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공동저자 김경욱 교사
‘오는 아이들만 받는’ 상담 구조는 의미 없어
학생과 밀접한 교사한테 문제해결 권한 줘야
‘오는 아이들만 받는’ 상담 구조는 의미 없어
학생과 밀접한 교사한테 문제해결 권한 줘야
한때 학교폭력 가해자였다가 마음을 잡은 몇몇 이들은 자신이 달라지는 데는 학교 교사와, 학교 시스템, 학부모의 구실이 중요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교사한테 이렇다 할 권한을 주지 않는다.
단국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등학교(이하 단대부고) 김경욱(사진) 교사(윤리)는 “아이들을 상담실로 데려가기 전에 담임교사가 일차적으로 학교폭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한다. 김 교사는 2009년 동료 교사들과 함께 8년 남짓한 시간 동안 학교폭력 문제를 연구한 결과물로 <이 선생의 학교폭력 평정기>를 쓴 바 있다. 학교폭력 사례를 모아 소설 형식으로 쓴 이 책은 학교폭력이 날로 심각해지는 요즘, 학교 현장에서 큰 주목을 받는다.
지난 7월20일 수도권학생생활연구회 회장, 학생생활연구회 회장, 참교육연구소 소장 등을 지낸 바 있는 김 교사를 만나 학교폭력 예방과 해결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 교사는 현재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대표로도 활동중이다.
-학교 현장의 경험들을 바탕으로 책을 썼다. 학교폭력의 원인은 어디 있다고 보나?
“‘인정욕망’ 때문에 일어나는 면이 크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성적, 힘, 인기, 외모 등에서 남의 시선을 의식한다. 학생들은 주목받고 싶어 하는 마음도 크다. 하지만 인정욕망에는 일정한 총량이 있다. 한 학생이 인정을 받으면 다른 학생은 상대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인정욕망이 채워지지 못하면 결국 ‘인정투쟁’을 하게 된다. 여기서 비롯된 열등의식과 우월감이 겉으로 드러난 것이 바로 학교폭력이다.”
-교육당국에서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대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지금의 상담 구조는 ‘오는 애들만’ 받는 구조다. 오는 아이들만 받는 게 아니라 교사가 상담이 필요할 것 같은 아이를 불러서 직접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 한다. 지금 상담교사들은 학교폭력 대처법에 대해서 사실상 잘 모른다. 상담교사는 물론이고, 일반 교사들도 학교폭력 분야에 대해선 전문가가 돼야 한다. 하지만 ‘학교폭력’에 대한 독립된 교직과목은 없다. 본질적으로 교사를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없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학생들과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 즉 ‘교사’다. 학생과 교사가 밀접하게 소통하는 구조가 제도적으로 자리를 잡은 뒤 대안이 나와야 한다. 그 뒤에 상담실을 가든, 법적인 처벌을 하든 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담임교사한테 학교폭력을 처리할 권한을 주는 것을 제도화해야 한다. 현재 법에서는 교사한테 권리가 없다. 신고의 의무만 있는 수준이다. 교사의 권한과 함께 학생 자주가 보장될 때 학교 폭력을 막을 수 있다.”
-현재 학교폭력과 관련해 어떤 활동들을 하는 중인가?
“실험적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중이다. 먼저 ‘평화와 인권 연구회’라는 동아리를 구성했다. 학생들이 주축이 돼 ‘학교폭력을 주위 사람들이 왜 빨리 알아내지 못하는가’ 등의 주제로 연구를 한다. 학급에 ‘친교부’도 만들었다. 친교부 학생들은 학교폭력 예방과 복구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학급에 균열이 일어날 조짐이 보일 때 친교부를 통해 원만하게 해결해 폭력으로까지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현장에서 봐 온 학교폭력 가운데 가장 인상 깊었던 사례는 뭐였나?
“평소 폭력을 당하던 한 학생이 있었다. 그 학생은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결국 가해 학생에게 보복을 시도했다. 대다수 사람들은 이 상황에서 보통 피해자가 된 가해자를 변호해 누명을 벗게 해주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당시 피해 학생은 자신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감추고 싶어 했다. 피해자에서 벗어나 자신도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던 거다. 이런 심리 때문에 학교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알았다. 학교폭력 사건의 경우는 이렇게 드러난 사실과 드러나지 않은 사실이 다를 때가 있다.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현재 따돌림사회연구모임 대표로 있다. 어떤 모임인가?
“따돌림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러 연구를 하는 모임이다. 현재로서는 학교폭력 해결을 위한 효율적이고 근본적인 프로그램을 구상중이다. 그 가운데 하나로 친구가 무엇이고, 올바른 우정이 뭔지를 알려주는 ‘우정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실천해볼 예정이다.”
-교사로서 어떤 바람이 있나?
“학교폭력이 없는 학교, 강자가 약자를 지배하지 않는 사회가 되도록 도울 것이다. 사람들에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면 교육자로서의 삶을 잘 살았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점에서 평화운동을 해보고 싶다. 앞으로도 학교폭력과 관련한 책은 꾸준히 낼 예정이다. 학생들한테 직접 수필을 쓰게 하고 그 작품들을 엮어 책으로 내려고 준비중이다.” 글·사진 조하경(안산 동산고), 최지수(춘천여고) 학생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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