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대성 흥덕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다음주 9월23일에는 ‘자사고 폐지’에 대한 논제가 실립니다.
[논리 대 논리]
청와대·여당의 조사 회피 탓인가, 야당의 운동권 행태 때문인가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다. 그리고 역사는 반복된다. 이 짧은 금언을 부정할 수 없는 이유는 오늘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인류에게 있어 가장 큰 비극은 지나간 역사에서 아무런 교훈도 얻지 못한다는 데 있다”는 아놀도 토인비의 말은 세월호 참사로 갈등을 겪는 대한민국의 현실을 지적하는 듯하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에 대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 그리고 유가족의 생각은 조금씩 다르다. 수백명의 아이들이 물속으로 가라앉는 모습을 눈앞에서 지켜본 유가족들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단순히 과거를 잊고 앞으로 나아가자는 말이 위로가 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여당, 유가족, 야당의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 국민 모두가 분노하는 이 참사에 대해 책임을 묻고 대책을 세우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데 동의하면서도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이렇게 다른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한겨레와 중앙은 세월호 특별법 논란에 대해 다양한 사설을 내놓았지만 쟁점이 되는 수사권과 기소권 요구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른 것 같다. 또한 특별법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책임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한겨레는 ‘청와대 조사 불가’라는 본심 때문에 새누리당이 세월호 특별법 합의안에 동의하지 못하고 있으며,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을 ‘운동권 정당’이라고 비판한다. 세월호 특별법이 합의되지 못하는 이유와 정치권의 충돌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한겨레는 9월1일 새누리당 원내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 대표단의 3차 만남에서 주호영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의 “특검을 피해자 쪽에 달라는 것은 여당이든 청와대든 막 조사하겠다는 것 아니냐”는 말이 여권의 ‘본심’이라고 분석한다. 이 한마디가 세월호 특별법 타결이 지지부진한 이유와 책임 소재를 웅변한다고 말한다.
이에 비해 중앙은 세월호 이후의 한국 사회는 이전의 사회보다 더 후퇴한 느낌이라고 말한다. 그 원인은 정치권이 어떤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또 다른 갈등과 투쟁 속에 빠져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을 반의회주의적 행태를 일삼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에 묻고 있다. 한겨레는 세월호 특별법 논란의 책임을 새누리당과 청와대에 묻고 있지만, 중앙은 ‘세월호 민심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태도에 책임을 묻는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한겨레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합의를 하지 못하는 표면적 쟁점이 수사권과 기소권 문제에 대한 법체계 따위의 논란이지만 그 실체적 본질은 ‘청와대와 여당의 조사 회피’ 문제라고 꼬집는다. 그리고 세월호 참사에 대한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 결코 흔들릴 수 없는 당위적 명제이기 때문에 ‘여당과 청와대를 조사하면 안 되는가?’라고 묻는다. 이에 비해 중앙은 1970~80년대 체질화됐던 운동권 문화가 진보진영을 지배하고 있다며 새정치연합은 강경파가 주류 세력을 구축하고 있어 반의회주의적 고질병을 앓고 있다고 분석한다.
한겨레는 새누리당이 성역 없는 진상규명은커녕 오히려 성역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 잠그겠다는 일념으로 특별법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청와대와 여권의 정치적 타격만 계산하고 있는 새누리당이 너무 정략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이 독선적인 운동권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민주사회의 후진 집단으로 전락할 것이라며 2016년 총선이나 2017년 대선도 기약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비판한다.
두 사설은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논란의 해법도 다르다.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이 ‘나를 포함해 정부에 몸담고 있는 사건 관계자 모두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조사를 받겠다’고 선언하면 간단하다고 말한다. 반면에 중앙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의회파들이 용기를 내고 운동권 체질의 정파적 정당에서 벗어나야 다원화 사회를 이끌어나갈 수 있다고 말한다. 청와대와 여당에게 책임을 묻는 한겨레와 새정치민주연합의 주류·강경파에게 화살을 겨눈 중앙의 목소리가 엇갈린다.
