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2년 12월5일, 영국 런던은 짙은 스모그 때문에 10m 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매캐한 냄새까지 나는 갈색 안개가 닷새 동안 계속되었고 4703명이 죽었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사람들은 화덕에 땔감인 석탄을 퍼부었고 가정과 공장에서는 오염물질이 평소보다 많이 배출되었지만 이 더운 공기는 하늘로 흩어지지 않고 지표면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차고 습한 공기가 지표면에 머물러 기온 역전층이 형성되었던 것이다. 이 기간 동안 무려 1000t의 매연 입자와 370t의 아황산가스가 배출되었다. 환경오염은 인간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의 역할을 해 왔지만 여전히 우리는 생태와 환경에 대해 어떤 뚜렷한 태도를 정하지 못한 것 같다. 그러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서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것은 과학기술의 발달이 빚어낸 비극에 대한 반성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과학의 발달과 성장이 경쟁적으로 굴뚝산업을 키우던 시대에는 자연이 ‘정복’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지구는 병들었고 환경 문제는 우리 모두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경고는 오래전부터 이어졌다. 레이철 카슨의 <침묵의 봄>은 환경오염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책으로 이제 고전으로 자리 잡았지만 1962년 출간 당시에는 미국 사회를 소란스럽게 했다. 디디티(DDT)의 미국 내 제조 금지와 환경보호를 위해 주정부와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를 요청하는 시민운동을 이끌어낸 것은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킨 책 한 권의 힘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이 책은 고전으로 자리 잡아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카슨은 인체를 생태학적으로 바라봤다. “인간과 자연환경의 관계를 보여주는 사고의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한 린다 리어의 서문은 이 책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책 한 권이 자본주의 체제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녀의 도전에서 과학과 정부가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는 시민환경운동이 시작되었다”는 린다 리어의 말은 한 개인이 사회를 어떻게 바꿔 놓을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왔던 인간이 어떤 식으로 생태계를 망쳐 놓았는지 그것이 고스란히 어떻게 인간에게 되돌아오는지 보여주는 실증 사례들은 단순한 시행착오를 넘어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디디티와 같은 살충제는 물론 유독 화학물질이 환경과 공중위생에 얼마나 끔찍한 영향을 미쳤는가. 만물이 소생하는 아름다운 봄에 왜 새가 울지 않고 꽃을 볼 수 없는지 생각해 보면 카슨이 ‘침묵의 봄’이라고 한 이유를 알 수 있다. 산과 강과 들의 생태계가 파괴되고 환경이 오염되는 모습을 알기 쉬운 문장으로 담담하게 서술하고 있는 카슨의 목소리가 더욱 큰 울림을 주는 것은 자연에 대한 그녀의 깊은 애정 때문이다.
골드버그의 연쇄반응 장치와 같이 지구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적인 생명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한 지역이나 어떤 한 생명체가 전체 시스템을 망가뜨려서는 안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반응 장치처럼 인간의 지속적인 자연 파괴는 지구를 병들게 한다. 김추령의 <오늘의 지구를 말씀드리겠습니다>는 일기예보를 하듯 지구 곳곳의 상태를 진단하고 설명한다. 황사는 왜 점점 심해지는지, 북극 빙하가 녹는다는데 왜 남극 빙하는 늘어나는지 궁금한 것은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 대한 관심이다. 지구라는 거대한 생명체의 변화는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조건이 변화한다는 뜻이다. 김추령은 인간이 지구를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간접적으로 전하고 있다. 이 책은 지구 곳곳의 상태와 전체적인 변화를 우화를 통해 재미있게 보여준다. 온도 상승과 슈퍼태풍, 온실가스와 해수면의 상승, 피크오일과 에너지 문제 등을 통해 지구의 기후변화와 지속가능한 적정 기술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다.
시야를 좁혀 이제 오늘 우리 집의 식탁을 들여다보자. 브리야사바랭은 <미식예찬>에서 “당신이 무엇을 먹었는지 말해 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염두에 두고 피터 싱어의 <죽음의 밥상>을 읽어보면 왜 내가 먹는 음식이 나를 말해 줄 수 있는지 알게 된다. 단순히 배가 고파서,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서 먹는 음식과 달리 ‘웰빙’ 시대에 걸맞은 음식과 소비는 어떠해야 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이 책은 윤리학의 관점으로 우리들의 뱃속을 점검한다. 식탁 위에 음식이 오르는 과정을 거꾸로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피터 싱어는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관심과 반성을 요구한다. 완전한 채식주의자는 아니어도 양심적인 잡식주의자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하는 피터 싱어의 말은 우리가 매일 먹는 모든 음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실제 현장을 누비며 쓴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의 말과 생각에 동의하게 된다. 결국 마지막에는 ‘실천’의 문제가 남는데 그것은 독자 개개인의 몫이다.
레이철 카슨은 “우리가 오랫동안 여행해 온 길은 놀라운 진보를 가능케 한 너무나 편안하고 평탄한 고속도로였지만 그 끝에는 재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 가지 않은’ 다른 길은 지구 보호라는 궁극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이자 유일한 기회다”라고 말한다. 생태와 환경의 문제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지속가능한 삶은 바로 지금 이 순간 나의 실천과 행동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생태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생각의 변화가 작은 실천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지구를 건강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지구의 건강은 곧 우리들의 행복한 미래와 건강한 삶을 의미한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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