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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특별한 학교’의 오해 혹은 진실

등록 2013-02-18 10:15

2008년 8월21일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고 진학을 위한 학부모 입시전략 설명회의 모습이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2008년 8월21일 노원구민회관에서 열린 특목고, 자사고, 국제중고 진학을 위한 학부모 입시전략 설명회의 모습이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자사고, 입시위주 수업과 다양한 교육적 실험 주장이 양립해
초중등에 비해 인기 없는 혁신고, 중상위권 빠져나간 일반고
정부가 입시제도나 새로운 교육정책을 발표할 때마다 사교육시장만 들썩이는 게 아니다. 각종 ‘특별한’ 학교들의 인기도 오락가락한다. 자율형 사립고(이하 자사고)의 미달사태가 올해도 이어졌다. 2013학년도 지원현황(1월21일 기준)을 보면 지원율이 1.60이었던 2011년도에 비해 올해 자사고 평균 지원율은 1.42다. 전체 49개교 중 미달 학교도 2011년 10개교에서 지난해 14개교까지 늘었다가 올해 현재까지 12개교인 상태다.

이번에 정원 미달된 서울의 한 자사고 교사 ㄱ씨는 “근본적인 문제는 수요공급이 안 맞는 것”이라며 “중학교 내신 상위 50%, 일반고 세 배 이상의 등록금을 낼 수 있는 경제적 능력, 본인의 지원 의지라는 세 가지 조건을 다 가진 학생이 지원생의 전부인데, 이 수가 자사고 전체 정원을 채울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사고의 강점은 획일화된 공교육 시스템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적인 부분을 시도하고 도전하는 것이다. 가령, 동아리나 체육활동을 활성화시켜서 건강한 인성을 길러내는 것처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입시 결과가 학생 유치와 관련돼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교사들도 입시 위주의 교육이 정답이며 그래야 애들이 많이 온다는 쪽과 아이들의 인문학적 소양과 주체성을 기르도록 교육하자는 쪽이 양립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실제로 자사고가 일반고에 비해 융통성을 발휘하거나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더 많은데도 자사고가 입시 위주의 흐름에 오히려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돈 많은 사람들이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운영된다고 바라보는 것처럼, 경제적 논리에서 교육 불평등만 부각되다 보니 자사고의 교육적 의미는 사라지고 일부의 욕구를 채워주는 것처럼 비치는 것도 사실이다.

ㄱ교사는 “자사고는 애초 수요공급에 대한 예측이나 제대로 된 교육현실에 대한 조사 없이 실행한 실패한 정책”이라며 “서울의 경우 자사고를 10개 이내로 줄이고 원래 취지대로 그 학교만의 색깔을 살려서 탐구수업 위주, 토론 위주 학교 등 다양한 교육적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정부가 지원해서 등록금을 일반고와 같게 하고 누구나 선택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다.

혁신학교의 경우 초·중등 과정은 인기가 높아져 주변 집값이 오른다고 할 정도이지만 고등학교는 사정이 다르다. 경기도의 한 혁신고 혁신부장인 ㄴ교사는 “혁신부장 모임에서 부모들이 초·중등은 혁신학교를 선호하지만 고등학교는 반대라고 들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수업이 어릴 때는 허용되는데 대학입시를 코앞에 두고 있는 고등과정은 안 된다는 것”이라며 그는 실제 혁신중학교 출신들이 인문계학교를 지원하고 혁신고등학교에서는 실제로 입시를 앞두고 중도 탈락하는 학생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대입전략에 대해 “학생들이 보통 입학사정관제로 대학을 많이 간다. 하지만 혁신학교는 설립 취지 자체가 입시를 지향하는 학교는 아니다”며 “학생들의 자율적 활동이나 체험활동,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을 많이 해주기 때문에 그런 것들이 모여서 자연스레 스펙이 되는 거지, 대입을 위해 일부러 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한편, 중상위권 아이들이 자사고나 특목고로 빠져나가는 일반고의 고충도 크다. 서울 성심여고의 권기하 교사는 “수준별 분반 수업을 하는데 예전에는 상위 레벨 아이들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 수가 확 줄었다”며 “수시는 내신이 중요하니까 크게 영향이 없지만, 정시에서는 수시 비중이 늘었다고 해도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에 가는 학생 수가 10%는 줄었다”고 말했다.

권 교사는 고교 다양화 정책이 서로에게 불리한 경쟁구도를 만든다고 지적했다. “사실 과학고나 특목고에 가는 중학교 내신 최상위권은 일반고에 오면 아깝지만 상위권은 자사고 간다고 더 유리한 게 아니다. 일반고에서도 진학시스템이 갖춰진 곳은 충분히 관리하고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사고 때문에 프리미엄을 얻는다는 건 일부 상위권 아이들 얘기다. 중학교 때 날고 기던 아이들이 자사고 하위 10%가 되니까 공부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못 견뎌 전학을 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특목고나 자사고를 늘리는 것은 “교육의 계급제도를 만드는 차별적 정책”이라고 얘기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수월성 교육, 경쟁력이라는 미명하에 손 놓고 일반 서민들에게 교육비를 부담하도록 전가하는 꼴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외고 가려고 난리쳤다가 지금 인기가 시들해진 것처럼 머지않아 자사고의 허상도 알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타임교육의 박승식 특목사업본부장은 “특목고나 자사고가 좋은 대학을 가는 데 여전히 유리하고 실제 대학입시 결과도 좋다”며 “그 학교 학생들이 체계적인 비교과 활동이나 심층면접에 강하고 내신반영 방식도 중요 상위권 대학의 경우 많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내신 반영을 전 과목 석차 백분율이 아니라 상위 10단위만 제출하도록 하는 대학의 경우 특목고 아이들에게 유리한 요강이고, 상위권 대학들이 실제로 많이 만들고 있다고 했다.

또 “자사고는 일반고에서 간판만 바꿔 다는 게 아니라 학비를 올려 받는 만큼 투자와 변화가 충분히 이루어졌는지가 중요하다”며 “몇몇 자사고의 경우 여전히 경쟁력이 있다. 미달하는 곳은 지역적 성향과 더불어 입시 결과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박 본부장은 “평가나 인식하기 나름이지만 학부모나 학생의 입장에서 고등학교의 목적은 대입이다. 특목고나 자사고 학생이든 일반고 학생이든 대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학교 또한 학부모들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다. 학교가 대입을 외면하면 학교 존립 여부의 문제가 될 수도 있다. 교육 본연의 목적과 입시에 대한 목적을 얼마나 잘 어울러 내느냐가 관건이지만,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를 고르고 많이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대학을 가는 것은 학생들의 선택이자 몫”이라고 덧붙였다.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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