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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건국대 논술 문제, ‘쉽지만은 않은’ 난이도

등록 2013-08-21 15:35수정 2013-08-21 15:36

[함께하는 교육] 수시논술 숨은 해법
1. 건국대<인문사회계1(120분, 흑색볼펜, 수정액 사용불가)>

2013학년도 건국대 논술우수자전형의 인문·자연계 전체 경쟁률은 36.5:1이지만, 문과대학 77:1, 정치대학 65:1, 상경·경영대학은 36: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자연계 논술전형은 전반적으로 낮은 경쟁률을 나타냈고, 문과의 경우도 수리문제가 출제되는 인문사회계2 보다는 수리문제의 부담이 없는 인문사회계1을 학생들이 선호하는 경향을 엿볼 수 있다. 또한 건국대 논술전형은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아 때로 몇몇 학과는 100:1의 경쟁률을 넘기기도 했다. 따라서 인문사회계1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무난한 답안보다는 경쟁력 있는 답안을 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기출문제 경향]

건국대 논술 문제는 전통적으로 ‘쉽지만은 않은’ 난이도를 보이고 있다. 문제가 주제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도표의 현실적 판단을 종합적으로 요구하기 때문이다. 2010년 모의(가치의 상관성), 수시(소통과 교류), 2011년 모의(진실과 주관), 수시(타자와의 공존방식), 2012 모의(대체와 보완), 수시(과시소비와 아비투스) 등의 주제를 다뤘다. 2013학년도의 문제 경향을 자세히 살펴보자.

[건국대 <인문사회계1>, 경쟁력 있는 답안의 2가지 비법]

‘주제에 대한 철학적 이해와 도표의 현실적 판단’이란 철학적 주제를 구체적 실험 자료를 활용하여 구체적으로 적용하라는 요구이다. 또한 건국대 논술문제는 문학작품을 제시문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따라서 건국대 <인문사회계1>의 경쟁력 있는 답안의 2가지 비법은 ①자료의 해석과 주제의 연결 ②문학작품의 분석에 있다.(문제는 http://www.konkuk.ac.kr/)

①실험 자료의 해석과 주제에의 연결

1)2013학년도 예시문제에서

문제1: [가]를 참고하여, [나]에 나타난 모방성과 기업가정신, 혁신과의 관계를 분석하시오.(501~600자)

[가](발췌)

플라톤은…모방이 인간 영혼의 가장 저열한 부분을 유혹하고 진리와 본질을 왜곡시키는 기능 이외에 다른 것은 없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의 경우에는…모방과 이미지가 우리의 배움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 마르틴 졸리 저, 이선형 역, <이미지와 기호>

[나]…도표는 사회복지조직의 혁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에 관한 연구 결과이다.

[나]의 도표에 대한 1차적 이해를 먼저 해보자. 조직의 모방성 정도를 불문하고 기업가정신(혁신성, 위험감수, 진취성 등)이 높을수록 외부관계, 채용훈련의 혁신이 증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데 조직이 낮은 모방성을 가지고 있으면 기업가정신의 반영이 미미하며, 조직이 높은 모방성을 가지고 있으면 기업가 정신의 반영이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나고 있음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제시문과 연결한다면 높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은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낮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은 플라톤의 견해를 반영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이 정도까지가 건국대 논술을 쉽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이해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한다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는 글이 되고 만다. 조금만 더 도표를 들여다보자. 높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은 기업가정신이 낮았을 때는 모방에 대해 미미하지만, 기업가 정신이 높아짐으로 모방을 통한 혁신 작업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높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이 초기에는 플라톤의 견해를 반영한 모습에서 출발함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 정신을 조직에 적극 활용하면서 모방의 긍정적 측면을 실현시킴으로써 혁신이 증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플라톤의 견해에서 아리스토텔레스로의 견해로 변화함을 보여준다.

