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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문화는 ‘좋고 나쁘다’ 판단할 수 없다

등록 2012-08-27 14:12수정 2012-08-27 14:12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김광억 외, 한국문화인류학회, 일조각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김광억 외, 한국문화인류학회, 일조각
류대성 교사의 북 내비게이션
7. 다양한 삶의 즐거움
① 문화란 무엇인가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한경애, 그린비

<대중문화의 겉과 속 1~3>강준만, 인물과사상사

지구라는 행성에는 대략 70억명의 인간이 거주한다. 만약 ‘지구가 100명이 사는 마을이라면’ 24명은 밤에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고 17명은 글을 전혀 읽지 못하며 7명만 컴퓨터를 사용한다. 정보통신(IT) 강국 대한민국, 세계 10대 경제 대국에서 살고 있는 우리는 손으로 밥을 먹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고 인터넷이 안 되는 곳에서는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세상에는 우리와 생각과 삶의 방식이 다른 사람이 훨씬 더 많다. 우리는 그것을 문화의 차이라고 말한다.

한 사회에서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행동양식과 사고방식을 통틀어 ‘문화’라고 한다. 즉, 넓은 의미에서 문화는 인류가 살아온 과정과 결과를 망라하지만 좁은 의미에서는 그것이 지역 단위든 국가 단위든 다른 사회와 뚜렷이 구별되는 생각과 행동을 이르는 말이다. 따라서 문화는 좋고 나쁘다고 판단할 수 없으며 차이가 존재할 뿐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서 벗어난 악습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는 관점에서 다른 문화를 바라보는 여유를 가질 때 우리는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할 수 있다.

한국문화인류학회에서 펴낸 <처음 만나는 문화인류학>은 이처럼 다양한 문화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로 가득하다. 문화인류학자뿐만 아니라 사회와 역사 그리고 철학을 전공한 열네 명의 전문가들이 인간의 진화에서 경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에서 인류의 삶을 말해준다. “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배운 대로 본다’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한 표현”이라는 한경구의 말은 문화에 대한 우리의 관점을 그대로 드러낸다. 우리는 스스로 객관적으로 혹은 있는 그대로 본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 사회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생긴 하나의 관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양한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과정은 자기중심적 관점에서 벗어나 타인의 삶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과정이다. 이기적인 태도와 편협한 관점으로는 나와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먹고살 만큼만 일하면 안 되나, 일부일처제가 가장 합리적인 결혼제도일까, 인종, 종족 그리고 민족이란 무엇인가, 종교는 정치에 어떻게 이용되었을까,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인가 등 살아가면서 부딪치게 되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사람들의 삶을 통해 확인할 수도 있다. 인간의 진화, 여성과 남성, 혼인과 가족, 경제, 정치, 차별, 몸, 아름다움, 종교, 역사, 세계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문화인류학의 즐거움을 전해주는 이 책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워줄 뿐 아니라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해준다.

“다른 문화와 대면해야만 비로소 자신의 문화적 가치들이 절대적인 것이 아니며 자신의 삶의 방식이 유일하고도 필연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문화상대주의는 때때로 고통과 혼란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다른 문화와의 대면은 성장 과정에서 무뎌지거나 억압되었던 자신의 문화에 대한 의문과 호기심과 감수성을 회복시켜 준다. 즉, 자기 문화를 보다 잘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이 말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타문화에 대한 관심과 이해의 필요성을 직설적으로 말한다. ‘나’는 누구인가를 알기 위해서는 거울을 들여다보는 대신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화적 다양성에도 불구하고 모든 인간의 공통된 욕망 중에 하나는 ‘놀이’이다. 우리는 놀기 위해 일하고 일하기 위해서도 논다. 삶의 목적과 방법이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즐겁고 행복한 사람은 놀이의 즐거움을 아는 사람들이다. 한경애는 <놀이의 달인, 호모 루덴스>를 통해 우리 삶에서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류의 문화와 예술은 놀이에서 출발했으며 지금도 모든 사람은 놀고 있다. ‘미래를 위해 열심히 일(공부)해야 한다. 게으름은 죄악이다. 쉬지 말고, 놀지 말고 열심히 해라’라는 맹목적인 강요와 믿음이 계속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진짜 행복을 찾아가고 있는지 성찰이 필요하다.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는 대신 기쁨을 창조하라. 우리의 욕망, 우리의 성장, 우리의 실천, 우리의 놀이가 새로운 세계를 만든다”는 한경애의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법을 고민하게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창조해야 하는 놀이의 문화이며 즐겁고 행복한 삶의 방식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놀이와 문화를 고급 예술과 구별해서 대중문화라고 한다. 강준만은 <대중문화의 겉과 속 1~3>을 통해 엘리트와 상대되는 개념으로, 수동적·감정적·비합리적인 특성을 가진 ‘대중’(mass)의 문화를 분석한다. 특히 미디어에 의한 문화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이 책은 대중문화의 표면적 현상들에 감추어진 이면의 진실을 드러낸다. 대중문화를 움직이는 기본적인 시스템과 대중의 반응은 시간이 흘러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에스엔에스(SNS) 등 다양한 네트워크를 통해 매체와 방법만 조금씩 변할 뿐이다. 인터넷과 휴대폰을 중심으로 대중문화 현상을 분석하고 그 의미를 살펴보는 2권과 3권의 내용도 비슷한 관점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스마트폰을 비롯해 새로운 매체가 등장하고 대중은 새로운 문화를 새롭게 만들어가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변화의 흐름과 방향을 읽어내고 대중문화의 창조적 주체가 되기 위한 디딤돌로 적합하다.

시간은 내가 살아 있는 매 순간이며 삶 그 자체이다. 그 시간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구분 없이 연속적으로 흘러간다. 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는 문화를 확인하고 삶의 모습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이다.

류대성 용인 흥덕고 교사, <국어 원리 교과서><청소년, 책의 숲에서 길을 찾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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