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8개월만에 나왔지만
교장의 권력·권위 유지 강조하며
학교운영 민주화 추구 깎아내려
만족도 안밝힌채 등급 나누기도
교육청쪽도 “부실 보고서” 비판
교장의 권력·권위 유지 강조하며
학교운영 민주화 추구 깎아내려
만족도 안밝힌채 등급 나누기도
교육청쪽도 “부실 보고서” 비판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올해 혁신학교를 추가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시교육청이 이런 조처의 근거로 제시한 보고서의 부실 논란도 인다.
10일 복수의 서울시교육청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시교육청은 올해 혁신학교 공모를 더이상 받지 않기로 했다. 교육청의 한 담당자는 “무상급식과 누리과정으로 예산이 넉넉하지 않아 (2014년) 추가 공모 계획이 없다. 혁신학교가 논란이 되는 상황에서 추가 공모를 받긴 어렵다”고 말했다. 교육청은 2011년 3월부터 혁신학교 61곳을 지정한 데 이어 지난해 11월 6곳을 추가 지정했으나 올해부터는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혁신학교는 교장 중심으로 운영되던 학교 의사결정 구조를 교사와 학생·학부모가 민주적으로 참여하도록 바꾸고 체험·협동학습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우선 문 교육감의 ‘말 뒤집기’ 논란이 인다. 복수의 교육청 관계자는 “혁신학교를 추가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문 교육감의 방침이 있어, 새로 지정하는 데 필요한 예산을 포함시키지 않은 채 지난 10월 말 예산안을 확정했다”고 말했다. 문 교육감은 지난 1월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회의에 나와 “평가절차를 거치고 이렇게 고쳐서 가보자 하는 합의가 이뤄진다면 혁신학교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청은 지난 3월 한국교육개발원에 평가 연구용역을 줘 지난 5일 보고서를 제출받았다.
연구보고서에서는 곳곳에서 부실의 흔적이 발견된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이 11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한국교육개발원의 ‘2013년 서울형 혁신학교 평가 연구사업 결과 보고서’를 보면, 학교 운영의 민주성을 추구하는 혁신학교를 근거없이 깎아내리기에 급급하다. 보고서는 “학교 운영의 민주화라는 명분에 의지해 종래 교장에게 집중된 학교권력과 권위를 교사집단에 귀속시키는 개혁이 되지 않도록 성찰할 시점이라고 판단됨”이라고 적었다. 김성천 경기도교육연구원 박사는 “민주적 운영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보고서에선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교장들이 하고 싶어하는 말만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보고서는 또 신뢰하기 어려운 일제고사 성적을 근거로 일반학교 전체 평균보다 혁신학교의 우수학력 등급 비율이 낮고 기초학력 미달 등급 비율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윤미 홍익대 교육학과 교수는 “혁신학교는 59개교 중 24곳에서 점심 급식비를 지원받는 학생이 20%가 넘는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지역부터 시작됐다. 일반학교와 시작점부터가 다른데 이를 무시하고 일반학교와 동일선상에서 비교한 것은 연구 결과의 타당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무책임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보고서를 두고 교육청 안에서도 부실하다는 비판이 인다. 한 교육청 담당자는 “14개 혁신학교가 평가를 거부하는 등 연구가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아서 정책을 결정하는 자료로 사용하긴 어렵다. 우리가 했더라도 보고서가 800쪽은 나왔을 텐데 개발원 보고서는 고작 64쪽뿐”이라고 지적했다.
정진후 의원은 “ABC 등급을 나눈 기준도 설명하지 않고, 학생·교사·학부모 인터뷰와 만족도 조사 결과도 밝히지 않아 1억원짜리 보고서라고 하기엔 너무 부실하다. 이런 연구 결과를 혁신학교의 정책방향이나 예산을 결정하는 근거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