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혁준(왼쪽)군과 이랑씨가 자신들이 쓴 책을 펼쳐보며 웃고 있다.
‘직업인 인터뷰’ 책 낸 권혁준군·이랑씨
영화감독 봉준호, 예능 프로듀서 나영석, 사진작가 배병우…. 각 분야 대표 직업인으로 손꼽히는 인물 15명이 자신들이 꿈을 이루기까지의 사연을 한 책을 통해 털어놨다. 얼마 전 나온 <10대, 우리들의 별을 만나다>(드림리치)가 그 책이다.
직업인들의 마음을 연 사람은 중학교 2학년 권혁준(서울 신반포중)군과 그의 친구들이다. <10대, 우리들의 별을 만나다>는 권군과 권군의 친구들 10명, 그리고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 전임연구원 이랑씨가 함께 쓴 청소년 진로 관련 책이다.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한 카페에서 만난 권군과 이씨는 “미래 유망 직종 등을 어른 시각에서 소개한 책은 많았지만 독자인 청소년이 직접 직업인 멘토를 만나 쓴 책은 흔치 않다”며 이 책의 특이점을 소개했다.
권군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여름방학. 진로탐색 관련 방학 과제를 위해 부모님과 자주 가던 서울 청담동 일식 레스토랑 ‘슈밍화 미코’의 오너셰프 신동민씨를 인터뷰했던 게 계기였다. 권군은 “약 5시간 동안 신씨의 주방에서 어시스트로 일하면서 그가 요리사로 성공하기까지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깨달은 게 많았다”고 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성공 그 자체만 보이기 쉽다. 셰프님 이야기를 들으며 성공 뒤에 엄청난 노력이 있었다는 걸 알았다. 문득 다른 분야 직업인의 이야기도 궁금해졌다. 이런 이야기를 책으로 써서 많은 친구들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아 뜻이 맞는 출판사를 찾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 10명과 기자단도 꾸렸다. 권군과 기자단이 사는 서초구 내 중학생 600명을 대상으로 진로·직업 관련 설문조사 등을 실시했다. 학생들의 희망직업은 무엇인지, 가장 만나고 싶은 멘토는 누구인지 등을 물은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과학·공학, 영화·방송, 스포츠·문화·예술, 의료·웰빙·음식, 국제·정치·사회, 기업·경영 등 일곱 개 직업 분야를 정하고, 15명의 직업인 멘토를 선정했다.
친구들과 기자단 꾸려 15명 취재
고용정보원 연구원 이랑씨 멘토
봉준호 감독 고생했던 얘기 감명
공통점은 난관 이겨내고 독서 즐겨 곁에서 길잡이 구실을 해주는 전문가도 있었다. <십대를 위한 직업 콘서트>(꿈결)를 쓴 이랑씨였다. 이씨는 “내가 쓴 책의 주요 독자인 청소년을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책 작업을 하자는 학생들의 제안이 반가웠다”고 했다. 이들이 함께 쓴 책은 크게 두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진로, 나아갈 길을 묻다’는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미래 진로를 어떻게 탐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씨의 조언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의 희망직업은 의사부터 항공기 조종사, 애니메이션 감독까지 생각보다 다양했다. 이씨는 “우리나라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지만 의사, 공무원, 교사 등 늘 언급되는 직업 말고 다양한 직업들이 나와 놀라웠고 반가웠다”며 “중요한 건 직업 선택 동기와 그 직업의 구체적인 수행 직무, 준비 과정 등을 제대로 탐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부 ‘멘토와 꿈을 이야기하다’에는 약 6개월 동안 권군과 기자단이 멘토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과 함께 분야별 이씨의 추천직업 정보가 실려 있다. 멘토 섭외는 권군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 성사됐다. 직업체험을 하던 가운데 돌발 상황도 일어났다.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씨를 만나러 갔을 때는 자살을 기도한 한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와 학생들 모두 긴장했다. “‘이국종입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라며 보호자에게 침착하게 응대하는 선생님 모습에 따뜻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선생님의 치료 덕에 살아난 중증외상 환자가 딸들과 함께 찍어 보낸 가족사진도 봤다. 환자 쪽에서 감사하다며 보내준 사진이었다. 선생님은 ‘만약 내가 이 사람을 못 살렸다면 이 딸들은 아빠 없는 아이들이 됐을 것’이라고 하셨다. 의사로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생각해봤다.” 권군과 기자단은 이렇게 책 쓰는 경험을 하며 막연히 선망하던 직업세계 뒷면의 고단함과 어려움도 알았다. 양이린양은 사진작가 배병우씨를 만나면서 평소 생각했던 사진작가에 대한 편견도 덜었다. “솔직히 사진작가라고 하면 쉬운 직업인 줄 알았다. 한데 배병우 선생님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사진작가는 한 컷의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걷고 여행하고 기다려야 한다. 사진 한 컷 한 컷이 그런 노력의 결과라는 걸 알았다.” 섭외가 가장 어려웠던 멘토는 해외 출장이 잦은 봉준호 감독이었다. 봉 감독과의 인터뷰는 권군이 중간고사를 치르기 이틀 전에 확정됐다. 급하게 <설국열차>를 보느라 평소만큼 시험공부를 많이 하진 못했다. “후회는 안 한다. 