면 차지한 농토가 적으면서도 곡식은 소출(所出)이 많으며, 노력이 덜 들면서도 잘 여물 것이다. 밭을 일구어서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낫질하고 벗기는 것으로부터 키질하고 방아 찧고 반죽하고 밥 짓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게 되어 노동력이 절감될 것이다. 베 짜는 기술이 정교해지면 투입되는 물자가 적으면서도 실이 많이 나오고, 작업을 빨리 하면서도 포백(布帛)은 올이 배고 결이 고울 것이다. 물에 담가서 씻고 실을 뽑으며 베를 짜고 표백하는 일로부터 채색으로 물들이고 바느질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게 되어 노동력이 절감될 것이다. 병정(兵丁)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공격하고 방어하며 식량을 운반하고 성벽 따위를 수축(修築)하는 모든 일이 속도가 빨라져 위태함을 면할 것이다. 의원(醫員)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맥을 짚어서 증세를 살피고 약의 성질을 분별하여 사시(四時)의 기운을 살피는 모든 것이 옛날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잘못된 점을 논박(論駁)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공장이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궁실(宮室)과 기용(器用)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성곽과 선박, 수레, 가마 따위의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고 견고(堅固)하게 될 것이다. 진실로 그 방법을 다 알아서 힘껏 시행한다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고, 군대를 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백성을 잘살고 수(壽)하게 할 수 있을 터인데, 당장 익숙히 보면서도 도모하지 않는다. 수레를 사용하는 데 대하여 말하는 자가 있으면 “우리나라는 산천이 험하여 사용할 수 없다.” 하며, 양(羊)을 목축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는 자가 있으면 “조선에는 양이 없다.” 하며, 말은 죽을 쑤어 주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풍토(風土)가 각기 다르다.” 하니, 이런 자들을 난들 또한 어찌하겠는가. (라) 자공(子貢)이 초(楚)나라를 유람하다가 진(晉)나라로 돌아갈 때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한 노인을 만나니 그 노인은 바야흐로 밭이랑을 일구려고 굴을 파서 우물로 들어가 물동이를 안고 물을 퍼다 붓는다. 그런데 애써 힘들임이 심히 많으나 성과는 매우 적었다. 그래서 자공이 물었다. “여기 기계가 있는데 하루에 백 이랑에 물을 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힘들임이 매우 적어도 효과는 큽니다. 당신은 그것을 바라지 않습니까?” 밭이랑을 일구던 노인이 자공을 쳐다보고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것은 나무를 파서 기계를 만든 것인데 뒤쪽은 무겁고 앞쪽은 가벼워 물을 끌어당기는 것이 물이 흐르듯 하고 빠르기가 넘치는 홍수 같습니다. 그 이름을 도르래라 합니다.” 그 밭이랑을 일구던 노인이 버럭 성을 내다가 곧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들으니 기계란 것이 있으면 반드시 꾀를 부리는 일이 있게 되고, 꾀를 부리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꾀를 내는 마음이 생기며, 꾀를 내는 마음이 가슴속에 있으면 순백한 마음이 갖추어지지 않고, 순백한 마음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신묘한 천성이 안정되지 않으며, 신묘한 천성이 안정되지 않으면 도가 깃들지 않는다 하시었네. 내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네.” 자공이 뻘겋게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못했다. [문제] 제시문 (다)와 (라)는 기술에 관한 상이한 관점을 드러내는 글들이다. 제시문 (라)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 2010 이화여대 수시 [풀이] 1.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에 관한 두 제시문의 가치판단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1) (다)의 관점 : 기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봄 - 효율성, 편의성, 삶의 질 향상 ← 결과 중시 2) (라)의 관점 : 부정적 시각 - 기술의 발달이 노동의 본질(정신적 수양, 도)을 훼손 ← 과정 중시 2. (라)의 관점에서 (다)를 비판 (다)를 비판하되 (라)에서 근거를 찾아 제시하라는 요구이다. 먼저 (다)에서 비판할 대상을 한 가지 이상 찾아 확정한 후 그에 적합한 근거를 (라)에서 찾아 제시한다. 비판 대상은 인간의 삶 또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사회문제가 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비판 대상 ( ) ← 근거 ( ) ※ 비판 대상이 여럿일 경우 각 대상에 꼭 맞는 근거를 맞대응시키되 중복 여부에 유의한다. 또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없는 것은 제외한다.
