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호 박사의 톡 까놓고 진로 talk
국가라는 커다란 배를 침몰하게 하는 사회의 7가지 악이 있다. 이 7가지 악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사회가 쇠퇴하거나 망해갈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으로 다음과 같다. ① 원칙이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 ② 노동이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③양심이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④ 특징이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⑤ 도덕성 없는 상업(commerce without morality) ⑥ 인간미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⑦ 희생이 없는 종교(worship without sacrifice) 등이다.
이는 1869부터 1948년까지 세상을 살다 간 사람의 추모공원 비문에 적힌 글이다. 그 사람은 바로 비폭력, 불복종을 실천한 인도의 아버지 마하트마 간디다. 간디는 진정한 힘이란 물리적 수단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꺾을 수 없는 의지 속에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자신의 철학에 기초하여 인도 독립운동을 펼쳤으며, 몸으로 자신의 철학을 실천하였다. 영국의 섬유산업으로부터 인도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의 옷은 물레를 돌려 직접 만들어 입었고, 법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우리에게도 간디와 같은 인물이 있다. 바로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안중근 의사와 같은 독립투사 분들이다. 이분들도 간디와 같이 시대정신과 국경을 넘어선 인류애를 가진 사람들이다.
예를 들어 안중근 의사는 감옥에서 <동양평화론>을 집필하였으며, 간디와 같이 법정에서 자신의 목숨을 구걸하지 않았다. 윤리라는 관점에서 언뜻 보면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행위가 폭력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나, 이는 사상과 철학의 미흡에서 나오는 단편적인 생각일 뿐이다. 안중근 의사의 저격 행위는 폭력이 아니라, 동양 평화를 위해 폭력에 맞선 용기며, 간디와 같은 시대정신이며, 인류애라고 해석하는 것이 옳다. 단지 그것을 실현하는 방법에 차이가 있었을 뿐이다.
앞서의 예처럼 도덕은 윤리와 사상과 같은 복잡하고 논쟁적인 철학적 문제를 다룬다. 따라서 쉬운 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어려운 과목이다. 암기과목으로 접근하면 가장 점수를 따기 쉽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가장 어려운 분야이기도 하다. 마치 1+1=2를 안다고 말하지만, 증명하라고 하면 말문이 막히는 것과 같다. 아는 것이 아니라 안다고 착각하기 쉬운 학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철학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직업 활동은 많지 않다. 대체로 중등학교 교사 가운데 도덕 과목을 가르치는 사람과 종교인, 실천예절 강사 등이 해당한다. 하지만 철학이 만학의 근원이듯, 철학에서 파생되거나 응용된 분야는 많다. 과학철학자, 교육철학자, 경제철학자, 사회철학자, 경영철학자, 언어철학자 등이 그 예다. 반면 순수 철학을 한 사람들은 작가,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
도덕과 관련된 학문은 철학과 종교 관련 학과다. 철학은 크게 동양철학, 서양철학이 있으며, 종교는 한국종교, 동양종교, 서양종교, 윤리, 미학 및 예술학 등으로 구분된다. 이들 철학과 종교는 세부적으로 철학방법, 인식론, 형이상학, 철학사, 언어철학, 심리철학, 과학철학, 역사철학, 비교철학 등으로 심화되며, 종교는 비교종교학, 종교현상학, 종교심리학, 종교인류학, 종교사회학, 종교윤리학 등으로 발전될 수 있다.
도덕이 심화된 철학, 윤리, 예술, 종교는 결코 쉬운 학문이 아니다. 인간의 본질을 다루기에 매우 어려운 학문이다. 만약 사람들이 이런 문제가 쉽다고 말한다면, 그 사회는 매우 위험한 사회로 가고 있는 것이다. 철학이 사라질 때, 그 사회는 원칙 없는 정치가 이뤄지고, 노동 없는 부가 커지고, 양심 없는 쾌락이 만연하며, 몰개성적인 교육이 이뤄지고, 영리 추구를 위한 무차별적 상거래가 활발해지고, 인간성이 마비된 과학과 기술이 번창하며, 희생이 없는 사이비 종교에 인간들이 빠져들 것이다. 도덕(철학과 윤리)은 이러한 근본적 위험으로 세상을 지켜내는 최후의 지지선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김상호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자격연구실 연구원 <톡 까놓고 직업 톡> 저자
도덕(생활과 윤리) 과목과 관련성이 높은 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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