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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입론은 디베이트의 기초이자 뼈대를 만드는 공사

등록 2012-05-21 13:38

사교육비라는 첨예한 사회 이슈로 디베이트를 할 때에도 용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토론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학원.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사교육비라는 첨예한 사회 이슈로 디베이트를 할 때에도 용어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느냐에 따라 토론 양상이 달라질 수 있다. 사진은 경기도 수원의 한 학원. 윤운식 기자 yws@hani.co.kr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17. 디베이트의 첫 단계 입론 I
논제의 급박성, 중요성 반드시 언급해야
용어의 개념 정의 안 하면 방향타 잃어
입론의 ‘입’자는 들어간다는 ‘들입’(入)자가 아니라 세운다는 ‘설립’(立)자다. 입론 단계에서 나오는 내용들은 토론의 꽃인 반론 단계에서 이야기할 내용의 토대가 되며 최종변론의 기본 골격이 된다. 입론 내용과 구성에 따라 반론 단계에서 반박을 당할 수도 또는 면할 수도 있다. 때로는 쟁점이 형성되지 않아 무의미한 논쟁으로 전락하거나 맥 빠진 디베이트가 될 수도 있다.

입론할 땐 상대측과 판정인이 봤을 때 흠이 될 만한 내용이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측이 오류를 잡아내 교차질의나 확인질문을 하기 어렵다. 또 입론에 수긍하고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입론을 내세울 때에는 논제 종류에 따라 내용이 다소 달라질 수 있지만 공통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있다. 논제를 해석해 용어의 개념이나 정의를 나타내고 함께 이야기하게 될 내용들이 드러나게 된 배경을 밝혀야 한다. 그래야 상대측이나 판정인이 그 논제에 관심과 문제의식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입론을 구성할 땐 꼭 다퉈야 할 내용들인 필수쟁점들이 포함돼야 한다. 찬반 입장이 분명하게 나뉘어 서로 공격하고 방어할 중심 명제, 사실,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최소한 3~4개 정도 제시해야 알찬 입론이 된다. 물론 1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2~3개로 나누어 발표해도 좋다. 이때 자기 측에서 주장하는 내용들에 대해 상대측에서 반론할 내용들까지 염두에 두고 주장을 하면 매우 훌륭한 입론이 된다.

입론은 찬성 측에서 제1토론자가 첫 번째로 주장을 하게 된다. 디베이트 단계 가운데 가장 쉬울 수도 있지만, 가장 먼저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그러면 입론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 제시된 논제가 우리 사회에서 정말 급박하게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언급한다. 그리고 논제에 들어 있는 쟁점들을 논쟁으로 발전시킬 필요성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그다음에는 논제가 정말 우리 사회에 중요한 문제란 점을 강조한다.

입론에서는 용어의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 만약 논제에 제시된 개념 정의가 제대로 내려지지 않는다면 디베이트가 방향을 잃기 때문이다. 용어의 정의는 국어사전에서 찾아 정의하는 사전적 정의, 사회에 적용되는 관련 법률에서 인용해 정의하는 법률적 정의가 있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연구한 결과를 이용할 수도 있다. 또한 그 분야의 논문이나 단행본, 학계나 경제계 등에서 정의한 것들을 사용해도 된다.

디베이트를 하다 보면 찬성 측에서 편의상 임의로 용어의 정의를 내리는 경우도 왕왕 있다. 이 경우에는 찬성 측뿐만 아니라 반대 측에서도 받아들일 수 있게 정의하는 것이 활발하게 토론하는 토대가 된다. 대개 용어의 개념 정의는 찬성 측의 권리이므로 찬성 측에 다소 유리하게 정의를 내릴 수도 있다. 물론 이때 반대 측에 지나치게 불리하게 개념 정의가 내려진 경우에는 판정에 도움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실제 토론 대회에서 용어의 정의는 어떻게 사용됐을까? 대회의 논제는 ‘사교육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였다. 각 측에서 사교육의 개념을 이렇게 정의했다. 찬성 측은 사교육은 초·중·고등학교 교육 이외 일체의 과외 교육을 의미한다. 즉 개인 과외, 집단 과외, 입시학원, 예체능을 위한 특기 과외, 취업 준비생을 위한 각종 과외를 포함한다. 반면에 반대 측에서는 사교육이란 중·고등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받는 사교육을 의미한다는 내용으로 의견을 펼쳤다. 이 대회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래도 용어의 개념을 포괄적으로 정의한 찬성 측은 여러 관점에서 근거를 들어가며 주장을 펼쳤고, 축소해서 정의했던 반대 측은 다양한 관점에서 주장을 펼치지 못했다. 대회의 판정인들은 폭넓게 정의해서 의견을 펼쳤던 찬성 측의 손을 들어 주었다. 이 대회에서 용어의 정의를 두고 혼란을 가져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생들의 입시 위주 사교육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로 범위를 좁혀서 제시하면 좋았을 것 같다.

토론 대회가 아닌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사교육의 범위를 반대 측에서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으로 개념을 정의해야 한다. 논제에서 사용되는 용어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흥미가 없고 비생산적인 난상토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논제 유형에 따라 입론 단계에서 필수적으로 제기되는 쟁점은 다르다. 정책논제에서는 역사적 배경, 용어나 개념에 대한 정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에 따른 필요성, 현실성, 이익과 손실 등이 필수쟁점이 된다. 가치논제에서는 용어의 개념과 범위, 가치관의 차이, 가치 판단의 기준 등이 꼭 다루어야 할 쟁점들이다. 입론은 디베이트라는 건축물의 기초이자 뼈대를 만드는 긴요한 공사 과정이다.

황연성 서울 예일초등학교 교사, 건국대 교육대학원 강사, 교육학 박사 <신나는 디베이트>, <초등6학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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