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나눔수업>쓴 전성실 교사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이 의미있는 건 아냐
나누는 걸 생활과 분리해서 바라보지 말길
일방적으로 주는 것만이 의미있는 건 아냐
나누는 걸 생활과 분리해서 바라보지 말길
“의혁이는 학교에서랑 집에서랑 모습이 다르다. 학교에서는 얌전하고 장난을 안 치고 그러는데 집에서는 반대다.(…) 그리고 의혁이는 나처럼 훌라후프를 잘 돌린다. 의혁이네 집은 정말 재미있었다.”
동광초 전성실 교사(나눔교육교사연구회 대표)의 제자 정윤성군이 ‘베개친구 활동’을 하고 쓴 소감 가운데 일부다. 베개친구란, 베개를 함께 베며 하룻밤 동안 이야기와 추억을 나누는 친구 프로그램을 말한다. 이런 활동은 아이들한테 누군가와 제대로 소통해볼 기회를 마련하는 나눔교육의 일환이다. 전 교사의 교실에서는 실수를 해도 혼나지 않는 ‘실수데이’, 촌지를 기부로 받는 ‘기부촌지’, 헌 물건을 나누는 ‘나눔장터’ 등의 나눔 문화가 있다.
얼마 전 전 교사는 이런 사례들을 바탕으로 <아름다운 나눔수업>(착한책가게)이라는 책을 썼다. 나눔이 내 일상에 있다는 걸 체감하게 돕고, 일상에서 나눔교육을 실천해볼 구체적인 지침을 주는 책은 없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지난 7월26일 전 교사를 만나봤다.
-어떤 계기로 나눔교육을 시작하게 되었나?
“2005년에 우연히 아름다운재단에서 관련 연수를 받았다. 정말 흥미로웠다. 바로 나눔교육교사연구회(cafe.naver.com/nanumeducation)를 찾아갔다. 교사들과 2주에 한 번씩 모여서 실천한 사례를 나눴다. 나보다 젊은 선생님들이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걸 보면서 ‘나는 그동안 뭘 했나”라는 반성을 하게 되더라. 더 열심히 참여했다. ‘연결짓기’를 좋아하는 성격이다. 예를 들어, 동화 안에서 나눔 관련 요소들을 뽑아보기도 하고, <지식채널e> 같은 프로그램과도 접목해 나눔교육이 더해진 커리큘럼도 짜보면서 실천을 해봤다.”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뭔가?
“나눔은 습관이고 생활이 돼야 한다는 거다. 나눔교육을 교과 과목으로 별도로 운영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과목으로 정해놓고 ‘이 시간에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 나눔이 생활과 분리된 게 아니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예를 들어, 학부모님들은 자기 아이가 잘못하면 밖에선 무조건 감싸고 집에 와서는 혼내기만 한다. 왜 그랬는지는 안 물어본다. 그런 분들이 기부는 잘 하신다. 나눔과 일상이 분리돼 있는 거다.”
-어린 시절, 외할머니를 통해 “내가 소중하고, 사랑받고 있는 사람이구나”라는 걸 깨달았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나눔은 자존감과 연결이 되는 개념이다. 하지만 요즘은 자존감의 기초인 사랑을 나눠주는 데 서툰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집에서 많이 맞는 아이가 학교에서도 다른 친구들을 많이 때린다. 부모의 폭력은 막을 수 없지만 친구가 때리는 건 막을 수 있어서 그런 거다. 누가 때릴까봐 자기 방어를 하는 것이다. 부모들이 바빠서 아이들을 많이 못 봐주기 때문에 저녁에 잠깐 얼굴을 볼 때 잔소리를 많이 한다. 가끔 보니까 나쁜 걸 지적하게 되는 거다. 그 과정에서 부모와 자녀 사이는 멀어진다.”
-교실 안에서는 어떤 나눔을 실천하고 있나?
“‘올해 선생님은 화도 안 내고, 큰 소리도 안 낼 거다’ 이렇게 약속했다. 혼내는 대신 얘기를 많이 들어줬다. 혼내지 않으니까 나한테 와서 이르지 않는다. ‘친구가 선생님한테 일러서 벌 받았으니까 그 아이한테 복수할 거야’라는 생각을 안 한다. 오히려 나한테 얘기를 하는 과정에서 다른 친구 처지에서 생각해보고 결국 ‘내가 잘못했구나’라고 반성을 한다. 어른이 무조건 혼내기보다는 마음의 관심, 나눔을 줘야 한다. 얘기를 들어주는 거다. 바빠서 말로 못 한다면 글로 적어서 마음을 표현해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면 좋겠다. 아이들은 ‘부모님이 바쁘시지만 내 생각도 해주시는구나’라고 생각한다. 그것부터가 나눔이다.”
-지금 시대에 특별히 나눔, 나눔교육이 강조되는 이유는 뭘까?
“경쟁 논리를 많이 강조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라는 일본의 시민단체에서 만든 홍보 영상이 있다. 시소 양쪽에 각각 뚱뚱한 어른과 빼빼 마른 아이가 있다. 당연히 시소가 기울어져 있다. ‘네가 너무 말라서 시소가 기울어져 있는 거야.’ 어른의 첫 대사다. 아이는 ‘아저씨가 너무 뚱뚱해서 기울어져 있다’고 말한다. 둘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뭘 할까 하다가 결국 아저씨가 일어났다 앉는다. 그럼 아이가 아저씨 쪽으로 넘어온다. 뚱뚱한 아저씨는 북반구를 상징한다. 북반구 사람이 힘을 써야 남반구 사람이 살 수 있다. 아이가 노력을 안 해서 못사는 게 아니다.
<만물은 서로 돕는다>는 책을 보면 동물들은 같은 종끼리 안 싸운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인간은 인간끼리 싸운다. 저 사람과 협력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어도 시대가 자꾸 그걸 막는 경향도 있다. 그래서 나눔교육이 더 필요하다.”
-나눔교육을 하면서 보람을 느꼈던 적은?
“2학년 때 가르쳤던 제자가 졸업을 할 때 편지를 주고 가더라. 2학년 때 배우고 4년 동안 나한테 배운 적 없던 아이다. 당시에는 그렇게 열심히 참여한 친구가 아니었는데 ‘졸업하려고 보니까 2학년 때 했던 나눔 관련 활동이 지금도 떠오르고, 앞으로도 계속해보고 싶다’고 적었더라. 보람을 많이 느꼈다.
교사는 촉진자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감독은 아이들이다. 나눔이 왜 필요한지 체감하면 아이들은 스스로 움직인다. 초기에는 ‘왜 이런 걸 하냐?’는 부모님들도 많았다. 그래서 매일 이메일을 보낸다. 나눔 요소를 넣어서 학급경영도 하고, 수업도 한다고 보여드리면 못 미더워했던 부분들을 이해하신다.”
-앞으로 어떤 활동을 준비하고 있나?
“학교는 아직 모르겠고, 사회복지 단체나 재단 등에서는 나눔교육 붐이 일고 있다. 이론은 알고 있지만 실제 적용해본 사례가 많지 않아서 내 콘텐츠를 반가워한다. 일단 교사연구회를 통해 많은 사람이 나눔교육을 실천해보도록 콘텐츠를 공유하는 게 큰 목표다. 연구회가 허브 구실을 했으면 좋겠다.”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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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실 교사는 “나눔은 쉽고 재미있어야 하고, 일상의 활동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성실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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