반면 낮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이 높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보다 기업가 정신이 낮았을 때는 혁신조치를 더 많이 추진한 점을 알 수 있다. 낮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이 처음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견해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기업가정신의 변화에 대한 반영은 미미하게 나타날 뿐이다. 이는 기업가 정신의 변화로 모방을 통한 혁신을 시도하기는 하지만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아 답보상태가 되며 조직원들의 기저에는 플라톤과 같은 생각이 자리 잡을 수도 있음을 추정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현상은 아리스토텔레서의 ‘모방은 배움을 가능하게 한다’는 내용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모방은 그대로의 판박이 적용이 아니라, 연구 및 노력을 통하여 자기 조직에 맞게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높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과 낮은 모방성을 가진 조직은 ‘연구·노력·구현’의 차이이다.

간단하게 보이는 도표를 통해 보다 깊은 내용을 찾아내는 능력, 이것이 건대의 비법이다.

2)2013학년도 수시논술문제에서

문제1: [가]와 [나]에 근거하여 [다]에 나타난 설문 조사 결과를 분석하시오.(501~600자)

[가]

정체성이란…다른 집단과는 구분되면서 내부에서 공유하는 전통이나 스타일 등의 상징체계를 매개로 사람들은 자기 정체성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구성하는 것이다.

[나]

정체성이 의미하는 바를 ‘나다움, 나의 개성’이라고 한다면, 주체성이 무시될 경우 정체성도 의미가 없다.

[다]

<사회운동 참여 2개월 뒤 실시한 설문 문항>

- 나는 A세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 아니다( )

- 당신이 사회운동에 참여한 정도는? 적극적 참여( ) 소극적 참여( )

<사회 운동 참여 1년월 뒤 실시한 설문 문항>

- 나는 A세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 ) 아니다( )

이 설문 자료를 보고 수험생들은 조금 당황했다고 했다. 자료가 [가]에 타당한지 [나]에 타당한지 애매하다는 것이다. 한 가지만을 선택해 설명하기는 조금은 찝찝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란다. 이런 애매함을 해결하는 방법은 제시문의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성장’과 ‘분배’와 같이 제시문의 내용이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 그것 위주로 설명해야 한다. 그러나 보는 시각의 차이라고 한다면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하여 설명할 수 있다. 즉 제시문들의 내용이 대립적인지, 시각차이인지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위 문제의 [가]와 [나]는 정체성의 의미와 형성에 관한 시각차이가 나타난 제시문이다. 그렇다면 둘을 모두 활용하여 설명하면 되는 것이다.

위의 설문자료는 [가],[나] 둘 중 하나를 주요근거로 나머지를 보조근거로 서술할 수 있다. 선택은 본인의 가치관에 따라 다르며, 그 차이는 논술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 정답은 없기 때문이다. 두 가지의 경우를 간단히 살펴보자.

[가]를 근거로 분석 : 정체성은 사회관계를 통해 형성된다는 것은 설문조사 결과 중 A세대로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대답한 사람이 2개월 뒤 80%, 1년 뒤 65%의 응답을 나타냄을 통해 알 수 있다. 개인이 속해 있는 공간이 1차적인 정체성 형성의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응답률이 떨어지는 것은 마찬가지의 논리로, 1년이라는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관계에 의한 정체성의 변화로 파악할 수 있다.

[나]를 근거로 분석 : 주체적 의지가 정체성 형성에 주요하다는 주장은 2개월 뒤의 답변을 기초로 1년 뒤의 답변을 분석해보면 파악할 수 있다. A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답변이 15% 감소, 소극적으로 참여한 사람은 50% 감소한 것은 주체적 의지가 중요함을 나타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가),(나)제시문의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했다면, 도표에 대한 분석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한 가지만을 가지고 도표를 분석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는 것이 이 문제의 비법이라면 비법일 수 있다.

②문학작품의 분석능력
건국대 논술문제의 또 다른 특징은 문학작품의 해석을 즐겨 출제한다는 점이다. 일반적 문학작품의 해석과는 달리 논술에서는 주제와 방향이 정확하게 제시되기 때문에 오히려 쉽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문학작품 분석의 기준은 보통 ‘제시문’을 통해 나타내는데, 2013년 수시논술은 [가]와 [나] 제시문을 기준으로 분석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살폈듯이 [가]는 사회관계 중심, [나]는 개인의 주체적 의지 중심의 내용이다.