■ 통합논술의 예제 기억하려면 망각해야 한다 ※ 풀이 과정을 따라 논술문을 작성해 보세요. (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활력을 임의로 이곳저곳에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발현 방식 역시 세상이 진보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표출되는가’를 간략히 설명해 본다면, 보통 ‘도락’(道樂)이라고 하는 자극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락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낚시를 한다든가 당구를 친다든가 바둑을 둔다든가 총을 메고 사냥을 간다든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습니다. 이것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나아가서 어떤 강요 없이 자신의 활력을 소모하고 기뻐하는 쪽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신이 문학도 되고 과학도 되고 또 철학도 되므로, 언뜻 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모두 도락의 발현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차나 전화 등이 설비되어 있다고 해도 “꼭 오늘은 저쪽까지 걸어서 가고 싶다.”는 식의 도락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일 년에 두세 번은 있습니다. 원해서 육체를 사용하고 피로를 청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산보라는 사치도 요컨대 이 활력 소모의 부류에 속하는 적극적인 생활을 위한 생명 보존 형태의 일부분입니다. 도덕가라면 이 도락 근성의 발전을 괘씸하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도덕상의 일일 뿐 사실상의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상황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곳에 활력을 소비하는 이 궁리 정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활동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의무적 행동을 하는 인간도 내버려두면 자아본위(自我本位)에 입각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자극에 정신이나 신체 등을 소비하는 경향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나) 프랭크 길브레스는 과학적 관리법에 흥미를 갖고 이를 벽돌쌓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벽돌공의 동작들에 대해 매우 재미있는 분석과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벽돌공의 작업 속도와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길브레스는 벽, 반죽통, 벽돌 더미가 위치한 곳에서 양발이 각각 디뎌야 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벽돌 더미 쪽으로 한두 발짝 움직이는 동작을 없애도록 했다. 또 그는 반죽통과 벽돌의 가장 알맞은 높이를 연구한 다음, *비계를 고안해 그 위에 모든 재료들을 올려놓을 탁자를 둠으로써 벽돌공이 반죽통과 벽돌을 가장 알맞은 위치에 두고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비계는 벽의 높이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는데, 비계를 조정하는 일만 전담하는 노동자를 두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벽돌공은 반죽을 퍼낼 때마다 벽돌을 들고 몸을 구부렸다 펴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벽돌공에게 벽돌을 전달하기 전에 한 노동자가 화차에서 벽돌을 내린 다음 고운 면이 위로 향하도록 조심스럽게 분류하여 높이 조절이 가능한 비계 위의 반죽통 가까이에 쌓도록 했다. 이로써 벽돌공은 비계 위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벽돌 더미에서 벽돌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빠르게 벽돌을 쥘 수 있게 되었고 벽돌을 뒤집거나 양 끝을 돌리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시간의 낭비가 줄었다. 