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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사교육비 실태, 꼼수통계로 줄였나

등록 2012-07-24 21:00수정 2012-07-24 21:38

교과부·통계청, 조사표본 학교에
‘사교육 절감형 학교’ 과다 포함
교육비 경감실적 부풀리기 의혹
통계청 “불가피한 표집 이미 보정”
통계청과 교육과학기술부가 해마다 실시하는 사교육비 실태조사 표본 학교에, 교과부가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예산을 집중 투입해 온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사교육절감형 학교)가 지나치게 많이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교육비를 덜 쓰는 학교를 많이 포함시켜 사교육비 경감 실적을 부풀리려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교과부가 유은혜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2년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위해 통계청이 선정한 표본 학교 1065곳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 146곳이 포함됐다.

2012년 현재 운영중인 사교육절감형 학교는 모두 575곳(섬·도서벽지 학교 제외)으로 전체 학교(9971곳, 섬·도서벽지 학교 제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인 반면, 통계청 표본에는 13.7%나 포함된 것이다.

표본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의 비중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가 통계청에서 입수한 자료를 보면, 표본에 포함된 사교육절감형 학교가 2009년과 2010년에는 각각 82곳(전체의 8%)이었지만, 2011년에는 104곳(9.6%), 올해는 146곳으로 늘었다.

사교육절감형 학교는 수준별 방과후학교 운영, 우수 강사 초빙 등을 통해 사교육 수요를 학교로 흡수한다는 목표로 2009년부터 시행된 정책사업이다. 2012년까지 4년 동안 모두 184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1월 펴낸 ‘사교육절감형 창의경영학교 실태조사 및 성과분석 사업보고서’를 보면, 2009년 선정된 사교육절감형 학교들의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가 사업 시작(2009년 6월) 이후 2년새 26만8천원에서 22만4천원으로 16.4% 감소했다.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사교육비 절감을 위한 ‘정책 학교’가 사교육비 실태조사에서 실제 비율보다 많이 포함됐다면, 그동안 발표된 사교육비 실태가 왜곡됐을 우려가 매우 크다”며 “정부가 발표해온 사교육비 통계가 국민들의 체감 사교육비보다 낮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이런 표본 설계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통계청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시·도별로 표본 학교의 숫자를 정할 때, 사교육절감형 학교가 해당 시·도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맞추는데, 사교육절감형 학교 수가 적은 일부 시·도의 경우 실제 비율보다 많이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울산은 52개 고교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가 5곳으로 그 비율은 9.6%다. 따라서 울산에서 조사가 이뤄지는 22개 고교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는 2.11곳이 포함돼야 하는데, 이럴 경우 2곳이 아닌 3곳을 포함시켰다는 설명이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교육절감형 학교를 따로 표집한 것은 조사의 신뢰도를 위한 것이며, 불가피하게 과다 표집된 부분은 가중치를 낮게 줘서 보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통계청 설명과 달리, 불가피하게 표집을 많이 해야 하는 곳이 아닌데도 실제 비율보다 표집을 많이 한 지역도 있었다. 전남의 경우 고교 156곳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는 8곳(5.12%)이어서 조사 대상 고교 41곳 가운데 2곳만 포함시키면 되는데 5곳이 표집됐다. 서울도 고교 314곳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는 22곳(7%)으로, 조사 대상 67곳 가운데 사교육절감형 학교를 5곳 포함시키면 되지만 6곳이 표집됐다.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정부가 사교육비 실태를 조사하면서, 사교육비를 낮추기 위해 많은 예산을 투입한 소수의 사교육절감형 학교를 과다하게 포함시킨 것은 사교육비 추이를 보고자 하는 조사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김동건 동덕여대 교수(응용통계학)도 “통계학의 원칙은 1차 단계에서 표집을 제대로 하고 불가피할 경우 보정하는 것”이라며 “가능하다면 보정을 할 필요가 없도록 표본을 선정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해마다 사교육비 실태조사를 벌여 이듬해 2월에 결과를 발표해왔다. 이 조사에서 학생 1인당 평균 사교육비는 2008년 23만3000원에서 2009년 24만2000원으로 늘었다가 2010년 24만원으로 소폭 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도 24만원으로 조사됐지만, 정부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 사교육비는 3.8% 줄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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