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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서울 도심학교들 학생 찾아 이전

등록 2014-09-18 22:36

69년 된 풍문여고·70년 전통 계성여고 …

도심 거주 인구 줄어 입학생 감소
부지 매각 ‘공익적 활용’ 충족 못해
떠나지 못하는 학교들 ‘발동동’
서울시, 대안 마련 용역 진행중
서울 도심에서 학교가 떠나고 있다. 떠날 수 있는 학교는 운이 좋은 경우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학교는 더 많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 떠나는 학교들, 떠나는 기억들 17일 <한겨레>가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심지 학교들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다. 도심 거주 인구가 크게 줄면서 입학생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종로구 인사동에 1945년 개교한 풍문여고는 2017년 3월 강남구 보금자리지구로 이사 간다. 1944년 문을 연 중구 명동성당 옆 계성여고는 2016년 3월 성북구 길음 뉴타운지구로 옮긴다. 종로구 동묘앞역 인근에 자리한 숭신초등학교도 내년 2학기부터 성동구 왕십리 뉴타운으로 이전하게 됐다.

시민들은 안타까워한다. 사람들은 익숙한 장소를 볼 때 행복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졸업생들의 박탈감은 더욱 크다. 1986년 풍문여고를 졸업한 이경해(47)씨는 “추억이 묻은 교정을 기억 속에서만 더듬어야 하니 서운하다”고 말했다. 이 학교 이전 소식을 담은 기사에 달린 졸업생들의 댓글은 이랬다. “추억이 담긴 내 모교, 가긴 어딜 가” “인사동 앞에 있어야 하고, 은행나무를 감싸고 있어야 해” “충격적이다”

그런데 이들만큼 안타까워하는 학교들도 있다.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 없는 학교다. 대신고(종로구), 경신고(종로구), 신광여고(용산구), 보성여고(용산구) 등이 그런 경우로 알려져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종로구와 중구, 용산구 등 도심의 많은 학교들이 학교를 팔지 못해 다른 곳으로 가지 못하고 있다. 학교를 매각해야 땅도 사고 건축비도 충당할 텐데, 서울시가 학교부지를 아파트 등 고층 건물로 개발할 수 없게 해 둬 팔리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전이 확정된 곳들은 이런 문제를 해결한 경우다. 풍문여고는 서울시가 매입해 공예박물관으로 이용하기로 했고, 계성여고는 학교재단인 가톨릭학원이 팔지 않고 종교시설로 활용하기로 했다. 용산구에서 동대문구로 이전을 추진 중인 배문고 역시 서울시가 매입해 대학생 기숙사로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민간이 매입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

■ 도심지 학교는 시민들의 자산 서울시는 지난 2007년 6월 “학교 이적지에 대해 공동주택 개발을 억제하고, 공원·복지시설 등 공익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우선 검토하겠다”는 학교 이적지 관리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도심지에서 희소한 저층·저밀도 지역이 고층·고밀도로 개발되면 지역 주민들에게 악영향을 끼칠 우려가 있고, 애초에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된 학교터가 고밀도로 개발될 때 이익을 학교법인이 독점하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이런 기조는 여전하다. 서울연구원은 올해 초 용역보고서 ‘민간운영 도시계획시설 관리방안 연구’에서 “고밀화된 도심 안에서 비교적 대규모 땅(필지)에 있는 학교부지가 무분별하게 개발될 경우 주변 지역 주민들의 생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밝혔다. 이전을 계획 중인 학교 주변(500m 이내) 토지의 74%가 주거지역이어서, 학교가 사라지면 그 일대의 커뮤니티 및 문화·체육 등 공공적 기능이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미래 상황의 불확실성도 중요한 이유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최근 도심지를 떠났던 학교들이 도심으로 되돌아오는 유턴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만약 학교부지가 이미 개발된 뒤라면 학교로 되돌리고 싶어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대안 마련을 위해 ‘학교시설의 효율적 관리방안’이란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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