길브레스는 벽돌공들이 반죽 위에 벽돌을 놓고 접합부의 두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흙손의 손잡이 끝으로 벽돌을 몇 차례 두드리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후 그는 반죽의 농도를 적당하게 조절함으로써 벽돌을 누르는 손의 압력으로 접합부의 적당한 두께를 손쉽게 유지하는 법을 고안했다. * 비계: 건설 현장에서 쓰는 가설 발판 (다) 기억에 망각이 특이하게 혼합되는 것은 우리 정신에 있는 선택 작용의 한 예이다. 선택은 그 위에 정신이란 배를 건조할 뼈대가 된다. 그리고 기억을 위해 선택이 쓸모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택이 없다면, 우리가 과거의 어떤 기간을 회상하려 할 때 그것이 지속된 원래 시간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는 결코 사고를 앞으로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회상된 시간들은 원근 단축이라는 것을 겪게 되는데, 이 원근 단축은 그 시간들을 채웠던 수많은 사실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원근 단축이라는 축약 과정은 이와 같은 결손을 전제로 한다. 먼 옛날의 일을 떠올리기 위해 그 일과 현재의 우리 사이에 놓인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거쳐야 한다면, 그 조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억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억이 이루어지는 조건의 하나가 망각하는 것이라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혀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망각은 기억의 질병이 아니라 기억을 건강하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망각 과정에는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변칙적인 것들이 있다. 어느 날 망각되었던 것이 다음 날에는 기억날 수도 있다. 우리가 상기하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 우리가 그 시도를 포기하자마자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스레 정신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올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들이 여러 해 동안 철저하게 망각된 다음에도, 어떤 대뇌 질환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 잠복된 연상 통로가 개방되어 재생되는 일도 가끔 있다. 마치 사진사의 약물이 콜로디온 필름 속에서 잠자고 있는 그림을 현상해 내듯이 말이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를 ‘낭비’의 관점에서 비교하고,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제시문 (다)에 나타난 정신활동에 대한 이해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1000자 안팎) - 2012 연세대 수시 [풀이 과정] ① 제시문 (가)의 요지 파악 ② 제시문 (나)의 요지 파악 ③ ‘낭비’의 관점에서 (가)와 (나)를 각각 비교(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 비교) ④ 제시문 (다)의 요지 파악 ⑤ (가)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⑥ (나)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1. 제시문 (가)의 요지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도락)을 위하여 활력을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음 → 활력의 소모(긍정적 의미의 낭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삶을 윤택하게(가치 있게) 하는 ‘활동’ ※ 도락 추구를 위한 궁리 정신은 문학, 과학, 철학이며 삶의 수단이기보다는 목적에 가깝다는 인식. 2. 제시문 (나)의 요지 벽돌쌓기 공정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과학적 관리법 적용) 벽돌공의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고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함 →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생산성(물질적 풍요)을 저해하는 요소는 낭비(부정적 의미) 3. 