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고 학생들이 방과후학교를 통해 기타, 보컬 트레이닝 수업을 듣는 모습. 퇴계원고 제공
방과후학교는 학교가 처한 여건이나 상황에 따라 다양한 강좌를 개설할 수 있다. 하지만 고교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해 방과후수업을 개설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강좌가 교사의 주도 아래 개설된다. 방과후학교 대상에서 수상한 학교들의 경우는 어떤 방식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하고 있을까? 방과후학교가 잘 안착한 이유는 뭘까?
경기도 안산 강서고의 방과후학교 강사는 모두 교사가 한다. 얼마 전까지는 교과 과목 위주의 프로그램이 주를 이루었기 때문에 방과후학교보다는 보충수업의 의미가 컸다. 하지만 이젠 다양한 분야의 수업을 듣고, 특기와 적성, 진로까지 탐색하는 과정이 됐다.
방과후학교의 안착을 위해 학생과 교사 사이에 신뢰를 키우는 노력부터 했다. 학생들한테는 방과후학교라고 할 때 수업은 별로일 거고, 특기적성의 경우에는 비전문적일 것이라는 불신이 있기 때문이다.
학교 쪽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특기적성 분야의 경우도 외부 강사를 일체 쓰지 않고, 교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교사 이름을 걸고 강좌를 개설하는 강의 실명제를 운영한다. 정진호 교사는 “강의 자체에 교사의 이름이 들어가기 때문에 교사는 강의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강의를 더욱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학생들은 교사를 신뢰하게 된다”며 “뿐만 아니라 강의가 끝난 후에는 의무적으로 강의를 수강한 학생들에 한해 강의에 대한 평가를 내릴 수 있는 설문조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교사에게 보여주기 때문에 다음번에 같은 강의를 개설하게 될 경우 학생의 의견이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고의 방과후수업 강좌는 다른 학교와 비교할 때 종류가 다양하다. 교과와 연동된 수업도 있지만 보컬 트레이닝, 통기타, 우쿨렐레, 농구, 야구 등 학생들의 진로나 취미에 따라 들을 수 있는 수업이 방과후에 개설된다. 현재는 폐강됐지만 한때는 메이크업을 가르쳐주는 수업이 개설된 적도 있었다. 모두 학생 수요조사를 바탕으로 개설한 강좌들이다.
교과와 연동된 수업일 경우에도 가만히 앉아 강의만 듣는 방식은 아니다. 올해 고3이 되는 한지수양은 “생명과학 분야로 진로를 정했다. 입시가 코앞이라서 기왕이면 관련된 수업을 듣는데 과학 수업도 그냥 문제풀이만 하는 보충수업이 아니라 직접 실험실에서 실험을 해보는 식의 창의적인 수업이라 흥미롭다”고 했다. 이런 수업들은 보통 5~10명의 소규모로 진행해 일종의 동아리처럼 꾸려진다.
전체 학생의 약 3분의 2가 차상위계층. 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방과후학교 수강료에 대한 부담이 없도록 지원을 한다. 김연식 교사는 “차상위계층의 학생들에게는 약 10주에 1만원 수준의 저렴한 비용으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방과후학교가 활성화되려면 학생이 학교라는 공간 자체를 좋아해야 한다. 정규 수업부터 방과후학교까지 수업을 들으려면 하루 종일 학교에 머물러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교사와 학생 사이의 친밀감이나 신뢰도는 중요한 요소다. 퇴계원고의 경우는 이런 취지로 전 학년과 전 교사를 상대로 사제동행 프로젝트도 운영한다. 목요일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축구를 즐기는 ‘사제동행 한마음 축구’나 월 2회마다 학생과 교사가 함께 어우러져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등의 장기자랑을 선보이는 ‘사제동행 수요 음악콘서트’가 대표적이다.
퇴계원고는 교육과학기술부 선정 사교육 절감형 창의교육학교로 지정되어 교과부로부터 비용 지원을 받고 있다. 하지만 비용적인 지원만 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 학생에 대한 학교의 주기적인 관심과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노력이 있어야만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 강명숙 교장은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원하는 수업이 어떤 것인지를 면밀하게 파악해서 방향성을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했다.
<아하!한겨레> 8기 학생수습기자
강다은(삼천포여고) 최아영(효명고)
<한겨레 인기기사>
■ 사면대상 밀실 선정…대통령 권한 내세워 ‘비리 측근 구하기’
■ 브라질 나이트클럽서 불꽃쇼 하다 화재…232명 사망
■ 카이스트 신입생 등록률 84%, 사상 최저 왜?
■ 최재경 중수부장, 사찰 핵심물증 틀어쥐고 시간끌었다
■ 원자력연구원, 하청직원 노조 탈퇴·소 취하 종용
경기도 남양주시 퇴계원고 학생들이 방과후학교를 통해 기타, 보컬 트레이닝 수업을 듣는 모습. 퇴계원고 제공
■ 사면대상 밀실 선정…대통령 권한 내세워 ‘비리 측근 구하기’
■ 브라질 나이트클럽서 불꽃쇼 하다 화재…232명 사망
■ 카이스트 신입생 등록률 84%, 사상 최저 왜?
■ 최재경 중수부장, 사찰 핵심물증 틀어쥐고 시간끌었다
■ 원자력연구원, 하청직원 노조 탈퇴·소 취하 종용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