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교육의 중학교 역사 교과서 68쪽에 실린 유관순 열사의 사진과 설명. <조선일보>는 8종의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천재교육과 두산동아 등 4종에 유관순 열사가 빠졌다며 ‘역사왜곡’ 주장을 폈다. 그러나 대표 집필자가 같은 두 출판사의 중학교 교과서에는 유관순 관련 서술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천재교육 누리집 갈무리
싣지 않은 고교 교과서 4종
중학 교과서에선 상세히 다뤄
교육부 집필 기준에도
‘반드시 기술해야’ 내용 없어
보수언론 ‘국정 전환’ 힘 싣기
중학 교과서에선 상세히 다뤄
교육부 집필 기준에도
‘반드시 기술해야’ 내용 없어
보수언론 ‘국정 전환’ 힘 싣기
“1~3차(1957~1972년 발행) 및 7차(2002년 발행) 고등학교 ‘국정’ 국사 교과서에도 ‘유관순 열사’에 대한 서술은 없었다.”
<조선일보>가 “유관순 열사를 교과서에서 뺀 게 역사 왜곡”이라며 올해부터 사용중인 ‘검정’ 한국사 교과서 4종을 연이어 비난한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반박이다. 학계에서는 보수 언론이 교육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 전환 움직임에 힘을 실어주려고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겨레>가 31일 조한경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이 연구한 ‘역대 국정 국사 교과서 유관순 관련 서술 분석’을 확인해보니, 과거 발행된 7종의 고교 국정 교과서 중 4종에도 유관순 서술이 없었다. 1982~1996년 발행된 4~6차 고교 국정 교과서에서는 3·1운동 부분 각주에 “유관순의 순국 사실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고 짧게 기술할 뿐이다. 금성·두산동아·미래엔·천재교육 등 고교 검정 교과서 4종이 역사를 왜곡하려고 의도적으로 유관순을 배제한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유관순은 1979년 유신시절 마지막 국정 중학교 교과서에 처음 등장했다. 3·1운동을 설명하면서 ‘어린 여학생 유관순의 순국 등’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정도다. 같은 시기 발행된 고교 교과서에는 유관순에 대한 언급이 빠졌다. 유관순의 영정과 생가 사진이 자세한 설명과 함께 등장한 것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 발행된 중학교 국정 교과서 때부터다. 이 때도 고교 교과서에는 유관순에 관한 설명은 없다.
특히 <조선일보>가 “유관순이 빠졌다”며 역사 왜곡 의혹을 제기한 고교 검정 교과서 4종의 출판사들도 중학교 교과서에선 유관순을 비교적 상세히 다루고 있다. 예를들어 천재교육 중학교 교과서를 보면, 대표 필자가 고교용과 같은데도 유관순이 ‘특집 꼭지’로 등장한다. 두산동아도 고교 교과서에서 유관순이 등장하지 않지만, 중학교 교과서 53쪽에는 유관순이 본문과 사진으로 친절하게 설명돼있다. 이념 편향 때문이 아니라, 중·고교 한국사 교육의 ‘계열성’을 고려한 배치로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조 회장은 “학생들의 발달 단계에 맞게 같은 주제의 역사를 다르게 배우는 게 계열성이다. 3·1 운동을 처음 배우는 초등학교는 인물사 중심이므로 이에 가장 좋은 사례가 유관순이다. 하지만 고교는 3·1 운동 전체의 전개과정과 임시 정부 수립을 연계시키고, 임시정부 수립의 역사적 의의를 파악하는 단계다. 3·1 운동을 세계사적·민족사적 맥락으로 이해하는 구성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교육부의 ‘고교 한국사교과서 집필기준’에서도 확인된다. “3·1운동의 전개 과정을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적 의의를 이해한다”고 돼 있을 뿐, 유관순을 교과서에 넣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이성호 전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보훈처에서 정한 3·1운동 유공자는 391명이다. 이 사람들을 다 다뤄야 하는가. 유관순 열사는 초등학교 5학년 국어교과서에 위인전 형태로 일대기가 소개되고, 초등학교 사회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도 대체로 충실히 다룬다”고 지적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두산동아 중학교 역사 교과서 53쪽에 실린 유관순 사진과 설명. <조선일보>는 8종의 검정 고교 한국사 교과서 중 천재교육과 두산동아 등 4종에 유관순 열사가 빠졌다며 ‘역사왜곡’ 주장을 폈다. 그러나 두 출판사의 중학교 교과서에는 유관순 관련 서술이 비교적 상세하게 나와 있다. 두산동아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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