비교 (가): 즐기는 일(도락)에 활력과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라기보다 합목적적인 소비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나): 과학적 관리에 의한 생산성의 극대화에 반하는 모든 활동과 시간은 낭비이므로 절약하여야 한다. 4. 제시문 (다)의 요지 기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망각이다. 기억에 망각이 혼합되는 것은 우리 정신의 선택 작용의 한 예다. 모든 회상된 시간들은 원근 단축을 겪는다. 원근 단축은 그 시간들을 채웠던 수많은 사실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5. (가)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 ‘낭비’의 관점에서 분석 ⊙ (가)의 활력 소모와 (다)의 망각을 대비 - 낭비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로 설명 가능 ⊙ (가)의 정신 작용이 능동적, 적극적 활동이고 삶에 긍정적 가치를 실현하는 궁리 정신이지만 (다)의 망각은 수동적 작용이고 변칙적일 때가 있어 결과적으로 낭비일 수 있다. 6. (나)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 망각의 원근 단축에 의한 축약 과정이 (나)의 낭비 요소의 제거 과정처럼 기억의 효율성을 높임(긍정적) ⊙ 망각의 불규칙성과 가변성은 기억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저해하여 실질적 낭비가 될 수 있음
■ 통합논술의 실제 ‘기술’은 항상 인간에게 이로운가? ※ 다음을 읽고 문제를 풀어 보세요. (다) 농사짓는 기술이 정교해지면 차지한 농토가 적으면서도 곡식은 소출(所出)이 많으며, 노력이 덜 들면서도 잘 여물 것이다. 밭을 일구어서 갈고 씨 뿌리고 김매고 낫질하고 벗기는 것으로부터 키질하고 방아 찧고 반죽하고 밥 짓기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게 되어 노동력이 절감될 것이다. 베 짜는 기술이 정교해지면 투입되는 물자가 적으면서도 실이 많이 나오고, 작업을 빨리 하면서도 포백(布帛)은 올이 배고 결이 고울 것이다. 물에 담가서 씻고 실을 뽑으며 베를 짜고 표백하는 일로부터 채색으로 물들이고 바느질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게 되어 노동력이 절감될 것이다. 병정(兵丁)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공격하고 방어하며 식량을 운반하고 성벽 따위를 수축(修築)하는 모든 일이 속도가 빨라져 위태함을 면할 것이다. 의원(醫員)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맥을 짚어서 증세를 살피고 약의 성질을 분별하여 사시(四時)의 기운을 살피는 모든 것이 옛날 사람들의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 잘못된 점을 논박(論駁)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공장이의 기술이 정교해지면 궁실(宮室)과 기용(器用)을 만드는 것에서부터 성곽과 선박, 수레, 가마 따위의 제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편리하고 견고(堅固)하게 될 것이다. 진실로 그 방법을 다 알아서 힘껏 시행한다면 국가를 부유하게 만들 수 있고, 군대를 강하게 만들 수 있으며, 백성을 잘살고 수(壽)하게 할 수 있을 터인데, 당장 익숙히 보면서도 도모하지 않는다. 수레를 사용하는 데 대하여 말하는 자가 있으면 “우리나라는 산천이 험하여 사용할 수 없다.” 하며, 양(羊)을 목축하는 것에 대하여 말하는 자가 있으면 “조선에는 양이 없다.” 하며, 말은 죽을 쑤어 주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자가 있으면 “풍토(風土)가 각기 다르다.” 하니, 이런 자들을 난들 또한 어찌하겠는가. (라) 자공(子貢)이 초(楚)나라를 유람하다가 진(晉)나라로 돌아갈 때 한수(漢水)의 남쪽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한 노인을 만나니 그 노인은 바야흐로 밭이랑을 일구려고 굴을 파서 우물로 들어가 물동이를 안고 물을 퍼다 붓는다. 그런데 애써 힘들임이 심히 많으나 성과는 매우 적었다. 그래서 자공이 물었다. “여기 기계가 있는데 하루에 백 이랑에 물을 댈 수 있습니다. 그러면 힘들임이 매우 적어도 효과는 큽니다. 당신은 그것을 바라지 않습니까?” 밭이랑을 일구던 노인이 자공을 쳐다보고 물었다. “어떻게 하는 것인가?” “그것은 나무를 파서 기계를 만든 것인데 뒤쪽은 무겁고 앞쪽은 가벼워 물을 끌어당기는 것이 물이 흐르듯 하고 빠르기가 넘치는 홍수 같습니다. 그 이름을 도르래라 합니다.” 그 밭이랑을 일구던 노인이 버럭 성을 내다가 곧 웃으면서 말했다. “내가 우리 선생님께 들으니 기계란 것이 있으면 반드시 꾀를 부리는 일이 있게 되고, 꾀를 부리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꾀를 내는 마음이 생기며, 꾀를 내는 마음이 가슴속에 있으면 순백한 마음이 갖추어지지 않고, 순백한 마음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신묘한 천성이 안정되지 않으며, 신묘한 천성이 안정되지 않으면 도가 깃들지 않는다 하시었네. 