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는 토론으로 더 깊고 넓어진다. 사진은 독서클럽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을 벌이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논리적 공방 벌이며 문제 해결력 키워
토론 내용 글로 정리하는 습관 들여야
토론 내용 글로 정리하는 습관 들여야
“신나는 디베이트 수업은 우리 세대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수업방식이었습니다.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의 바른 태도와 진지한 발표 등이 매우 감명 깊었습니다.” ‘교내에 폐회로텔레비전(CCTV)을 설치해야 한다’란 논제로 진행한 디베이트 공개수업을 참관했던 한 학생의 아버지는 수업방식에 놀라고, 학생들의 태도에 또 한번 놀랐다는 내용을 참관 소감문에 담아 보내왔다. 또다른 학생의 어머니는 자료를 꼼꼼히 준비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놀라웠고, 역시 발표 태도가 인상 깊었다는 내용의 소감문을 보내왔다. “우리 아이도 전날 밤늦게까지 자료를 정리하고 찬반 의견을 꼼꼼히 챙겼습니다. 입론 단계부터 각자가 준비한 의견과 근거자료를 발표하고, 특히 반론 시간에 서로의 입장이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를 지키며 묻고 답하는 장면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디베이트 수업을 하면서 키운, 반대의견을 용인할 줄 아는 사고방식과 태도는 문제를 더욱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열정의 근원이 된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논제로 토론을 하는 가운데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돌아보는 성찰의 힘도 키워간다. 21세기 사회에는 이런 능력들이 특히 중요하다. 사회가 발달할수록 쉽게 해결이 안 되는 문제가 늘어나는데, 이런 문제를 민주적이고 이성적으로 판단해 결정하도록 돕는 것이 바로 토론이다.
디베이트의 시조로 일컫는 그리스 철학자 중 한 사람인 프로타고라스는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그 만물은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으로 이뤄졌다”는 명제를 남겼다. 모든 주장과 사상은 그 안에 반대 주장과 사상을 포함하기 때문에 토론을 통해 진리를 규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국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도 일반적이거나 우세한 견해가 거의 온전한 진실이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진실의 나머지가 보충될 기회를 토론으로 얻어야 한다며 역시 디베이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실제 사회적 이슈를 찬반으로 나눠 토론하면 이해의 폭이 훨씬 넓어진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러한 체험이 쌓이면 개인의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문제도 디베이트로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된다. 물론 질문도 잘해야 한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답변 대신 질문으로 사람을 판단하라고 말했다.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이다. 실제 디베이트 수업을 하면 반론 단계에서 ‘질문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다. 그래서 좋은 질문을 한 학생들은 높은 점수와 많은 칭찬을 받게 된다.
디베이트 대회는 승패를 반드시 가린다. 그러나 참여자들이 승패에 관계없이 모두 만족한다는 점이 디베이트의 특징이다. 창의 토론 대회 심사위원으로 활동할 때 일이다. 입론서 심사 결과 본선 16개팀을 선발한 뒤 토너먼트 형식으로 대회를 진행했다. 8강에서 탈락한 한 중학교 학생과 학부모들이 심사위원석으로 와서 “저희들은 비록 8강에서 탈락했지만 이 토론대회에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돼 기쁘고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토론대회 본선에 참가할 자격과 교양이 충분한 학생들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베스트 디베이터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했다. 반대 사례도 있었다. 중학생으로 구성된 3명의 학생들이 8강전에서 자기편이 주도권을 쥐고 진행하는 반론 단계 때 상대편을 억누르고 얕보는 등 오만한 태도를 자주 보였다. 그래서 그 팀은 비록 주도권을 쥐고 토론에서는 우위를 차지했지만 예절 점수를 감점당해 탈락했다.
토론은 토의와 달리 반드시 승패가 있다. 상대편을 논리적으로 설득해서 승리하는 것이 토론하는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다. 논쟁에 가까운 토론은 일종의 심한 경쟁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조성하고 승부욕을 자극한다. 이런 특성 탓에 토론을 싫어하는 아이도 있다. 이런 아이들이라도 철저하게 상대편의 의견을 존중하면서 치열한 논리 싸움을 벌이도록 지도하면 흥미를 보인다. 또 그 과정에서 진실을 탐구하는 기회를 넓히고 문제를 깊이 있게 이해하게 하면 적극적으로 디베이트에 참여하게 된다. 감정 개입 없이 토론 내용과 사람을 구별해서 생각하는 태도를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디베이트는 올바른 가치탐구능력을 길러주는 최고의 학습 방법이다.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무엇이 행복을 가져다주는지 탐구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사물이나 현상을 두루 살피다보면 비판적 사고력, 창의적 문제해결력, 자신 있는 발표력 같은 능력들이 아울러 길러진다. 책이 물고기라면 토론은 낚시법이다. 낚시하는 솜씨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물고기가 없으면 의미가 없다. 따라서 토론에 앞서 다양한 분야에 걸친 독서가 이뤄져야 하고 토론을 통해 책에서 얻은 지식과 지혜를 더 깊고 넓게 만들어 가야 한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확보하고 깊이 있게 생각해봤다면 마지막으로 논술문을 써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보는 것도 좋다. <끝>
<한겨레 인기기사>
■ “MB취임 5일전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전달”
■ 봉하마을 묘역, 세계 최대 건축잔치 초청받았다
■ 손학규 “반성없이 돌아온 참여정부” 문재인 비판
■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고릴라 탈 쓴 ‘아이러니’
■ [화보] 보령머드축제 ‘머드탕’으로 풍덩!
황연성 교사의 디베이트 정복
■ “MB취임 5일전 007가방 3개에 1억씩 담아 전달”
■ 봉하마을 묘역, 세계 최대 건축잔치 초청받았다
■ 손학규 “반성없이 돌아온 참여정부” 문재인 비판
■ 사람답게 살고 싶어 고릴라 탈 쓴 ‘아이러니’
■ [화보] 보령머드축제 ‘머드탕’으로 풍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