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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래, 위로부터의 개혁이 하나로 만나야”

등록 2012-08-27 13:55

지난 14일 전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에 참석한 사토 마나부 교수(왼쪽 사진).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지난 14일 전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에 참석한 사토 마나부 교수(왼쪽 사진).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인터뷰 | ‘배움의 공동체’ 주창자 사토 마나부 교수
혁신학교, 교육개혁의 참된 노력
배움에 대한 존엄을 지켜줘야 해

혁신학교 열풍이 뜨겁다. 혁신학교 주변의 땅값은 날로 치솟고, 교사들도 혁신학교에서 근무하고 싶어한다. 누가 혁신학교를 만들었으며, 어떤 점이 이들을 혁신학교로 끌어들이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차에 ‘혁신학교의 원조’라 할 수 있는 일본의 사토 마나부(61) 교수가 방한한다는 얘기가 들려왔다. 그는 도쿄대학교 명예교수로 ‘배움의 공동체’라는 교육사상의 주창자이다. 30년 가까이 일본의 학교를 돌아다니며 교육개혁에 앞장서고 있으며 현재 3500개의 학교에서 배움의 공동체를 실천하고 있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세미나 참가를 위해 3박4일의 일정으로 방문한 그는 역시 유명 인사였다. 지난 14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세미나에는 전국에서 교사 1200여명이 모였다. 각종 연수와 회의가 잦은 교사들은 이런 행사가 지겨울 법도 한데 사토 교수가 온다는 소식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16일 오후 2시 김포공항, 출국 두 시간을 앞두고 간신히 그를 만났다.

“수업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디자인하는 것입니다.” 이날 사토 교수가 말한 핵심은 딱 이거였다. 그는 인터뷰 내내 열정적으로 이야기를 쏟아냈다. 30년 가까이 한 우물을 판 그이기에 어떤 질문에도 머뭇거림이 없었다. 특히 아이들 이야기를 할 때는 눈이 반짝거리고 설레는 표정을 지었다.

-배움의 공동체 교육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일본에서 1995년부터 신자유주의 교육이 거세지며 경쟁과 평가가 만연하고 공교육이 최고 위기를 맞았다. 이를 지켜보다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원래 목적을 명백히 하기 위해 시작했다. 공교육의 목적은 한 명의 아이도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하고, 교육의 질과 평등이 동시에 추구되는 것인데, 이게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배움의 공동체에서 추구하는 ‘협동적인 배움’이란 구체적으로 뭔가?

“협동적인 배움 이전에 먼저 배움에 대해 말해야 한다. 배움이란 원래부터 공동체적인 것, 즉 함께하는 것이다. 혼자 잘 배운다는 아이를 보면 아는 문제를 계속 풀거나 혼자 외우고 있다. 새로운 걸 접하고 깨닫기 위해서는 옆에 교사나 친구가 함께 있어야 한다. 일본 속담에 ‘세명이 모이면 뛰어난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협동적인 배움을 위해서는 타자가 필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서로 가르치는 관계가 아닌, 서로 배우는 관계라는 것이다.”

-서로 배우는 관계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가?

“서로 배우는 관계는 먼저 서로 들어주는 관계가 성립되어야만 가능하다. ‘이게 뭐지? 어떻게 해야 하지?’ 하며 모르는 것을 묻고 답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아가는 것이다. 실제 수업에 들어가 보면 안다. 교사가 무조건 주입하고 강압적으로 진행하는 일제식 수업에서는 5분만 지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던 아이들이 협동수업 들어가면 마지막까지 몰입해서 열심히 배운다.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서로 탐구하면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기적과 같은 일이다.”

지난 14일 전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에 참석한 사토 마나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교사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지난 14일 전주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에 참석한 사토 마나부 교수의 강연을 듣고 있는 교사들. 한국 배움의공동체연구회 제공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수업을 디자인한다’는 말을 한다. 이것의 의미와 구체적인 방법은?

“지금까지는 대부분이 목표달성 모형에 입각한 수업이었다. 교사가 지도안을 짜놓고 시간에 맞춰서 얼마나 달성했는지 검증하는 게 중요했다. 우리가 말하는 수업 디자인은 전체적인 구상을 가지고 아이들과 수업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플랜이 교사의 가르치는 활동에 대한 플랜이라면, 디자인은 아이들이 배우는 활동을 디자인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수업의 목표와 주제는 있다. 대신, 사전에 교사가 혼자 만들어놓은 게 아니라 아이들과 탐구해가면서 창조적으로, 유연하게 바꿀 수 있다.”

-한국의 혁신학교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가능성이 있나?

“현재 한국의 혁신학교는 교육개혁에 있어서 좋은 정책이며 귀중한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효율성보다 탐구과정을 중시하는 배움의 공동체 교육을 실천하는 학교도 많다고 들었다. 특히 진보교육감이 등장해서 혁신학교가 확대되고 긍정적 평가를 받는 것이 부럽다. 일단, 지역에 거점학교를 하나 만들어놓으면 빠르고 확실하게 퍼져나갈 것이다.”

-꾸준히 교육개혁을 외치고 있는데, 그 방향을 제시해 준다면?

“교육개혁은 위로부터냐 아래로부터냐 출발선을 놓고 항상 논란이지만, 어느 하나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다. 아래, 위로부터의 개혁이 하나로 만나고 연결돼야 한다. 그 방법을 찾아가야 하는데, 한국의 혁신학교가 그런 형태다. 교사들이 밑으로부터 개혁을 만들어서 위로부터 개혁과 맞물려서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배움은 인권의 중심이자 희망의 중심”이라며 “아이들의 배움에 대한 존엄을 지켜주기 위한 것이 배움의 공동체의 철학이고 비전”이라고 말했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배움의 공동체를 설파하는 그의 모습은 그동안의 성과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항상 처음처럼 끝까지 가자.” 배움의 공동체 만들기를 시작한 지 30년이 돼가는 그가 항상 하는 말이다. 그는 계획은 나선형으로 끊임없이 반복되면서 진행된다며 10년 뒤에도 이 일을 하고 있을 거라고 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출국장을 나선 그는 일본에 들어가 하루를 머무른 뒤 바로 인도네시아, 대만 등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 등 여러 나라에 배움의 공동체가 보급·확대되고 있다. 그의 목표는 학교 개혁을 위한 국제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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