내 그것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부끄러워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네.” 자공이 뻘겋게 부끄러워져 고개를 숙이고 대답을 못했다. [문제] 제시문 (다)와 (라)는 기술에 관한 상이한 관점을 드러내는 글들이다. 제시문 (라)의 관점에서 제시문 (다)를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 2010 이화여대 수시 [풀이] 1. 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술에 관한 두 제시문의 가치판단의 차이를 파악해야 한다. 1) (다)의 관점 : 기술의 가치를 긍정적으로 봄 - 효율성, 편의성, 삶의 질 향상 ← 결과 중시 2) (라)의 관점 : 부정적 시각 - 기술의 발달이 노동의 본질(정신적 수양, 도)을 훼손 ← 과정 중시 2. (라)의 관점에서 (다)를 비판 (다)를 비판하되 (라)에서 근거를 찾아 제시하라는 요구이다. 먼저 (다)에서 비판할 대상을 한 가지 이상 찾아 확정한 후 그에 적합한 근거를 (라)에서 찾아 제시한다. 비판 대상은 인간의 삶 또는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사회문제가 되는 것으로 구체적으로 표현되어야 한다. 비판 대상 ( ) ← 근거 ( ) ※ 비판 대상이 여럿일 경우 각 대상에 꼭 맞는 근거를 맞대응시키되 중복 여부에 유의한다. 또 근거가 불명확하거나 없는 것은 제외한다.
■ 통합논술의 예제 기억하려면 망각해야 한다 ※ 풀이 과정을 따라 논술문을 작성해 보세요. (가)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활력을 임의로 이곳저곳에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정신의 발현 방식 역시 세상이 진보하면 할수록 복잡해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것이 ‘어떤 방향으로 표출되는가’를 간략히 설명해 본다면, 보통 ‘도락’(道樂)이라고 하는 자극에 대해 발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도락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낚시를 한다든가 당구를 친다든가 바둑을 둔다든가 총을 메고 사냥을 간다든가 여러 가지 형태가 있겠습니다. 이것들은 설명할 필요도 없이 스스로 나아가서 어떤 강요 없이 자신의 활력을 소모하고 기뻐하는 쪽입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정신이 문학도 되고 과학도 되고 또 철학도 되므로, 언뜻 보면 대단히 어려운 문제가 모두 도락의 발현에 불과한 것입니다. 전차나 전화 등이 설비되어 있다고 해도 “꼭 오늘은 저쪽까지 걸어서 가고 싶다.”는 식의 도락심이 강하게 나타나는 날이 반드시 일 년에 두세 번은 있습니다. 원해서 육체를 사용하고 피로를 청합니다. 우리가 매일 하는 산보라는 사치도 요컨대 이 활력 소모의 부류에 속하는 적극적인 생활을 위한 생명 보존 형태의 일부분입니다. 도덕가라면 이 도락 근성의 발전을 괘씸하다 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건 도덕상의 일일 뿐 사실상의 문제는 되지 않습니다. 현실의 상황에서 말하자면 우리가 원하는 곳에 활력을 소비하는 이 궁리 정신은 하루 종일 쉬지 않고 활동하며 발전하고 있습니다. 원래 사회가 그렇기 때문에 부득이 의무적 행동을 하는 인간도 내버려두면 자아본위(自我本位)에 입각하는 것은 당연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자극에 정신이나 신체 등을 소비하는 경향은 어쩔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나) 프랭크 길브레스는 과학적 관리법에 흥미를 갖고 이를 벽돌쌓기에 적용해보기로 했다. 그는 벽돌공의 동작들에 대해 매우 재미있는 분석과 연구결과를 내놓았고, 벽돌공의 작업 속도와 피로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실험 대상으로 삼았다. 길브레스는 벽, 반죽통, 벽돌 더미가 위치한 곳에서 양발이 각각 디뎌야 할 정확한 위치를 찾아냈고, 벽돌공이 벽돌을 쌓고 벽돌 더미 쪽으로 한두 발짝 움직이는 동작을 없애도록 했다. 또 그는 반죽통과 벽돌의 가장 알맞은 높이를 연구한 다음, *비계를 고안해 그 위에 모든 재료들을 올려놓을 탁자를 둠으로써 벽돌공이 반죽통과 벽돌을 가장 알맞은 위치에 두고 작업을 할 수 있게 했다. 비계는 벽의 높이에 따라 조정할 수 있었는데, 비계를 조정하는 일만 전담하는 노동자를 두었다. 이런 방법을 통해 벽돌공은 반죽을 퍼낼 때마다 벽돌을 들고 몸을 구부렸다 펴는 일을 줄이게 되었다. 그리고 벽돌공에게 벽돌을 전달하기 전에 한 노동자가 화차에서 벽돌을 내린 다음 고운 면이 위로 향하도록 조심스럽게 분류하여 높이 조절이 가능한 비계 위의 반죽통 가까이에 쌓도록 했다. 이로써 벽돌공은 비계 위에 너저분하게 쌓여 있는 벽돌 더미에서 벽돌을 고르는 시간을 절약하게 되었으며, 가장 편한 자세로 가장 빠르게 벽돌을 쥘 수 있게 되었고 벽돌을 뒤집거나 양 끝을 돌리는 동작을 할 필요가 없게 되어 시간의 낭비가 줄었다. 길브레스는 벽돌공들이 반죽 위에 벽돌을 놓고 접합부의 두께를 제대로 맞추기 위해 흙손의 손잡이 끝으로 벽돌을 몇 차례 두드리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이후 그는 반죽의 농도를 적당하게 조절함으로써 벽돌을 누르는 손의 압력으로 접합부의 적당한 두께를 손쉽게 유지하는 법을 고안했다. * 비계: 건설 현장에서 쓰는 가설 발판 (다) 기억에 망각이 특이하게 혼합되는 것은 우리 정신에 있는 선택 작용의 한 예이다. 