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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너무 일찍 성인 되기 싫어요!”…고함치는 남고생들

등록 2013-05-28 08:33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성동고에서 ‘고함, 내 안의 소리치는 울림’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42명의 남학생이 마음속 이야기를 소리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성동고에서 ‘고함, 내 안의 소리치는 울림’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42명의 남학생이 마음속 이야기를 소리치는 모습을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제공
‘내 안의 울림’ 담은 사진 전시회
지난 23일 서울 중구 성동고에서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한데 사진 내용이 독특했다. 입을 힘껏 벌리고 ‘고함’치는 남학생 42명을 찍은 사진들이다. 높이 2.6미터, 가로 1.8미터로 성인 키를 넘는 크기였다.

자세히 보면 고함치는 모습이 제각각이었다. 3학년 조준희군은 눈을 감고 이빨이 툭 튀어나오도록 소리친다. 1학년 승인이는 강당에서 두 팔을 번쩍 치켜들고 고함을 지른다. 허리가 뒤로 젖혀질 정도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악” 소리를 내는 아이는 2학년 송민우군이다.

아이들은 속 시원하다는 표정이었지만 ‘청량감’은 없었다. 어딘지 모르게 우울한, 또는 짓눌려 있는 듯한 분위기였다.

“왜 이런 사진을 찍었냐고요? 답답하니까요. 여기서라도 소리쳐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야 하니까요.”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1학년 이인복군의 말이었다. 매월 5월 넷째 주는 유네스코에서 선포한 세계문화예술교육 주간이다. 성동고 학생들이 참여한 ‘고함, 내 안의 소리치는 울림’ 프로젝트는 이 행사 주간에 마련된 세부 행사 중 하나였다. 42명의 남고생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마음속 이야기를 사진과 영상에 담았다.

영상 속 아이들은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엄마 아빠는 우리보고 아직 애 같다고 하지만 우리는 일찌감치 성인이 돼버려요. 아니 성인이 될 것을 강요받아요. 좋은 대학 가는 게 인생을 좌우한다고 하시잖아요. 좋은 대학 가야 하는 이유가 뭔가요? 커서 어른 구실 제대로 하기 위해서죠? ‘어른 구실’이라는 의무감이 싫었어요.”

3학년 조준희군은 “우리는 벌써 뭘 해서 먹고살지를 고민해야 한다. 평소 개인적 고민을 얘기해도 부모님은 ‘고3인데 네가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다면 그런 생각을 안 할 텐데’라며 핀잔을 준다”고 했다. “좋은 대학 가야 돈을 잘 번다고…. 무조건 돈을 많이 벌어야 한대요. 그래야, 가정이 여유롭고 부부싸움이 없대요.” 다른 학생이 거들었다.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 하고, 운동도 공부도 남보다 잘해야 하고, 그러면서 힘들어도 ‘사나이답게’ 절대 내색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남성 의무 이데올로기’에 찌든 생활이 이 아이들을 고함이라도 한번 마음껏 지르고 싶도록 만들었던 게 아닐까? 최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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