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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친구 왜 때렸니?’ 마음 들어주는 것도 나눔”

등록 2012-08-06 10:42수정 2012-08-06 10:46

<아름다운 나눔수업>쓴 전성실 교사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이 의미있는 건 아냐
나누는 걸 생활과 분리해서 바라보지 말길
“의혁이는 학교에서랑 집에서랑 모습이 다르다.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장난을 안 치고 그러는데 집에서는 반대다.(…) 그리고 의혁이는 나처럼 훌라후프를 잘 돌린다. 의혁이네 집은 정말 재미있었다.”

동광초 전성실 교사(나눔교육교사연구회 대표)의 제자 정윤성군이 ‘베개친구 활동’을 하고 쓴 소감 가운데 일부다. 베개친구란, 베개를 함께 베며 하룻밤 동안 이야기와 추억을 나누는 친구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한테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해볼 기회를 마련하는 나눔교육의 일환이다. 전 교사의 교실에서는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는 ‘실수데이’, 촌지를 기부로 받는 ‘기부촌지’, 헌 물건을 나누는 ‘나눔장터’ 등의 나눔 문화가 있다.

얼마 전 전 교사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나눔수업>(착한책가게)이라는 책을 썼다. 나눔이 내 일상에 있다는 걸 체감하게 돕고, 일상에서 나눔교육을 실천해볼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7월26일 전 교사를 만나봤다.

-어떤 계기로 나눔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나?

“2005년에 우연히 아름다운재단에서 관련 연수를 받았다. 정말 흥미로웠다. 바로 나눔교육교사연구회(cafe.naver.com/nanumeducation)를 찾아갔다. 교사들과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실천한 사례를 나눴다. 나보다 젊은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나는 그동안 뭘 했나”라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 더 열심히 참여했다. ‘연결짓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동화 안에서 나눔 관련 요소들을 뽑아보기도 하고, <지식채널e> 같은 프로그램과도 접목해 나눔교육이 더해진 커리큘럼도 짜보면서 실천을 해봤다.”

전성실 교사는 “나눔은 쉽고 재미있어야 하고, 일상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성실 교사 제공
전성실 교사는 “나눔은 쉽고 재미있어야 하고, 일상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성실 교사 제공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뭔가?

“나눔은 습관이고 생활이 돼야 한다는 거다. 나눔교육을 교과 과목으로 별도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목으로 정해놓고 ‘이 시간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나눔이 생활과 분리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학부모님들은 자기 아이가 잘못하면 밖에선 무조건 감싸고 집에 와서는 혼내기만 한다. 왜 그랬는지는 안 물어본다. 그런 분들이 기부는 잘 하신다. 나눔과 일상이 분리돼 있는 거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통해 “내가 소중하고,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나눔은 자존감과 연결이 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존감의 기초인 사랑을 나눠주는 데 서툰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집에서 많이 맞는 아이가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많이 때린다. 부모의 폭력은 막을 수 없지만 친구가 때리는 건 막을 수 있어서 그런 거다. 누가 때릴까봐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바빠서 아이들을 많이 못 봐주기 때문에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볼 때 잔소리를 많이 한다. 가끔 보니까 나쁜 걸 지적하게 되는 거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는 멀어진다.”

-교실 안에서는 어떤 나눔을 실천하고 있나?

“‘올해 선생님은 화도 안 내고, 큰 소리도 안 낼 거다’ 이렇게 약속했다. 혼내는 대신 얘기를 많이 들어줬다. 혼내지 않으니까 나한테 와서 이르지 않는다. ‘친구가 선생님한테 일러서 벌 받았으니까 그 아이한테 복수할 거야’라는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나한테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결국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반성을 한다. 어른이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마음의 관심, 나눔을 줘야 한다. 얘기를 들어주는 거다. 바빠서 말로 못 한다면 글로 적어서 마음을 표현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바쁘시지만 내 생각도 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것부터가 나눔이다.”

-지금 시대에 특별히 나눔, 나눔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

“경쟁 논리를 많이 강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라는 일본의 시민단체에서 만든 홍보 영상이 있다. 시소 양쪽에 각각 뚱뚱한 어른과 빼빼 마른 아이가 있다. 당연히 시소가 기울어져 있다. ‘네가 너무 말라서 시소가 기울어져 있는 거야.’ 어른의 첫 대사다. 아이는 ‘아저씨가 너무 뚱뚱해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한다. 둘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뭘 할까 하다가 결국 아저씨가 일어났다 앉는다. 그럼 아이가 아저씨 쪽으로 넘어온다. 뚱뚱한 아저씨는 북반구를 상징한다. 북반구 사람이 힘을 써야 남반구 사람이 살 수 있다. 아이가 노력을 안 해서 못사는 게 아니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책을 보면 동물들은 같은 종끼리 안 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끼리 싸운다. 저 사람과 협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시대가 자꾸 그걸 막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나눔교육이 더 필요하다.”

-나눔교육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2학년 때 가르쳤던 제자가 졸업을 할 때 편지를 주고 가더라. 2학년 때 배우고 4년 동안 나한테 배운 적 없던 아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졸업하려고 보니까 2학년 때 했던 나눔 관련 활동이 지금도 떠오르고, 앞으로도 계속해보고 싶다’고 적었더라. 보람을 많이 느꼈다.

교사는 촉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아이들이다. 나눔이 왜 필요한지 체감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초기에는 ‘왜 이런 걸 하냐?’는 부모님들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 이메일을 보낸다. 나눔 요소를 넣어서 학급경영도 하고, 수업도 한다고 보여드리면 못 미더워했던 부분들을 이해하신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학교는 아직 모르겠고, 사회복지 단체나 재단 등에서는 나눔교육 붐이 일고 있다. 이론은 알고 있지만 실제 적용해본 사례가 많지 않아서 내 콘텐츠를 반가워한다. 일단 교사연구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나눔교육을 실천해보도록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큰 목표다. 연구회가 허브 구실을 했으면 좋겠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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