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 없이 진행되는 국정화 강한 거부감
“역사단체 중심 독립적 검정 실시해야”
“역사단체 중심 독립적 검정 실시해야”
역사 교사 97%가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전환 시도’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역사교사모임과 역사교육연구소는 20일 전국 중·고등학교 역사교사와 초등학교 교사 8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지난달 11~17일 온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특히 ‘한국사 교과서 발행 제도를 국정으로 전환하려는 시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97%인 828명이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한국사 교과서가 국정이던 2005년 전국역사교사모임이 전국의 역사교사들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에 비해서도 반대의견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2005년엔 82%가 반대했으나, 검정 교과서 제도가 정착된 현재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국정교과서 반대 의견이 97%로 15%포인트 급증했다. 역사교사모임과 역사교육연구소는 “특별한 명분 없이 진행되는 국정 전환 시도에 대해 현장 역사교사들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며 “검정 교과서가 국정 교과서에 비해 많은 장점이 있다는 것을 직접 경험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한국사 교과서를 어떻게 발행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68.8%가 현재의 검인정 체제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출판사에 자율 편집권을 주는 자유발행제가 28.6%를 차지했고, 국정제는 2.6%에 불과했다. 국정제는 반대하지만, 완전한 자유발행제는 시기상조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역사교사모임 등은 밝혔다.
검인정제를 선호하는 이유로는 ‘역사 해석의 다양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42.2%), ‘국정 교과서는 정권의 입맛대로 쓰여 질 가능성이 있어서’(40.5%) 등이 꼽혔다.
‘교육부가 주장하는 역사교과서 편수기능 강화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필요없다’는 응답이 91.7%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편수기능 강화에 반대한 이유로는 ‘국가가 특정한 시각을 교과서에 반영시킬 시각이 크다’(44.7%),‘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있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되고 있어서’(28.7%),‘다양한 역사적 시각을 일률적인 잣대로 평가하여 역사학 발전에 역행한다’(21.3%) 등이 언급됐다.
‘현행 중·고교 역사교과서 검정 체제의 내실화를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느냐’는 질문에는 ‘역사단체를 중심으로 전문성을 갖춘 인사가 독립적으로 검정을 실시해야 한다’는 응답이 57.7%로 가장 많았다. 역사교사모임 등은 “현재 역사교과서 검정을 담당하고 있는 국사편찬위원회의 전문성과 독립성에 대한 역사교사들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검정 심의위원의 수를 늘리고 검정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는 응답도 23.1%에 달했다. 이는 잦은 교육과정 개편에 따른 검정 기간의 부족, 예산 부족으로 인한 검정 위원 축소 탓에 ‘부실 검정’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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