서로 다른 생각에 대해 토론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합의를 이끌어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다. 세월호 참사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현실이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한 원인을 규명하고 그 책임을 철저히 물어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우리는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며 먼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시스템을 고치지 않으면 크고 작은 사고는 계속되기 때문이다.
“모든 국민은 자신들의 수준에 맞는 정부를 갖는다”는 알렉시스 드 토크빌의 말이 새삼스럽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세월호 특별법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명이 사망, 실종된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학생과 교사들이었다. 이 배에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며칠 동안 침몰과 구조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번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은 여전히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정기국회 회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약속했던 대통령의 태도, 여당과 야당의 엇갈린 입장 차이, 유족들의 요구 사항, 시민들의 엇갈린 의견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문제이다. 8월7일과 8월19일, 두 차례에 걸쳐 여야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합의안에 유족들은 반대했다. 이어 유민 아빠의 단식과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동조 단식이 이어졌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가적 참사가 벌어졌을 때 정확하게 책임을 묻고 일사불란하게 사후 대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부정부패와 안전 시스템 그리고 생명에 대한 고귀함까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 과정보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과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천 도서]
리더의 조건
SBS 스페셜 리더의 조건 제작팀 지음
북하우스 펴냄, 2013년 시장부터 여성 국회부의장, 대통령 그리고 기업 CEO까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2003년 초에 방영되어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SBS 스페셜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방송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그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2010년 한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민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법은 멀고도 가깝다. 일반적인 정의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현대적인 의미로 분배의 정의부터 공리주의까지 다양한 관점의 정의를 고민하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 |
| |
[논리 대 논리]
청와대·여당의 조사 회피 탓인가, 야당의 운동권 행태 때문인가
새누리당 지도부와 ‘세월호 참사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들이 1일 오후 국회에서 세월호 특별법 쟁점을 논의하기 위해 3차 회동을 했다. 하지만 회동 시작 30여분 만에 가족대책위 대표들이 새누리당의 완강한 태도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세월호 특별법 2014년 4월16일, 인천에서 제주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진도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승객 300여명이 사망, 실종된 대형 참사가 벌어졌다. 희생자 대부분은 학생과 교사들이었다. 이 배에 수학여행을 떠난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이 단체로 타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사고와 달리 며칠 동안 침몰과 구조 과정을 지켜보았지만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는 충격이었다. 이번 참사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규명하고 철저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사실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은 여전히 마무리가 되지 못한 채 정기국회 회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문제로 번져가고 있다. 국가안전처 신설을 약속했던 대통령의 태도, 여당과 야당의 엇갈린 입장 차이, 유족들의 요구 사항, 시민들의 엇갈린 의견들이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사회적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진상조사특별위원회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 부여 문제이다. 8월7일과 8월19일, 두 차례에 걸쳐 여야는 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수사권과 기소권이 빠진 합의안에 유족들은 반대했다. 이어 유민 아빠의 단식과 정치인들과 시민들의 동조 단식이 이어졌고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서로 엇갈리는 상황이다. 국가적 참사가 벌어졌을 때 정확하게 책임을 묻고 일사불란하게 사후 대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볼 수 없는 현실이다.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상처를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부정부패와 안전 시스템 그리고 생명에 대한 고귀함까지 다시 한 번 점검해야 한다. 세월호 특별법의 처리 과정보다 진상조사특별위원회의 활동과 결과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추천 도서]
SBS 스페셜 리더의 조건 제작팀 지음
북하우스 펴냄, 2013년 시장부터 여성 국회부의장, 대통령 그리고 기업 CEO까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살펴본다. 2003년 초에 방영되어 세간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SBS 스페셜의 내용을 책으로 엮어 방송에서 미처 보지 못했던 그들의 면면을 살펴볼 수 있다. 리더는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리더의 역할과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김영사 펴냄, 2010년 한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일은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고민이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의와 법은 멀고도 가깝다. 일반적인 정의의 기준은 무엇이며 그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보자. 현대적인 의미로 분배의 정의부터 공리주의까지 다양한 관점의 정의를 고민하다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정의에 대해서도 깊이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