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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기자가 경험한 현장 ‘생중계’하듯 전달

등록 2012-05-21 13:47

[진명선 기자의 기사 쉽게 쓰기]
8. 르포 기사 연습
주관적 판단 넣을 수 있지만
지나친 감정적 접근은 피해야
르포 기사는 일반적으로 기자가 현장에 가서 직접 보고 듣고 느낀 바를 중심으로 서술한 기사를 말한다. 사실 르포 기사는 ‘르포르타주’(reportage)라는 프랑스어에 뿌리를 둔 개념으로, 학생들이 <좁은 문>의 작가로 알고 있는 앙드레 지드가 1926년 아프리카를 실제 여행하면서 목격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콩고 여행>이 대표적인 예다. 앙드레 지드는 프랑스의 지배를 받는 아프리카 식민지의 참상을 생생하게 드러냈다.

이처럼 르포 기사의 생명은 ‘현장성’이다. 기사를 읽는 독자가 마치 기자와 함께 현장을 둘러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현장을 묘사해야 한다. <한겨레> 3월8일치 ‘서울학생인권조례 시행…학교에선 지금’ 기사를 보면, 긴 머리를 들키지 않으려고 까까머리를 한 학생들 틈으로 숨는 학생의 모습이 떠오른다. 5월5일치 ‘사라진 살인미소, 스스로 맹수가 되어 갇히다’ 기사에는 숲이 아닌 우리에서 사는 오랑우탄의 처연한 모습이 묘사(“나무 대신 창살에 매달려 사는 검은 생명체에게 영혼이란 없어 보였다”)돼 있다. 기자는 자신이 직접 경험한 현장을 마치 ‘생중계’하듯이 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

따라서 기사를 통해 드러내려고 하는 문제가 현장에 있을 때 르포 기사라는 형식이 필요하다. ‘용산고에 두발 자유가 없다’라는 제보가 들어와 기사를 쓸 때, 기사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두발 자유가 없는 ‘현장’을 눈으로 확인하는 게 제일 좋다. 한겨레 5월14일치 ‘북악산 주택가 위 ‘산 깎는 군 막사’’ 기사는 ‘군 막사 건설로 북악산이 훼손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취재한 것인데, 이를 기사화하기 위해서는 △정말 현장에 군 막사가 들어서고 있는지 △그로 인해 경관이 얼마나 훼손되고 있는지를 눈으로 확인해야 했다. 기사에 현장에 대한 묘사가 일부 포함된 것도 이 때문이다.

르포 기사를 쓸 때에도 리드는 중요하다. 르포 기사의 리드는 대개 르포 기사 제일 앞에 등장하는 현장의 모습이다. 기자는 자기가 목격한 현장 가운데 이 기사를 쓰는 목적에 부합하는 주요 장면을 앞세운다. <조선일보> 5월8일치 ‘발화물질로 도배…“연기 한 모금도 목숨 위협”’ 기사의 첫 부분은 한 노래방의 화려한 입구를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화려한 장식품들이 모두 불이 붙기 쉬운 발화성 물질이라 화재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포석이다.

기자에 따라 사건을 보는 관점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같은 현장을 보더라도 리드의 내용이 다를 수 있다. 한겨레 5월12일치 ‘점자블록 깔린 법원…배려 눈떴다’ 기사는 첫머리에 서울북부지법에 새롭게 깔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에 대한 묘사를 배치했다. 반면 같은 날 조선일보 ‘이어폰 끼고 재판자료 청취…소리로 세상을 보다’ 기사는 시각장애인 판사가 서류를 보는 대신 노트북을 이용해 공판을 진행하는 장면을 리드로 내놨다. 시각장애인 판사의 첫 공판을 한겨레는 소수자를 위한 배려의 확대라는 키워드로 읽었다면, 조선일보는 비장애인 판사와 장애인 판사의 차이에 주목한 것이다. 따라서 르포 기사를 쓸 때는 기사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먼저 염두에 두고 그에 맞는 장면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모든 기사는 사실을 기초로 보도하지만 예외적으로 르포 기사는 현장을 보고 듣고 느낀 기자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 있다. 단, 지나치게 감정적인 접근은 피해야 한다. 한겨레 5월5일치 ‘오랑’이와 ‘우탄’이를 다룬 기사를 보면, 우탄이의 안타까운 처지에 대해 ‘불쌍하다’라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관객들의 웃음소리 뒤에서 어두운 방안에서 머리를 찧고 있는 우탄이의 모습’은 독자들로 하여금 ‘불쌍하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처럼 기자는 르포 기사를 쓸 때 자기의 감정을 독자에게 표현하기보다, 독자가 그런 감정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현장 묘사를 상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진명선 <한겨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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