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세계 체험 주간에 한 학교 학생들이 자동차 업체를 찾아 자동차가 생산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2013 대입 정시, 학과 선택 이렇게
신설, 통합, 분리, 폐지되는 학과 추이 살펴야
융합·글로벌·금융 붙이는 통섭학과 늘어나
신설, 통합, 분리, 폐지되는 학과 추이 살펴야
융합·글로벌·금융 붙이는 통섭학과 늘어나
대학 입시 상담을 하다 보면 수험생과 학부모 모두 지원하려고 하는 학과나 전공에 대해 ‘무엇을 배우나’, ‘졸업하면 무엇을 하게 되나’, ‘앞으로 유망한 학과인가’ 등의 질문들을 적지 않게 쏟아낸다. 물론 성적으로 합격이 가능한지를 먼저 의논하고 난 뒤 얘기다. 수험생들이 적성과 흥미를 대학·학과 선택 때 우선순위로 두면서 성적에 맞춰 대학을 선택하던 시대는 지났다고 하지만, 여전히 입시 현실에서 대학과 성적을 분리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4년제 대학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 자료에서는 대학 선택 요인 1순위는 ‘성적’ 37.7%, ‘본인의 적성과 희망’ 29.8%, ‘대학의 사회적 평판’ 21.4%, ‘취업전망’ 7.1%로 나타났다. 그리고 대학과 학과 중 우선 선택은 ‘대학을 먼저 선택한 후 전공을 선택’ 32.0%, ‘전공을 먼저 선택한 후 대학을 선택’ 50.6%, ‘대학과 전공을 동시에 고려’ 17.4%로 나타났다.
적성과 흥미, 진로 설계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려 해도, 막상 입시라는 급박한 상황에 놓인 대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는 성적에 따라 당장 유리한 대학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순간의 선택이 평생을 좌우한다는 말처럼 급한 마음일수록 놓치기 쉬운 학과선택 기준을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직업의 세계는 시대마다 변화해 왔고, 그에 따라 유망한 직업 역시 바뀌어 왔다. 부모세대에서 인기 있던 직업이 현재에는 사회 환경의 변화로 인해 희소성이 떨어지기도 하고, 과거에 별다른 전망이 없어 보이던 직업들이 현재에는 인기 직종으로 부상되기도 하며, 예전에 없던 직업들이 생겨나기도 한다. 대학 학과들 역시 변화하는 사회에서 생존하기 위해 신설, 통합, 분리, 폐지 등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올해 건국대학교는 융·복합 교육혁신을 추진하면서 생명과학과와 특성화학부를 통합해 생명특성화대학을 신설했다. 또 자연계열 내의 학부와 학과군을 개별 학과단위로 모집단위를 분리했다. 가천대학교(글로벌) 경찰안보학과, 글로벌경영학트랙과와 단국대학교(죽전) 상담학과는 올해 신설됐고, 경희대학교(국제) 동서의과학과와 서울시립대학교 자유전공학부는 폐지됐다. 신설된 학과와 분리 또는 통합으로 모집단위가 변경된 학과는 입시 기관별로 배치점수가 크게 다를 수 있고, 다른 학과에 비해 경쟁률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안정 지원을 할 때 유의해야 한다.
현재 인기 있는 직업이 10년 후에는 비인기 직업이 될 수 있으며, 현재는 별 볼 일 없는 직업이라 하더라도 몇 년 후에는 유망 직업이 될 수도 있다. 직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학과나 전공 선택 역시 마찬가지다. 5~6년 전만 해도 의예과와 더불어 선호도가 꽤 높았던 한의예과는 최근 지원자가 대폭 줄고 합격선이 낮아지고 있다. 올해 정시에서 가천대학교(글로벌), 경희대학교, 대전대학교, 세명대학교, 우석대학교 등은 기존 자연계열과 함께 인문계열 모집단위에서도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다. 교육대학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 교원 선발 인원이 줄어 지난해 교육대학의 경쟁률은 경인교대 1.77 대 1, 서울교대 1.95 대 1로 수도권 교육대학의 경쟁률이 2 대 1을 밑도는 수준이며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전망이다.
