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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혼자 맞서기 힘든 사학비리, 제보하세요”

등록 2014-09-22 19:48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홍진희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모임 대표(왼쪽)와 정상화 운영총괄국장이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홍진희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모임 대표(왼쪽)와 정상화 운영총괄국장이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바모’ 홍진희 대표

사학비리 근절을 위한 시민모임
불이익 걱정하는 학부모들 위해
심층조사 뒤 교육청에 대리 진정
후속조치 적절한지 끝까지 감시
“사학과 교육청 유착 끊으려면
교육청간 상호 교차감사 필요”
지난 17일 오전 8시께.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정문 앞에서 몇 사람이 팻말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부당해고에 항의하는 70대 중학교 야간당직 노동자 옆에 ‘사학을 바로 세우려는 시민모임’(이하 사바모) 홍진희 대표가 보였다. 그는 ‘영훈, 대원, 우촌 비리 사학 옹호하는 조승현 감사관은 물러나라’는 말이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오늘로 피켓시위 32일째다. 조희연 교육감의 개혁정책이 제대로 시행되려면 ‘인사혁신’이 중요하다. 그동안 비리 사학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비리를 은폐하고 눈감아주는 감사를 했다. 조승현 감사관도 그 가운데 한 사람이라 물러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출범한 사바모는 사학비리 근절을 위해 노력해온 교사와 학부모 등이 모여 만든 단체다. 사학비리를 제보해 학교 쪽으로부터 면직이나 파면 등의 징계를 당하거나 암묵적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이 많다. 사바모는 사학비리 관련 제보에 대해 조사하고, 시·도 교육청 간 상호 교차 감사를 건의하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사학법 개정이 추진되도록 힘쓸 예정이다.

지난 15일 서울시청 별관에서 만난 홍 대표는 “사학비리 제보로 피해 입은 이들을 만나보니 대부분 혼자만의 싸움이라 힘들어했다. 그렇다 보니 교육 분야에서 권력이 있는 사람을 알거나 언론에 보도될 만큼 큰 사건을 제보한 게 아니면 제보는 철저히 개인이 감당할 몫이었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 역시 사학비리를 고발해 피해를 본 당사자였다. 2013년 1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아들이 영훈국제중 사회적 배려 대상자로 합격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 일이 벌어지고 홍 대표는 2009년 뒷돈을 주고 자신의 딸을 영훈국제중에 입학시켰던 사실을 고백했다. 홍씨의 ‘양심선언’ 뒤 영훈국제중 입시 비리 파문이 확산됐다.

홍 대표는 “교육청에 영훈국제중 문제로 민원을 넣은 지 30분 만에 학교운영위원장으로부터 학교 쪽에 알려졌다는 연락을 받았다. 결국 그 일로 우리 딸은 남해의 작은 고등학교로 쫓기듯 전학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그 일을 겪으며 사학비리 제보로 힘들어하는 이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민단체를 꾸렸다. 홍 대표가 학부모 대표를, 김문수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의회 대표를 맡고 있다. 김 대표는 영훈, 대원국제중 문제가 불거졌을 당시 성북구 시의원으로 활동하며 문제를 파헤치는 데 많은 노력을 했던 인물이다. 교사 대표는 사학 비리와 관련해 소송 중이라 신분을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다. 교사들은 신분상 단체 활동에 제약이 있어서 주로 홍 대표가 전면에 나서 활동하고 있다.

출범식 때 사바모는 사학비리 제보를 받아 사례를 공유하고 언론에 적극 공개한다는 뜻을 밝혔다. 출범 뒤 사립학교는 물론 공립학교에서도 제보가 들어왔다. 홍 대표는 “서울의 한 공립고, 부산 ㅎ고교와 광주에 있는 학교 등에서 제보가 들어와 내사 중”이라고 밝혔다. 또 서울 봉천동에 본교, 경기도 광주에 분교가 있는 지체장애특수학교인 새롬학교의 한 학부모가 사바모에 가입 뒤 제보를 해 곧 서울시교육청이 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사바모의 조사에 따르면 새롬학교 재단은 학교 운영은 제쳐놓고 노인요양원을 운영했고, 학교 건물을 요양원 용도로 쓴 것으로 밝혀졌다.

더 많은 사학비리 제보를 받기 위해 사바모는 얼마 전 인터넷 카페(cafe.daum.net/sabamo)를 개설했다. 카페 운영자에게 비공개로 쪽지를 남기면 네이버 밴드 ‘사학을 바로 세우는 시민모임’에도 가입되어 단체 활동을 할 수 있다. 만약 제보를 해서 불이익을 당할까봐 걱정스러울 경우에는 사바모 단체 명의로 대리 진정을 넣는다. 홍 대표는 “사바모 안에 사학비리 피해자들이 많아서 다들 관련 일 처리하는 데 전문가다.(웃음) 학교 비리 내용을 심층적으로 조사한 뒤 교육청 민원실에 진정 서류를 내고 감사관실에 통보한다. 그 뒤로 감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후속 조치는 적절한지 끝까지 감시한다”고 밝혔다.

또 사바모는 교육청이 감사를 할 때 서울시교육청과 경기도교육청, 인천시교육청 감사팀이 상호 교차 감사를 할 것을 건의했다. 이와 관련해 사바모는 현재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과 각각 논의 중이다. 홍 대표는 “비리 사학과 교육청 비리 관료와의 유착관계를 끊기 위해 상호 교차 감사가 필요하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가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중 최하위였다”며 “그만큼 그동안 비리 사학에 대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그래서 우리는 비리 감사관에 대한 제보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 사학비리가 터졌을 경우, 사학재단 운영자만 바뀔 뿐 채용 비리, 성적 조작, 재단 비리 등 유형별로 끊임없는 비리가 터지고 있다. 사학비리를 척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법은 없을까. 홍 대표는 “진정한 사학개혁을 위해서는 사학법 개정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립은 명의만 개인이지 실질적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운영하기 때문에 공립학교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사립을 개인의 사적 소유라고 생각해 현재로서는 견제장치가 없는 상태다. 교육청의 감사 결과도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채택을 안 하더라도 강제할 길이 없다. 사립도 공립과 마찬가지로 감사 및 견제를 받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글·사진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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