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논술 어떤 문제 나왔나
교사들 평가 엇갈려… 입학처장 “폐지 생각없다”
지난해 수시 모집 수리논술 문제를 단순풀이형으로 출제해 본고사 논란을 일으켰던 고려대가 9일, 전날 실시한 2006학년도 수시 1학기 논술고사 문제를 공개하고 본고사형이 아님을 적극 홍보하고 나섰다. 그러나 학교 현장에서는 여전히 본고사형 응용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 교육 당국의 대응이 주목된다. “수리논술 본고사형 아니다”=고려대 김인묵 입학처장은 이날 “지난해 수리논술은 풀어서 답을 구하는 문제가 많았지만, 올해는 수리논술도 언어논술처럼 정답이 없는 서술형 문제를 주로 냈다”고 밝혔다. 김 처장은 “이달 말 교육부가 논술 가이드 라인을 제시하면 그 테두리 안에서 논술고사를 치를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수리논술을 폐지할 생각이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서술형 문제의 채점 공정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언어논술의 경우 9등급으로 나눠, 세 차례에 걸쳐 채점하는 방법으로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리논술 어떤 문제 나왔나?=인문계·자연계 공통문제로는 △강 옆에 있는 염색공장의 생산량 변화에 따른 염색업자와 양식업자의 이윤을 표로 제시한 뒤, 양식업자와 염색업자가 어떻게 서로의 이윤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지 설명하라 △복소수는 왜 필요한지 설명하고, 복소수의 성질 중에서 실수의 성질과 구별 되는 것 세 가지를 찾아서 예를 들어 설명하라는 등의 세 문제가 나왔다. 이밖에 인문계에는 함수의 기본 개념을 친족 관계에 응용하는 문제, 자연계에는 유전자의 우열 관계를 바탕으로 사람들의 혈액형 비율을 추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는 문제 등이 나왔다.<문제 전문은 인터넷 한겨레(hani.co.kr)에 게재> 교사들 “본고사의 응용문제”=전교조 산하 전국수학교사회는 “옛 본고사 수학문제 중에서 맨 마지막 문제로 제시되곤 했던 고난도의 응용문제와 별로 다를 게 없다”고 밝혔다. 이인호 전국수학교사회 회장(서울 삼성고)은 “수학에 물리, 일상생활까지 접목시켜 종합적인 응용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라며 “현재의 수학 교육과정과 교과서 기술 체계, 입시에 종속돼 문제풀이에 매달려 올 수밖에 없었던 고교 교육 현실 등에 비춰 볼 때, 별도의 훈련을 받아야 풀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서울 한영고 이창주 교사(수학)는 “대체로 교과서에 나온 기본 개념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인 것 같다”며 “문제풀이 중심의 학원보다는 오히려 학교에서 더 잘 가르칠 수 있는 유형”이라고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그동안 학생들이 문제풀이 위주의 공부에 쫓기다 보니 기본 개념을 바탕으로 여유있게 사고를 확장할 시간이 부족했던 게 사실”이라며 “이런 시험에 대비하려면 학교 수업방식이 체험·토론 위주로 바뀌어야 하는데 문제풀이 중심의 수능시험 때문에 가능할지는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종규 이순혁 기자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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