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한국글로벌중학교 학생들이 케이티(KT) 아이티(IT)서포터스인 박은선 강사와 함께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을 하고 있다.
정보 제공자들이 청소년 보호방안 마련해야 고등학교 1학년인 ㄱ양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가장 먼저 스마트폰을 확인한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인터넷 게시판도 보지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역시 ‘카톡’이다. 그룹채팅방은 20개 정도 개설돼 있지만 얘기 내용은 별게 없다. 그냥 누구 한 명이 말을 시작하면 계속 이어지는 식이다. ㄱ양은 단체톡(여러명이 한꺼번에 대화하는 그룹채팅)이 오면 보기는 하지만 수도 많고 귀찮아서 주로 단둘이 대화하는 개인톡을 한다. 개인톡은 거의 하루 종일 한다. 한 번 시작해서 두 시간이 넘게 한 적도 있다. 간혹 공부하는 데 집중이 안 된다고 일부러 안 사는 아이들도 있지만 거의 대부분의 친구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학교에 가면 휴대폰을 반납해야 하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애들은 안 내고, 선생님께 제출한 아이들도 아이팟이나 아이패드로 계속 톡을 한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가 지난달 중순 3000만명을 넘어섰다. 스마트폰 열풍은 2009년 11월 애플 ‘아이폰’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면서 불기 시작했다. 아이폰 출시 3년도 채 안 돼 국민의 60%가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중독자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를 보면 청소년의 경우 인터넷중독(10.4%)보다 스마트폰 중독자가 더 많은 추세다. 지난해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실시한 ‘2011년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를 보면 10대의 스마트폰 중독률은 11.4%로 전체 중독률(8.4%)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소년의 경우 또래문화에 민감해서 친구들의 대화에 끼기 위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항상 손에 들고 다니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아 중독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얘기한 ㄱ양도 “아무것도 안 왔는데, 무의식적으로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게 돼서 공부하다 흐름이 끊기는 게 사실”이라며 “내가 생각해도 스마트폰 중독이 맞는 것 같다. 배터리가 없으면 너무 불안하다”고 털어놨다. ㄱ양은 귀찮은 걸 싫어해서 컴퓨터도 많이 안 했는데, 작년에 스마트폰이 생기면서 인터넷도 더 많이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한국글로벌중학교. 재학생 40여명이 강당에 모여 있다. 강사가 아이들에게 “‘중독’ 하면 떠오르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묻자 아이들은 저마다 “술”, “게임”, “담배요”라고 답했다. 케이티(KT) 아이티(IT)서포터스가 진행하는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 현장의 모습이다. 이날 수업은 스마트폰 중독 예방과 자가진단,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내용으로 진행됐다. 경기도 정보화기획담당관실은 올해 4월부터 케이티와 협약을 맺어 전국 최초로 스마트폰 중독 예방 교육을 하고 있다. 이 교육은 도내 232개 중·고교를 대상으로 하며 11월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아이들은 처음에 지루해하는 듯하다 스마트폰 중독을 비꼰 개그 프로그램의 한 코너를 편집한 영상을 보여주자 흥미로워했다. 일상생활에서 스마트폰을 터치하듯 상황이나 사람의 모습을 직접 손가락으로 늘리거나 넘기려는 개그맨의 모습에 아이들은 크게 공감하며 웃었다. 이후 박은선 강사와 함께 10개의 질문을 보고 해당되는 사항에 손가락을 접으며 스마트폰 중독 자가진단을 했다. 중독 초기 증상(4~7개)을 보인 학생이 12명, 심각한 상태(8개 이상)라고 나온 학생도 1명 있었다. 박은선 강사는 “중독 초기 단계가 중요하다. 단순히 스마트폰이 재밌어서 사용하지만 이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정상이 되거나 중독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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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IT서포터스 박은선-정상수씨 ■ 스마트폰 중독이란 정확히 무엇이며, 그 증상은 어떠한가? “스마트폰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통제력을 상실해서 피해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폰에 중독되면 학습이나 업무는 물론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생기고, 금단현상이 나타난다. 또 통제력을 상실하게 되며 눈이 나빠지는 등 신체적인 이상도 온다.” ■ 4월부터 교육을 다니고 있는데, 아이들의 반응은 어떤가? “반응은 사실 생각보다 밋밋하다. 아이들 대부분이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고 있어서 안타깝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웃고 넘기는 아이들을 보면 솔직히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안 하는 것보다 몇몇이라도 효과를 본다면 다행이다.” ■ 사실 스마트폰 중독은 비단 청소년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성인보다 청소년의 중독이 더 위험한 이유는? “성인도 자기 절제가 힘든데, 하물며 아이들은 더 어렵다. 또 자유로운 시간이 많으니 학교가 끝나면 자기 직전까지 스마트폰을 쥐고 있다. 컴퓨터는 그나마 엄마가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한데, 휴대폰은 자기 방에 들어가 공부한다고 하면서 숨어서 하니 중독되기가 더 쉽다.” ■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청소년 스마트폰 중독예방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뭔가? “학부모들이 함께 중독 예방 교육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꼭 필요하다면 스마트폰을 제대로 알고 아이들을 통제해야 한다. 어른들이 먼저 중독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대처하도록 예방 교육의 대상을 좀더 확대해야 한다.” ■ 실제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는 스마트폰 중독 예방책이 있다면? “내가 실제로 하고 있는 건데, 정말 급한 업무를 제외하고는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기로 남편과 합의했다. 또 식탁에는 절대 스마트폰을 갖고 오지 않는다. (박은선) 또 어느 선생님은 현관문에 상자를 만들어두고 집에 들어오면서 스마트폰을 넣고 집 안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도록 한다고 했다. 우리도 아이들을 만나면서 정말 심각하다고 느꼈다. 가족 구성원끼리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서 지키도록 노력하는 게 좋다.”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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