문제 : (가)와 (나)의 정체성에 대한 관점을 비교하고, 이를 바탕으로 (라)에 그려진 ‘나’의 행동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901~1,100자)

(라)

“뭘 하구 있는 거예요.” 아이들은 입을 꾹 다물었고 영래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벌을 주고 있습니다.” “무슨 벌을?” “애들이 단체행동에서 빠지려구 합니다.” “단체행동이라니……” “애들 때문에 우리가 졌어요. 우리 반의 명예를 위해서 전부 놀이에 참가할 작정이었습니다.” “네, 그런가요. 언제 그 놀이를 해보자구 여럿이서 의논했나요?”

선생님의 한결같이 부드러운 질문에 영래가 대들 듯이 거칠게 대답했다. “아뇨. 하나마나죠. 우리 반을 위해서 나는 모두 참가해야 된다구 생각했습니다.”(중략)

어느 산수 시간에 뒷자리 아이로부터 내게까지 작게 접은 종잇조각이 건네져 왔으며, 펴 보고 나서 나는 드디어 더 이상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결심했다. 종잇조각에는 “본 다음에 앞으로 돌릴 것. 임종하” 라고 씌여 있고 밑에다 그이에 관한 욕설에 곁들여 변소에서도 간혹 볼 수 있는 추잡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림을 책갈피에 끼워 넣고 시간이 끝나기를 애가 달아 가다렸다. 그동안 나는 별의별 무서운 공상에 시달렸다. ……(중략) “얘들아. 그 쪽지 어디까지 갔는지 이쪽으로 다시 돌려라.”하며 떠들었다. 나는 벌떡 일어나 겁내지 않으려 애쓰면서 말했다.

“내가 가졌다 왜. 정말 너 이따위 장난만 하기냐?”(이하 생략)

- 황석영, <아우를 위하여>

[가]는 집단의 문화가 정체성을 형성하여 개인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내용이고, [나]는 정체성은 ‘나 다움, 나의 개성’을 의미하며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개인의 주체성에 의해 형성됨을 주장하고 있다. 즉, 정체성 형성에 있어 [가]‘사회 중심’, [나]‘개인 중심’의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준점을 정확히 하면 [라]의 문학작품 속에서 나타나는 현상을 분석할 수 있다.

[라]의 앞부분에 나타난 ‘나’는 ‘영래’가 주도하는 자치회라는 집단의 결정에 순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집단의 문화가 정체성을 형성하여 개인의 행동을 지배한다는 내용의 반영이다. 반면, [라]의 뒷부분 내용은 다르다. ‘나’는 종하의 행동이 ‘나’의 주체성을 무시하며 ‘나 다움’을 침해한다고 생각하고 이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된다. [나]의 반영이자 ‘나’의 발견이다.

[건국대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건국대 논술시험을 기점으로 2014학년도 논술전형이 시작됩니다. 학생들이 그간 준비해왔던 모든 것들이 답안지 한 장에 나타나게 됩니다. 오늘 설명한 건국대 논술의 핵심 요건 두 가지를 꼭 익혀두길 바랍니다. 다만, 염려되는 것은 건국대 논술이 2014학년도 첫 시험이라는 겁니다. 그만큼 모두가 긴장할 수밖에 없습니다. 논술을 알차게 준비했다면 마지막 과제는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땀을 너무 많이 흘려 답안지가 젖어버리는 경우, 팔이 너무 떨리는 경우, 10여분은 멘붕 상황 등등등. 특히 긴장을 많이 하는 학생이라면 지금부터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그 상황에 대한 적응훈련을 해야 합니다.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도 못하고 울어버린 학생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무쪼록 이 글을 읽는 모든 학생들이 꿈을 실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송남권 논술칼럼니스트
최규윤 강남비상에듀학원 인문논술강사
안덕훈 이원장 학습전략학원 논술강사
어수창 청솔교육 연구정보원 인문논술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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