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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길을 찾아서] 전두환정권 통일협의회 구성 사사건건 방해/ 오재식

등록 2013-04-18 19:59수정 2013-04-19 09:27

1982년 봄 10년 만에 귀국한 오재식(맨 왼쪽)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선교훈련원과 통일위원회를 맡자마자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에 요청해 재정지원을 받아냈다. 사진은 88년 11월 제네바한인교회 창립 10돌 기념예배 때로, 세계협의회 초청으로 ‘한반도 통일기원 국제회의’에 참가한 북한기독교 대표들도 함께했다.
1982년 봄 10년 만에 귀국한 오재식(맨 왼쪽)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의 선교훈련원과 통일위원회를 맡자마자 스위스 제네바의 세계교회협의회에 요청해 재정지원을 받아냈다. 사진은 88년 11월 제네바한인교회 창립 10돌 기념예배 때로, 세계협의회 초청으로 ‘한반도 통일기원 국제회의’에 참가한 북한기독교 대표들도 함께했다.
오재식-현장을 사랑한 조직가 74
1982년 5월 오재식은 한국으로 돌아왔다. 이어 7월부터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의 선교훈련원장 일을 시작했다. 선교훈련원은 김관석 목사가 각 지역의 젊은 목회자를 대상으로 사회와 국제 문제를 중심으로 교육하고자 만든 곳이었다.

그 무렵 김 목사는 교회협의회 총무 임기를 마치고 <기독교방송>(CBS) 사장을 맡고 있었고, 그 후임 총무는 김소영 목사였다.

재식의 선교훈련원장 시무식날 김 총무는 오찬 자리를 마련해 환영을 해주었다. 그 자리에는 평소 친분이 있던 금영균 목사도 함께했는데, 예장의 보수교단 출신인 김 총무를 의식해서인지 금 목사는 재식에게 자꾸 ‘그를 잘 모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가 참 ‘막돼먹은 놈’이지만 선교원에 있는 동안 선배님을 절대 배신하지 않겠습니다. 걱정 마세요.” 재식은 이렇게 다짐을 하고, 즐거운 분위기 속에서 세 사람은 세가지 합의를 했다. ‘절대로 뒤통수치지 않기, 모든 일을 사전에 의논하기, 스포츠맨 정신으로 인간관계 지키기’가 그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선교원에 출근해 재정 상태를 살펴보니 원장인 재식은 차치하고라도 직원들 월급도 줄 수 없을 정도로 예산이 바닥이었다. 재식은 세계교회협의회(WCC) 선교부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러자 세계협의회에서는 한국협의회를 도울 유럽의 재단들을 제네바로 불러 모았다. 김 총무와 함께 제네바로 간 재식은 회의장을 가득 메운 유럽 기독교단체장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네덜란드에서 온 밴 바빙크의 실무자가 한 얘기는 감동을 넘어 막중한 책임감까지 느끼게 했다. 그는 비행기 삯이 비싸서 암스테르담에서 제네바까지 12시간에 걸친 야간열차를 타고 와 새벽에 역에서 세수만 하고 겨우 회의장에 도착했다는 얘기였다. 재정이 넉넉한 단체인데도 그렇게 철저하게 비용을 아껴서 한국협의회를 돕는다는 사실이 재식에겐 충격으로 와닿았던 것이다.

제네바 회의에서 김 총무는 앞으로 선교훈련원에서 해야 할 일들과 한반도 통일을 위해 한국 교회가 해야 할 일들을 소개하는 사업설명서를 발표했다. 그 결과, 교회협의회는 컨소시엄을 통해 꽤 많은 예산을 지원받을 수 있었고, 선교훈련원도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 원장 취임 3개월 만이었다. 그때부터 김 총무는 재식에게 무조건적인 신뢰와 더불어 모든 일을 일임해주었다.

선교훈련원이 자리를 잡자 재식이 해야 할 일들과 하고 싶은 일들이 쏟아졌다. 그는 우선 젊은 목회자들을 교육하기 위해 훈련원 안에 14개 지역협의회를 꾸려 에큐메니컬(교회일치) 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지역마다 따로 구성된 기독교 교단들의 협력을 이끌어내고자 교단협의회도 만들어 차근차근 일을 해나갔다. 김 총무는 전향적이고 긍정적인 카리스마로 예장 지도자들의 지원을 유도해냈고, 가장 큰 교단인 예장이 앞장서니까 교단협의회를 통한 다른 교단들의 협조도 순탄하게 이뤄졌다.

교회협의회에는 81년 분단국이라는 공통점을 매개로 교류해온 독일 교회와의 협력을 통해 통일위원회도 구성돼 있었다. 통일을 위한 에큐메니컬 여론을 협의하는 창구였다. 통일위원회 위원장인 김형태 목사는 재식의 귀국을 누구보다 반가워했다. 그는 김 총무와 이미 논의했다며 국제 경험도 많고 민주화운동을 통해 통일 문제에 대해서도 잘 알지 않느냐며 재식에게 통일위원회도 함께 맡아달라고 제안했다.

고 오재식 선생
고 오재식 선생
‘일벌레’ 재식은 할 일이 많아지니 좋다며 흔쾌히 승낙을 했다. 나중에는 선교훈련원보다 통일위원회 일에 열정을 쏟기 시작했다. 예산을 확충하는 한편 훈련원의 조이제·구창완 간사도 통일위원회에서 같이 일하도록 했다.

82년말 재식은 통일협의회를 연다고 공고를 했다. 그런데 경찰 쪽에서 미리 알고 사사건건 방해를 했다. ‘5·18’과 ‘12·12 쿠데타’를 통해 무력으로 집권한 신군부의 전두환 정권에서 통일은커녕 평화라는 말도 꺼내지 못할 정도로 공안통치를 하던 시국이었으니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공개적으로 통일협의회를 연다고 하니 치안을 담당한 경찰은 골치 아픈 일이 생길까봐 노심초사했던 것이다.

오재식 구술
구술정리 이영란 <나에게는 꽃으로 다가오는 현장> 엮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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