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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자녀와 친구가 되는 걸 두려워 말자

등록 2012-07-30 10:44

내 아이와 통하다
단, 부모 역할이 필요할 땐
머뭇거리지 말고 행동해야
십대 자녀와 엄마의 대화다.

“여진아, 어제 엄마가 백화점에 갔는데, 사고 싶은 옷이 엄청 세일을 하는 거야. 신나게 옷을 들고 계산을 하려는데 줄이 너무 길더라고. 근데 화장실이 가고 싶은 거야…. 참고 참다가 그냥 옷을 놓고 왔지 뭐니.”

“아휴~ 엄마도 그런 기회를 놓치면 어떡해. 내일 가봐. 어쩜 남아 있을지도 모르잖아.”

엄마가 저렇게 자녀와 같은 수준이 되어 이야기 하면 아이가 부모를 존중하지 않거나 제대로 부모 역할 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비판과 우려가 나올 것이다. 이런 비판은 요즘의 부모들을 보고 어른들이 하는 걱정과도 유사하다. 십대 자녀와 친구 같은 대화가 부모 역할을 방해할까?

물론 아니다. 여진이와 엄마의 대화는 엄마와 딸 간의 유익한 의사소통이다. 모녀간의 관계를 돈독히 할 뿐 아니라 아이에게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서로의 일상에 대하여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면서 어린아이 때와는 다른 친밀감을 발전시킨다. 그리고 이후에 어려운 일이나 말하기 꺼려지는 것도 부모님께 이야기할 가능성을 열어 놓는 것이다.

“엄마, 우리 지난번 수련회 갔을 때, 대현이가 맥주를 마셨어.”

“이런,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어?”

“애가 정신을 못 차리더라고.”

“대현이 엄마가 아시면 정말 속상할 텐데.”

“그러게, 나는 절대로 술 안 마실 거야.”

자칫하면 위험한 행동을 할 수 있는 아이들의 생각에 부모의 아이디어를 슬며시 전달하고 자녀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분명하게 남긴다. 실제로 자녀가 위험한 상황에서 갈등할 때 무엇이든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아이에게 떠오르게 할 것이다. 부모 자녀 간의 친구 같은 대화는 아이에게 어른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십대 자녀와 친구 같은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유익함이 분명하다. 하지만 예외는 있다!

부모의 역할로 전환해야 할 때는 망설임 없이 모드를 바꾸어야 한다. 지금 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아이가 도를 넘거나 지나친 요구를 할 때도 힘없이 끌려다녀서는 안 된다. 친구가 되는 것만을 최우선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방금까지 차 안에서 친구같이 즐거운 대화를 주고받던 엄마와 아들이 집 앞에 도착하자 엄마는 아들에게, “태형아 오늘 삼촌 네 방에서 자야 하니까 네 방 물건 정리해야 된다.”

“엄마, 알아. 내가 이따가 한다고 했잖아.”

“근데 삼촌 곧 오니까, 지금 바로 시작해야 돼.”

“아휴…. 6시까지만 하면 되니까 내가 알아서 할게!! 지금까지 잘 얘기하다가 갑자기 왜 또 잔소리야!!!!!”

엄마의 마음에도 같은 생각이 들 수 있다. ‘우리 아들이랑 관계를 또 망치고 있나. 별거 아닌데, 그냥 내가 방 치워 줄까?’ 절대 아니다. 부모는 두려워하지 말고 다시 보통 부모의 역할로 자연스럽게 돌아가야 한다. 아이에게 지시한 것을 취소하지 말고 대신 청소도 해주어선 안 된다.

쉽지 않겠지만 친구 같은 부모에서 보통 부모로 또 그 반대 방향으로 전환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아이도 부모를 도와줄 것이다. 친구처럼 진심을 다해 나눈 대화는 아이에게 행복함을 주었고 다시 누리고 싶은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친구 같은 부모가 되는 것이 당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녀를 위한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친구 같은 자녀를 통해 스스로 만족하고 위로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와 더 가까워지고 생각의 틀을 만들어 주기 위한 부모의 또다른 역할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정윤경/가톨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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