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세끼를 의무적으로 먹으라고 해서 기숙사생들의 불만이 컸어요. 그동안 대학쪽에 시정을 요구했지만 소용이 없었습니다.”
국립대인 경북대학교의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김아무개(3학년) 학생이 털어놓는 하소연이다. 이런 문제점이 4년여만에 드디어 해결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3일 경북대가 캠퍼스 내 기숙사 입사생들에게 식권을 끼워팔기를 해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경북대는 2009년 9월부터 교내 향토관과 첨성관 등 2개 기숙사의 입사생(정원 2076명)에게 기숙사비와 식비를 분리하지 않고 통합해서 청구하는 방식으로 하루 세끼의 식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도록 강제했다. 대학생들의 경우 바쁜 일정과 많은 외부활동 등으로 인한 결식이 잦은 편이다. 실제 경북대의 기숙사 결식률은 60%에 달한다. 하지만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식권의 환불이 되지 않아, 학생들로서는 밥도 먹지 않고 식비만 식당쪽에 지불한 결과를 초래했다.
한 기숙사생은 “다른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들은 식권을 본인 선택에 따라 구입할 수 있는데, 유독 첨성관과 향토관만 하루 세끼 식권 구입을 강제했다. 기숙사는 인근 하숙집에 비해 강의실이 가깝고 비용이 저렴해 경쟁률이 높기 때문에 학교쪽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개관 직후부터 대학쪽에 시정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유는 첨성관이 민간사업자의 자본을 끌어들여 지은 뒤 그 댓가로 20년간 운영권을 주는 비티엘(BTL) 방식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경북대와 비티엘 사업자(경북대생활관서비스 주식회사)는 투자비 회수를 위해 처음부터 계약서에 식권 의무구입 조항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사업자의 수익성 확보를 위해 학생들이 희생된 것이다. 학생들의 연간 식비는 130만원에 달해, 기숙사 개관 이후 4년 반동안 매년 2천명이 넘는 학생들이 부당하게 부담한 비용은 모두 70억원에 달한다.
경북대 생활관 관계자는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정식으로 통보받지 못한 상태다. 식권 구입 여부는 학생들이 자율선택할 수 있도록 하되, 한끼 2천원 하는 식비를 올리는 방안을 사업자와 협의 중이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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