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성-성기표현, 한자는 근엄하고 우리말은 음란하다고요?
어린이 성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난번 <한겨레>에 쓴 칼럼을 보고 자녀 성교육을 고민하던 한 아빠가 질문을 해 왔다.
“저는 공식적인 성교육을 14살, 중학교 시절에 받았는데요, 그때 남자의 성기를 일컬어 배웠던 이름이 ‘음경’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려서 울면서 집에 들어오면 할머니께서 ‘울면 자지 떨어진다’고 하시던 것과는 얘기가 달라 좀 의아했죠. 성교육에서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고 ‘음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또 자녀 성교육을 하면서 어떤 용어를 써야 옳은 것인지 고민이 됩니다.”
몇 년 전 어린이 성교육을 연구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 몸, 특히 생식기 관련 용어를 순수한 우리말로 써야 한다는 주장이 논란이 된 일이 있다. 이유는 아이들이 자신의 몸을 당당하게 보살피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한자로 되어 있는 음경(陰莖), 음순(陰脣)이라는 용어는 그늘진 것, 감추어야 할 것이라는 금기의 뉘앙스를 담고 있으므로 가능하면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한 성교육자는 유치원에서 성교육을 하면서 용감하게 이를 실천했던가 보다. 아니나 다를까 곧장 학부모들로부터 “음란하고 저속한 성교육”이라는 항의가 빗발쳤다. 순수 우리말로 성기를 일컫는 ‘보지’, ‘자지’라는 말이 부분적이지 않고 전체를 표현하는 적절한 용어이기는 하나 여전히 한자 표현은 근엄하고 진지하게, 한글 표현은 저질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예를 들어 젖꼭지(유두), 밥통(위), 콩팥(신장), 똥(대변), 오줌(소변) 등은 어떤가.
이런 분위기에서 유독 남녀의 성기를 일컫는 말을 순수 우리말로 고집하기엔 성교육의 본질이 왜곡될 가능성이 많다는 현실적인 이유에서 요즘 성교육 현장에서는 이를 피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우리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잠지’ ‘고추’라는 용어를 쓴다. 이 용어 또한 은유적 표현이므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강박관념을 가질 필요는 없을 듯하다. 다만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남녀 생식기의 기능을 익혀야 할 때쯤 되면 각 부분별 명칭을 정확히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 이때 우리말로 몸을 표현할 때 생기는 사회적 인식의 왜곡 현상도 덧붙여 설명해 줄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자라서 성에 대한 다양한 용어를 정확히 알고 맥락에 따라 유연하게 쓸 수 있도록 교육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하다. 음란물로만 성표현 용어를 익힌 남성과 교과서적으로만 배운 여성이 만났을 때, 단순한 용어의 불일치임에도 메울 수 없는 문화적 차이로 인한 오해가 불거지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이명화/ 아하! 청소년성문화센터 센터장 bright@ymc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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