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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아이와 함께 아프리카 330일…“자연에서 용기·지혜 얻었죠”

등록 2013-05-20 22:40수정 2013-05-21 14:07

아이들과 떠난 330일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담은 양희씨의 책<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 오른쪽은 아프리카 케냐 나이바샤 호수에 갔을 때 버펄로무리 앞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엄마 양희씨, 큰아들 허윤, 작은아들 허준군.
아이들과 떠난 330일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담은 양희씨의 책<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 오른쪽은 아프리카 케냐 나이바샤 호수에 갔을 때 버펄로무리 앞에서 찍은 사진. 왼쪽부터 엄마 양희씨, 큰아들 허윤, 작은아들 허준군.
[함께하는 교육]
큰아들이 초등학교 5학년, 작은아들이 7살이 됐다. 누구는 논술을, 누구는 영어몰입교육을 해야 한다고 했다. 윤이, 준이네 부모는 좀 달랐다. 모두가 바라보는 쪽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을 하자.’ 생각 끝에 내린 결론이었다. “아프리카에 한번 가보지그래?” 언젠가 지인이 했던 말이다. ‘그래. 얼룩말과 뛰어놀고, 아프리카 친구들을 사귀는 거야.’

2010년 7월, 아빠는 빼고 엄마와 두 아들은 짐을 쌌다. 엄마 양희씨는 얼마 전, 아이들과 떠난 330일의 아프리카 여행기를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달)에 담았다.

‘무한경쟁’ 밀림 반대편을 꿈꿨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두 아이 데리고 케냐로 갔다
아이가 말했다,
“잘왔다 아프리카”
엄마는 그 이야길 책으로 냈다

아프리카행에 불을 지핀 건 용인 동백지구 엄마들의 온라인 카페 모임인 ‘동백엄마들의 모임’의 응원이었다. “누군가 ‘정신 차리세요’라고 댓글을 달았다면 접었을지 모릅니다. 모두 ‘무한경쟁’이라는 밀림의 반대편을 꿈꾸고는 있죠. ‘내가 잘 다녀오면 누군가도 용기를 내 보겠지’ 싶었습니다.”

세 가족이 거처를 잡은 곳은 아프리카 케냐 나이로비. 아이들은 “엄마랑 하루종일 같이 있게 돼 좋다”는 말부터 했다. 한국에선 바쁜 탓에 해주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졌다.

아프리카가 두 아이한테 소개한 가장 큰 선물은 ‘자연’이라는 이름의 교사였다. 세 가족은 일 년에 세 학기 사이사이 한 달씩 주어지는 방학마다 여행하러 다녔다. 책만 보던 공부가 아닌 자연을 탐험하는 산 경험의 기회였다.

아이들은 헬스게이트 국립공원에서 기린과 얼룩말이 보는 가운데 자전거를 탔다. 둘째 허준군은 다섯 번이나 넘어졌지만 8㎞를 끝까지 달렸다. 계곡 중간중간 부글부글 끓는 유황 온천이 작게 솟아나고 있어 ‘지옥의 문’으로 불리는 헬스게이트 주변 협곡에서는 인디아나 존스 주인공처럼 비장한 얼굴로 암벽에 붙어 아슬아슬 걸었다. 매해 6월이면 수천 마리의 버펄로가 죽음을 무릅쓰고 건넌다는 마라강도 만났다. 마사이마라 국립보호구에서는 책에서나 보던 동물들을 몽땅 만났다. 사자·기린·임팔라·코끼리 등이 그들 땅에서 그들만의 고단한 삶을 살아갔다.

아이들이 말했다. “사자는 언제나 사냥에 성공하는 줄 알았어요. 배고픈 사자도 불쌍하고, 임팔라도 가엽고….” 양씨는 “동물들이 그들 마을에서 그들 방식으로 살아가는 걸 보며 우린 그들 사이를 지나는 또다른 생명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씨는 자신을 ‘아프리카맘’이라고 했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두가 알려준 길도 우기의 갑작스러운 폭우를 만나면 순식간에 사라져버렸다. 가르쳐 준 대로만 갈 수 없는 곳이었다.

“책상 앞에서 책만 보는 게 아니라 자연 속에서 자연의 질서, 생명의 힘 등을 느끼면서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는 용기, 지혜 등을 갖게 해주고 싶어요. 그게 아프리카맘의 철학입니다.”

아프리카를 만난 뒤 아이들이 많이 달라졌다. 축구게임에서 지면 화를 내던 큰아들 허윤군은 승부에 관계없이 축구 자체를 즐기는 아프리카 친구들을 닮아갔다. 낯선 환경에 있어본 경험 덕인지 소외당하는 것 같은 반 친구를 살피며 또래 상담을 하는 마음 씀씀이도 보였다. 허준군은 무엇이든 잘 먹고 누구와도 잘 놀며 물건을 아낀다. 무슨 일이든 포기하지 않는 버릇도 생겼다.

더불어 얻은 건 영어실력이다. 케냐 공립학교는 단기여행자를 학생으로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립학교에 보냈다. 그나마 영어로 된 수업을 따라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학생 수가 적고, 수업료가 저렴하고, 가능한 한 영국식 교육을 하는 학교인 ‘스쿨 오브 더 네이션스’(School of the Nations)를 택했다. 이 학교의 1인당 학비는 연간 600만원.

양씨는 “한국에서 쓰는 1년치 학원비면 아프리카행 비행기표 값, 학비 등을 뺄 수 있다. 생활비는 한국에서 쓰던 규모로 썼다”고 했다. 처음에는 걱정했지만 아이들은 6개월 뒤 또래와 비슷하게 학업을 따라갈 정도로 잘 적응했다. 허 준군은 초기에 “엄마, 학교 안 가면 안돼요?”라고 말하곤 했지만 교사들의 충분한 관심 속에 안정을 찾아갔다. 평소 산만해지곤 했던 허윤군의 행동은 담임교사한테 “사교적이고 호기심이 많다”고 긍정적으로 평가받았다.

양씨는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게 꼭 아프리카를 가보라고 하는 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어디여도 상관없습니다. 아무 데도 안 가도 되죠. 중요한 건 아이와 내가 진짜 좋아하는 것, 지금 아니면 안 되는 게 뭔가를 찾아보는 겁니다.”

글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사진 양희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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