점수를 얻은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조감독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주변에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친구가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만난 멘토들에게는 공통점도 있었다. 권군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난관을 이겨낸 경험이 있고,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진로탐색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직업심리검사 등 각종 검사에 나온 결과를 정답으로 여기고 그 결과에 따라 진로교육을 하는 사례들이 많다. 진로·직업 연구자인 이씨는 이런 책만이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씨는 “책을 통해 정답 찍어주기 식의 획일적인 진로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 현장도 가보고, 직업인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진로탐색을 하는 교육문화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고용정보원 연구원 이랑씨 멘토
봉준호 감독 고생했던 얘기 감명
공통점은 난관 이겨내고 독서 즐겨 곁에서 길잡이 구실을 해주는 전문가도 있었다. <십대를 위한 직업 콘서트>(꿈결)를 쓴 이랑씨였다. 이씨는 “내가 쓴 책의 주요 독자인 청소년을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었던 터라 책 작업을 하자는 학생들의 제안이 반가웠다”고 했다. 이들이 함께 쓴 책은 크게 두 줄기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진로, 나아갈 길을 묻다’는 학생 대상 설문조사 결과 등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미래 진로를 어떻게 탐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씨의 조언을 담고 있다. 청소년들의 희망직업은 의사부터 항공기 조종사, 애니메이션 감독까지 생각보다 다양했다. 이씨는 “우리나라 모든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결과는 아니지만 의사, 공무원, 교사 등 늘 언급되는 직업 말고 다양한 직업들이 나와 놀라웠고 반가웠다”며 “중요한 건 직업 선택 동기와 그 직업의 구체적인 수행 직무, 준비 과정 등을 제대로 탐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2부 ‘멘토와 꿈을 이야기하다’에는 약 6개월 동안 권군과 기자단이 멘토들을 만나 인터뷰한 기록과 함께 분야별 이씨의 추천직업 정보가 실려 있다. 멘토 섭외는 권군이 직접 이메일을 보내 성사됐다. 직업체험을 하던 가운데 돌발 상황도 일어났다. 외상외과 전문의 이국종씨를 만나러 갔을 때는 자살을 기도한 한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와 학생들 모두 긴장했다. “‘이국종입니다.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습니다!’라며 보호자에게 침착하게 응대하는 선생님 모습에 따뜻한 책임감 같은 게 느껴졌다. 선생님이 선생님의 치료 덕에 살아난 중증외상 환자가 딸들과 함께 찍어 보낸 가족사진도 봤다. 환자 쪽에서 감사하다며 보내준 사진이었다. 선생님은 ‘만약 내가 이 사람을 못 살렸다면 이 딸들은 아빠 없는 아이들이 됐을 것’이라고 하셨다. 의사로 일하려면 어떤 마음가짐이 필요한지 생각해봤다.” 권군과 기자단은 이렇게 책 쓰는 경험을 하며 막연히 선망하던 직업세계 뒷면의 고단함과 어려움도 알았다. 양이린양은 사진작가 배병우씨를 만나면서 평소 생각했던 사진작가에 대한 편견도 덜었다. “솔직히 사진작가라고 하면 쉬운 직업인 줄 알았다. 한데 배병우 선생님을 만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사진작가는 한 컷의 좋은 사진을 남기기 위해 몇 날 며칠을 걷고 여행하고 기다려야 한다. 사진 한 컷 한 컷이 그런 노력의 결과라는 걸 알았다.” 섭외가 가장 어려웠던 멘토는 해외 출장이 잦은 봉준호 감독이었다. 봉 감독과의 인터뷰는 권군이 중간고사를 치르기 이틀 전에 확정됐다. 급하게 <설국열차>를 보느라 평소만큼 시험공부를 많이 하진 못했다. “후회는 안 한다. 점수를 얻은 것보다 훨씬 값진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 감독님이 조감독 시절 고생했던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주변에 영화감독을 하겠다는 친구가 있다면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이렇게 만난 멘토들에게는 공통점도 있었다. 권군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난관을 이겨낸 경험이 있고, 책을 무척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고 했다. 진로탐색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직업심리검사 등 각종 검사에 나온 결과를 정답으로 여기고 그 결과에 따라 진로교육을 하는 사례들이 많다. 진로·직업 연구자인 이씨는 이런 책만이 갖는 특별한 의미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이씨는 “책을 통해 정답 찍어주기 식의 획일적인 진로교육이 아니라 다양한 직업 현장도 가보고, 직업인 이야기도 들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진로탐색을 하는 교육문화가 마련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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