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교실
며칠째 후텁지근하고 습도가 높아 정말 짜증나는 날씨가 계속 되고 있었다. 우리 조는 더운 날씨를 원망하며 버스에 올라탔다. 다행히 버스로 이동 중에는 에어컨 바람 덕분에 시원하게 이동할 수 있었다.
우리 모둠이 매향리에 도착했을 때는 미군의 폭격장 사용에 시위하는 문구들과 그림들이 곳곳에 그려져 있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들을 사진으로 남기고 마을을 둘러 봤다. 매향리는 여느 마을과 다를 바 없이 조용하고 한적한 마을 같아 보였다. 곳곳에 축사도 눈에 띄었다. 이런 마을이 오폭으로 인해서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이고, 사람이 살 수 없을 정도의 소음 때문에 정신 장애가 있다고 하니 갑자기 분한 마음이 생겼다. 하루 빨리 통일이 되어서 미군이 우리나라에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좀 더 들어가니 바다가 있었다. 선착장 끝을 중심으로 횟집이랑 포장마차 등이 많이 있었다. 바닷가에 와서 그런지 바람이 많이 불어 더운 날에 정말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 같았다. 이번 여름에는 학교 보충 수업과 학원 때문에 휴가를 못가서 물 구경을 못했는데 현장학습 과제로 바다를 보게 되니 오랜만에 가슴이 확 트이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우리가 그 곳에 도착했을 때는 물이 빠지는 시간이라서 서서히 갯벌이 드러나 보였다. 우리 조는 그곳에서 또 여러 장의 사진을 남겼다. 날아가는 새들도 찍고 갯벌에 드러난 새의 발자국들도 찍었다. 이곳저곳 세세히 관찰하면서 바닷가를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고 1시 30분 가량의 현장체험을 끝마쳤다.
그 전에는 매향리를 별로 가볼 기회가 없었고 언론이나 여러 풍문으로만 들어서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직접 와보니 이 곳 마을사람들의 처지에 동감이 갔다. 친구들끼리 이런 곳들을 방문할 기회가 별로 없는데 현장학습체험 숙제 덕택에 친구들끼리 우애도 쌓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 좋았다. 최웅렬/화성 삼괴고등학교 3학년
[평] 딱딱한 보고서 대신 생생한 느낌 담아
수업 중에도 전폭기의 포성 때문에 교실이 쿵쿵거렸지만, 학생들은 의외로 매향리 문제에 둔감한 상태였다. 각 반에서 몇 모둠이 협력하여 매향리 지역의 문제를 분석하고, 사진을 찍고, 개인별 소감 등을 묶어 내는 일을 수행했다. 보고서 작성의 대부분이 딱딱한 설명문이고 한두 명이 주도하게 마련이라 개인별로 짧은 소감문을 작성하게 하여 이러한 모둠 과제의 단점을 보완하도록 했다. 모둠의 한 학생이 쓴 소감문에서 산책하며 즐긴 아름다운 바닷가가 실은 심각한 문제를 지닌 지역이라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느껴진다. 주민과 국민의 힘으로 미군의 포성은 54년 만에 멎게 되었지만 참 주인이 되는 길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점도 느낄 수 있으리라 본다. 신병준/화성 삼괴고등학교 교사 bandiburi@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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