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개정에 혼란…반대 76%
과학기술계와 교사 단체들은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작업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교육과정 개정이란 한국 사회에 필요한 인재상과 그런 인재를 길러내는 공교육의 틀을 바꾸는 중요한 사안인데,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를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는 이의 제기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11일 공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7월11~23일 전국의 중·고교 교사 100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84%가 교육과정 개정 작업을 몰랐다고 응답했다. 교육과정 개정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6%였다.
실제로 상당수 교사들은 12일 충북 청주시 교원대에서 열리는 교육과정 개정 공청회 개최 사실을 모른다. 교육부 관계자는 “지난주 목요일 공문을 보냈다”고 말했는데, 4일은 추석연휴 직전이다.
교사들이 교육과정 개정에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잦은 개정’에 따른 혼란과 피로감이다. 지금 교육현장에서는 2011 개정 교육과정이 초등 3~4학년, 중학교 2학년, 고등학교 1학년에 연차 적용되는 중이다. 초등 5~6학년, 중3, 고2~3은 2011 개정안을 시작하지도 않았다는 뜻이다.
과학기술계는 사회 과목보다 수업시수가 적어 반발한다는 교육부의 주장을 반박한다. 초기에 일부 그런 의견이 있었으나, 지금은 필수이수단위 논란에는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덕환 기초과학학회연합체 교육과정대책위원회 위원(서강대 교수)은 “과학기술단체는 ‘이과 폐지안’으로 판단해 개정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밥그릇 싸움을 하려는 게 아니다. 인재상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없이, 몇몇 교육학과 교수들이 공교육을 망치는 현실을 거부한다”고 말했다. 전국에 20여명뿐인 교육과정 학자들이 반세기 동안 개정 작업을 독점해 권력집단이 됐다는 주장이다. 이 위원은 “나는 화학과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고, 제자 중에 교사는 없다. 오히려 개정연구위에 있는 사범대 교육학과 출신들이 이해관계의 가장 중요한 주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과학 시수가 사회보다 왜 적어야 하는지 논리를 제시하면 수긍할 수 있다. 그런데 교육부는 그런 논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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