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6. 꿈을 현실로 - ①공부란 무엇인가
6. 꿈을 현실로 - ①공부란 무엇인가
조선 후기 실학자로 규장각 검서관을 지낸 이덕무(1741~1793)는 방안에 들어오는 햇빛을 따라 책상을 옮겨가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 비록 서자라는 신분 때문에 차별받았지만 벗들이 지어준 공부방에서 책에 파묻혀 살던 시절이 그에게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몰입의 즐거움’을 완전하게 실현했던 이덕무를 대한민국의 고3과 비교해 보자. 공부란 과연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새삼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장면이다.
2010 통계청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학생의 89%, 학부모의 93%는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목적은 당연히 ‘좋은 직장’ 때문이다. 고교졸업자의 83%가 대학에 진학하는 대한민국의 학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을 때까지 ‘공부’하라는 말을 지겹게 듣고 산다. 대한민국은 언제나 ‘열공’중이다. 그런데 무슨 공부를 하고 있을까? 아니, 공부란 무엇인가?
수많은 옛 성현들이 공부의 목적과 대상을 이야기했고 후세 사람들은 그 방법을 좇아 새로운 깨달음을 얻어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에게 공부는 ‘국영수’ 중심이고 수능이 그 절정을 이룬다. 스무 살이 넘으면 각종 고시와 입사시험이 또 한 번 사람들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러나 진짜 공부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는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은 채 오로지 한줄 서기 경쟁과 객관식 찍기 시험에 목을 맨다. 최근에는 다양한 수시 전형과 입학사정관제로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서술형 평가의 도입, 절대평가 시행 등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과거의 문제점들을 조금씩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느껴진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동떨어져 있는 지금의 교육으로는 먼 미래를 내다보기 어렵다.
점수를 잘 받기 위한 ‘공부법’에 관한 책이 청소년 도서 베스트셀러를 차지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것이 공부다>라고 용감하게 외치는 이한의 목소리는 카랑카랑하다. 제한된 시간 안에 정답을 잘 찾는 문제풀이를 공부로 착각하는 학생들에게 비법을 말해주는 이 책은 공부를 왜 하는지부터 따져 묻는다. 이한은 퀴즈쇼에 불과한 공부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익히고 창조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공부를 제안한다. 시험성적에 연연하는 ‘촛불이’와 ‘허당선생’을 통해 우리는 공부를 재발견하고 나를 바꾸는 공부 기술을 쉽고 편안하게 알게 된다.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수준을 높여가며 반복 연습이 필요하고 매듭짓기와 정리하기가 필요하다. 스스로 세상에서 문제를 찾아내는 방법과 그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허당선생은 촛불이에게, 아니 대한민국의 청소년에게 공부가 무엇인지 말해준다. 촛불이는 조금씩 공부 방법을 배우고 익혀가며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방법이 바로 공부라는 사실을 깨달아간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를 바꿔야 하고, 나를 바꾸기 위해서는 책을 읽고 일상생활에서 시작할 수 있는 공부 기술을 익혀야 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기는 활동을 플로(flow), 미래를 대비하는 활동을 스톡(stock)이라고 할 때 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고민해 볼 수 있는 책이다.
현실에는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안이 필요하다. 간디의 삶과 사상을 바탕으로 세운 대안학교 ‘간디학교’의 교장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삶을 실천해온 양희규의 <10대 너의 배움에 주인이 되어라>는 공부 문제를 좀더 구체화시킨 책이다. 10대들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는 이 책엔 그들의 고민이 생생하게 드러난다. 학교에서 제대로 된 ‘배움’이 이루어지는지 반성하는 것에서 시작해 현실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진짜 공부 방법을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어렵고 딱딱한 이론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책이다. 미래를 담보로 공부에 올인하라고 강요하는 현실에 문제가 있는데, 이 책은 그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노력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공부스트레스, 배움에 대한 염증, 학교생활, 공부 방법, 대학, 전공 등 22가지 주제를 통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 보자.
매년 7만명에 이르는 학생이 학교를 떠나는 교육 현장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 문제를 고민하기 전에 학교를 떠난 중졸 백수 김해완의 <다른 십대의 탄생>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 ‘나는 공부가 다른 삶을 살게 한다는 말을, 앎이 곧 자유라는 말을 믿는다. 이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내가 발 딛고 있는 소박한 삶에서 나온 믿음’이라는 말이 가슴을 울린다. 인문학 분야의 책을 스스로 읽고 생각하고 글쓰기를 실천하는 해완이의 이야기는 우리가 잃어버린 진짜 공부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다. 이 책은 학교를 다니지 않는 청소년들에게도 작은 희망과 불씨를 던져주고 있으며 ‘스승의 역할은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무지한 자의 배움에 대한 의지를 지속시키고, 그가 자기 힘으로 배울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 교사들에게도 일침을 가한다. 1993년생 해완이가 느끼는 교육과 사회, 사람과 세상은 그대로 우리를 비추는 거울이기도 하다.
진짜 공부와 가짜 공부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과정에서 학생과 교사의 역할을 고민할 필요가 있을 뿐이다. 학교 밖에서도 스스로 공부하며 세상 속의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수 있는 창조적 상상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고수들에게 배운 진짜 공부는 우리의 삶을 ‘성공’이 아닌 ‘행복’에 이르게 한다.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 / <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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