선택은 그 위에 정신이란 배를 건조할 뼈대가 된다. 그리고 기억을 위해 선택이 쓸모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모든 것을 기억한다면 우리는 어떤 것도 기억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살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선택이 없다면, 우리가 과거의 어떤 기간을 회상하려 할 때 그것이 지속된 원래 시간만큼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며 우리는 결코 사고를 앞으로 진전시키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모든 회상된 시간들은 원근 단축이라는 것을 겪게 되는데, 이 원근 단축은 그 시간들을 채웠던 수많은 사실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원근 단축이라는 축약 과정은 이와 같은 결손을 전제로 한다. 먼 옛날의 일을 떠올리기 위해 그 일과 현재의 우리 사이에 놓인 일련의 사건들을 모두 거쳐야 한다면, 그 조작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기억은 불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기억이 이루어지는 조건의 하나가 망각하는 것이라는 역설적 결론에 도달한다. 내가 알고 있는 많은 것들을 완전히 망각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망각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전혀 기억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어떤 경우를 제외하고는 망각은 기억의 질병이 아니라 기억을 건강하게 하고 살아있게 하는 조건이 된다. 하지만 망각 과정에는 아직도 설명되지 않은 변칙적인 것들이 있다. 어느 날 망각되었던 것이 다음 날에는 기억날 수도 있다. 우리가 상기하려고 아주 열심히 노력했지만 무위로 돌아간 것이, 우리가 그 시도를 포기하자마자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천연스레 정신 속으로 어슬렁어슬렁 걸어 들어올 수도 있다. 과거의 경험들이 여러 해 동안 철저하게 망각된 다음에도, 어떤 대뇌 질환이나 사고를 당한 경우, 잠복된 연상 통로가 개방되어 재생되는 일도 가끔 있다. 마치 사진사의 약물이 콜로디온 필름 속에서 잠자고 있는 그림을 현상해 내듯이 말이다. [문제] 제시문 (가)와 (나)를 ‘낭비’의 관점에서 비교하고, 두 입장을 모두 활용하여 제시문 (다)에 나타난 정신활동에 대한 이해방식을 비판적으로 분석하시오. (1000자 안팎) - 2012 연세대 수시 [풀이 과정] ① 제시문 (가)의 요지 파악 ② 제시문 (나)의 요지 파악 ③ ‘낭비’의 관점에서 (가)와 (나)를 각각 비교(긍정적 의미와 부정적 의미 비교) ④ 제시문 (다)의 요지 파악 ⑤ (가)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⑥ (나)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1. 제시문 (가)의 요지 인간은 자신이 원하는 것(도락)을 위하여 활력을 소모하려는 정신 경향이 있음 → 활력의 소모(긍정적 의미의 낭비)는 정신적, 육체적으로 삶을 윤택하게(가치 있게) 하는 ‘활동’ ※ 도락 추구를 위한 궁리 정신은 문학, 과학, 철학이며 삶의 수단이기보다는 목적에 가깝다는 인식. 2. 제시문 (나)의 요지 벽돌쌓기 공정을 세부적으로 분석하여(과학적 관리법 적용) 벽돌공의 불필요한 동작을 제거하고 낭비되는 시간을 절약함으로써 생산성을 극대화함 → 합리성을 추구하는 인간에게 생산성(물질적 풍요)을 저해하는 요소는 낭비(부정적 의미) 3. 비교 (가): 즐기는 일(도락)에 활력과 시간을 쓰는 것은 낭비라기보다 합목적적인 소비 활동으로 볼 수 있다. (나): 과학적 관리에 의한 생산성의 극대화에 반하는 모든 활동과 시간은 낭비이므로 절약하여야 한다. 4. 제시문 (다)의 요지 기억하기 위한 조건 중 하나가 망각이다. 기억에 망각이 혼합되는 것은 우리 정신의 선택 작용의 한 예다. 모든 회상된 시간들은 원근 단축을 겪는다. 원근 단축은 그 시간들을 채웠던 수많은 사실을 생략함으로써 가능해진다. 5. (가)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 ‘낭비’의 관점에서 분석 ⊙ (가)의 활력 소모와 (다)의 망각을 대비 - 낭비가 갖는 긍정적인 의미로 설명 가능 ⊙ (가)의 정신 작용이 능동적, 적극적 활동이고 삶에 긍정적 가치를 실현하는 궁리 정신이지만 (다)의 망각은 수동적 작용이고 변칙적일 때가 있어 결과적으로 낭비일 수 있다. 6. (나)의 시각에서 비판 및 분석 ⊙ 망각의 원근 단축에 의한 축약 과정이 (나)의 낭비 요소의 제거 과정처럼 기억의 효율성을 높임(긍정적) ⊙ 망각의 불규칙성과 가변성은 기억의 효율성과 정확성을 저해하여 실질적 낭비가 될 수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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