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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마음을 담은 시 쓰면 마음이 쑥쑥 자란다

등록 2005-09-04 19:50수정 2005-09-04 19:50

강승숙/ 인천남부초등학교 교사 <A href=\"mailto:sogochum@hanmail.net\">sogochum@hanmail.net</A>
강승숙/ 인천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시로 보는 아이들 마음
지난 3월 말부터 일주일에 한 차례씩 시를 써 왔다. 시를 쓰기 전에 시가 무언지 느낄 수 있도록 하려는 마음에서 아이들이 쓴 시를 모은 책에서 골라 시를 읽어 주거나 복사해 주었다. 하지만 6학년이 될 때까지 교과서에 실린 동시만 공부해 온 아이들로서는 어른이 쓴 동시가 아니라 자기들 마음을 담은 시를 쓰는 일이 쉽지 않은 듯했다. 보기글로 나누어 준 또래 친구들 시를 보고 느낀 감동이나 느낌은 잘 이야기하면서도 막상 시 쓰기에 들어가면 자기 이야기를 쓰지 못했다. 본 일을 실감나게 그려내거나 마음을 생생하게 표현하지 못하고, 익숙했던 동시 속 구절들을 자기 마음인양 쓰고는 했다.

아이들하고 시를 쓰면서 지금까지 시 쓰기 교육이 얼마나 빗나갔는지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어른이 쓴 동시를 감상하거나 내용을 이리 저리 바꾸는 식의 공부만 했지 아이들은 제 이야기를 시로 쓰는 시간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아이들은 시 쓰기를 어려워했다. 하지만 절실한 마음을 담은 시를 쓰는 친구들이 하나 둘 늘면서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시험을 본 뒤 걱정스런 마음을 표현한 현민이 시, 밤길에 심부름을 다녀오면서 무서웠던 일을 쓴 종현이 시, 감기 때문에 고생한 일을 쓴 경우 시를 함께 읽고 공감하면서 시에 재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 아직도 시 쓰는 시간을 힘겨워하는 아이들도 더러 있지만 이 시간을 기대하는 아이들도 있다.

뿌듯한 수요일 아침

내가 쓴 시가

우리 반 친구 몇 명이 쓴

시와 함께 친구들에게

보여지게 되었다.


괜스래 시감상 종이를

받아들고는 뿌듯하다.

친구들이 발표를 할 때

내 시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구름처럼

붕 뜬다.

고모에 대한 그리움을 쓴 유환호

이빨 뺀 기억을 쓴 주혜

전학 오기 전 친구를 생각하는 헌구

내 것보다 좋은 시가 많다.

좋은 시를 쓴 친구들과

내 시가 나란히 있으니

더 열심히 쓰고 싶은

마음 가득하다.

(박아람/인천남부초등학교 6학년)

시를 쓰고 나면 잘 된 시를 몇 편 골라 꼭 함께 감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때로 이 시간은 어떤 수업보다 풍부한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돌아가신 고모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쓴 환호와 헌구 시를 감상한 날은 더 그랬다. 아람이는 제 시가 감상 자료에 실린 기쁨 속에서도 나란히 실린 친구들 시가 더 좋다는 것을 고백한다. 이런 일은 아람이를 시의 세계로 한 발자국 더 다가서게 한다. 친구들이 제 시에 대한 감상을 말할 때 느끼는 즐거움에서 머무르지 않고 ‘좋은 시를 쓴 친구들과 내 시가 나란히 있으니’ 더 열심히 시를 쓰고 싶다고 한 점은 아람이가 시를 쓰면서 마음이 자라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 준다. 강승숙/인천남부초등학교 교사 sogoch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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