현대 사회는 변화의 속도가 빨라서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전문인 수요 역시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이에 발맞춰 최근 대학의 특성화학과(학부)는 경상계열, 아이티(IT)산업, 생명과학, 첨단산업 등 어느 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개설되고 있다. 특히, 각 대학들은 과학과 인문적 소양을 고루 갖춘 글로벌한 차세대 리더를 키우기 위해 각종 경제적 혜택과 연구 지원, 해외 연수, 졸업 후 진로 등 전폭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따라서 특성화학과에 대한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다른 인기학과에 비해 표면적인 경쟁률은 높아 보이지 않을 수 있지만, 상당수 상위권 학생들이 소신지원을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합격선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신설되는 특성화학과에는 융합, 글로벌, 금융 등이 이름에 붙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계열 간 또는 학과 간을 통섭하는 추세가 일반적이다. <아래 표 참고>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한 연구에 따르면 10년 후 직업 세계의 8대 메가트렌드 가운데 산업과 기술의 융합형 직업 확대, 글로벌화를 이끄는 직업의 확대 등이 포함된 것은 이를 반증해 주고 있다. 또한 새롭게 부상할 미래 직업으로 기후변화경찰, 마인드리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보안전문가, 로봇감성치료전문가, 국제변리사, 융합컨설턴트, 개인여가컨설턴트, 노인말벗도우미, 복고체험기획자 등이 소개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가천대학교(글로벌) 글로벌경영학트랙과는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전문 경영인 육성을 목표로 졸업 후 진로도 보장하며, 수능 성적 일정 수준 이상 수험생에게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원한다. 숭실대학교 금융학부는 세계적인 금융리더를 육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으로 운영된다. 인하대학교 글로벌금융학부는 통계학 분야와 연계성을 지닌 교과과정을 통해 금융공학과 관련된 심화학습을 실시한다. 또 한양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과는 완성차 및 핵심부품 기업들과 협력하며 융합기술, 전기·전략·전자·아이티 등 융·복합과정의 커리큘럼으로 운영된다. 이들 특성화학과에 지원 가능한 수준은 대학·학과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영역별 평균 백분위 85~95 수준이다. 지난해 경쟁률은 대학별·입시군별로 다양하지만 주로 5 대 1~10 대 1 내외였고, 여대의 경쟁률이 다소 낮은 편이었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자신만의 목표가 있다는 것이다. 목표를 향해 나아가며 자신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결국 성공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학과 선택에서도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공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 연계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평소 학과를 정해 놓았다가도 막판 원서를 쓸 때에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과에 지원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경우 십중팔구는 학과에 적응을 하지 못해 고전하거나 결국 편입, 휴학 등을 하게 된다. 초기에 자신이 목표로 했던 학과에 맞춰 입시전략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2011년 4년제 대학 졸업자 29만8000명 중 취업자는 14만4000명밖에 되지 않는 현실에서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 학과 선택은 그야말로 사회에 나가기도 전에 스스로를 더 힘들게 만들 뿐이다. 대학 이름만 보고 들어간 학과에서 자신의 전공에 만족하지 못한 채 4년을 보낸 뒤 청년 실업을 겪는 건 당연한 이치인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현실에서는 성적에만 급급하여 진로에 대한 준비는 미흡한 실정이다. 대학진학이나 진로에 대한 결정에서도 자신의 생각보다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권유 또는 성적에 큰 영향을 받고 있다. 그러나 적성이나 흥미에 맞지 않는 진로 결정은 대학 진학 후에도 많은 시행착오와 혼란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성적에만 맞춰 학과를 선택할 경우 학과에 대한 만족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또다시 대학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된다. 자신의 전공 학과에 대해 불만이 있는 학생들의 과반수가 복수 전공이나 편입, 전과 등을 통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통계 결과가 이를 나타낸다. 또한 정시 지원을 앞둔 시기에 학과나 대학 선택에 있어서 부모와 갈등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학과를 선택하는 것이 최선일까? 학과 선택에서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기준은 없다. 왜냐하면 사람마다 특성, 즉 소질과 적성, 흥미, 가치관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직업 환경의 변화에 대한 충분한 관심을 가지고 올바른 정보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설계하려는 신중한 태도일 것이다.
이치우 비상교육 입시평가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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