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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창의적 인재 목표라면서 획일화된 국정교과서 내리꽂나”

등록 2014-09-24 20:49수정 2014-09-24 22:41

<b>일반고 전성시대 어떻게…</b>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둘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일반고 전성시대’ 고등학교 교장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내 일반고 및 자율형공립고 교장 203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최근 공개된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 계획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과제를 설명하고 학교 현장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일반고 전성시대 어떻게…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오른쪽 둘째)이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일반고 전성시대’ 고등학교 교장 워크숍에서 참석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시내 일반고 및 자율형공립고 교장 203명이 참석한 이번 행사는 최근 공개된 ‘일반고 전성시대’ 기본 계획의 추진 방향과 주요 과제를 설명하고 학교 현장의 참여를 유도하려는 취지로 마련됐다.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통합사회·통합과학 국정교과서 추진 파문
교육부 ‘문·이과 통합교육’ 발표
논란일자 “정책연구진 안” 발뺌

교과서 파동 전방위로 확산 조짐
“사회과목 해석의 다양성 중요한데
학생들에 편향된 이념 심어줘”

교육계·야당 “시대 역행” 반발
한국사 국정화 수순밟기 지적도
교육부가 2018학년도부터 적용하려는 ‘2015 문·이과 통합 교육과정’의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두 과목의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념적 갈등이 큰 주제를 다룰 과목의 주요 내용을 국가가 통제하려 한다는 우려와 함께 급격한 사회 변화를 반영하려 검정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시대적·국제적 흐름에도 배치된다는 비판이 나온다. 교과서 파동이 한국사를 넘어 사회·과학 등 전방위로 확산될 조짐이다.

교육부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의 주요사항을 발표하며, 사회과 재구성 융합과목인 통합사회(지리·일반사회·윤리·역사)와 과학과 재구성 융합과목인 통합과학(물리Ⅰ·화학Ⅰ·생명과학Ⅰ·지구과학Ⅰ)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박제윤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연구진이 신설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은 일단 국정 교과서로 출발해 검정교과서로 가는 방안과 처음부터 검정교과서로 가는 두 가지 방안을 내놨다. 연구진 안을 두고 토론회를 거쳐 결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논란이 일자 교육부는 “우리 부는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방안을 전혀 검토한 바 없다”고 해명 자료를 냈다. ‘교과용도서 구분 정책연구진’이 내놓은 안이지, 교육부가 검토한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책연구진은 교육부 공모를 통해 선정되고 이들이 만든 초안을 바탕으로 교육부 주최 토론과 공청회를 거쳐 최종안이 확정된다는 점에서 교육부의 발뺌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교육부의 행태가 여론의 반응을 가늠해보려는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 꼼수로 여겨지는 이유다.

더욱이 교육부 관계자는 22일 사전설명회에서 “첫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되 차기 교육과정 교과서부터는 검정으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어떤 과목이든 처음 생기는 과목이 있으면 최초에 국정으로 하고 다음에는 검정으로 간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설명은 사실과 다르다. 2007년 도입된 통합과목인 사회와 과학은 첫 교과서부터 검인정으로 도입됐다. 더구나 한국사 교과서 이외에 세계사와 동아시아사, 경제, 정치와 법, 생활과 윤리, 윤리와 사상 등이 포함된 사회 과목은 전통적으로 이념적 논란이 한국사만큼이나 심한 과목이다.

야당과 교육계에서는 교육부의 행보를 한국사 국정화를 위한 ‘사전 정지 작업’으로 여긴다.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4일 긴급 성명을 내어 “고등학교 통합사회와 통합과학 교과서를 국정 교과서로 발행하겠다는 것은 필수과목인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화하겠다는 선전포고이며, 통합사회 국정 교과서화에 한국사까지 업혀 가려는 꼼수”라고 비판했다. 이어 “교육부는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의 국정 추진 발표를 즉각 취소해야 하며,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어떠한 형태로도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성명을 내어 “통합사회·통합과학의 국정화 추진은 한국사 국정화를 추진하려는 전략적 꼼수일 뿐”이라고 짚었다.

사회·과학 교육계도 국정 교과서 추진을 묵과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국정 교과서가 창의·융합 인재를 양성한다는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취지에 맞지 않을뿐더러, 시대에 역행하고 학생들한테 정부 입맛에 맞는 편향된 이념을 강요하는 등 부작용이 클 거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교육부가 12일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 공청회 자료집에서 제시한 ‘고교 통합사회 교육과정 내용 구성(안)’에 열거된 사회과목 융합 ‘대주제’들을 살펴보면, 정부의 ‘이념적 독점’을 막기 위해서라도 통합사회를 국정으로 발행해선 안 된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임덕준 전국도덕교사모임 회장은 “통합사회 대주제들은 보수적으로만 접근하면 엉터리 교과서가 될 요소가 많다. 한국사 교과서에서 보수세력이 보여준 억지 논리를 고려하면 통합사회 교과서도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예컨대 교육과정 내용 구성(안) 통합사회 7단원은 ‘정의와 사회 불평등’으로 ‘정의로운 사회의 조건은 무엇이며, 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가 큰 질문이다. 좋은교사운동의 김효수 ‘행복한 수업 만들기 사회교과모임’ 대표는 “정치와 법이야말로 기존 헌법소원 사례 등을 소재로 다양한 토론을 벌여 정부에 대한 비판의식과 민주시민의 자질을 키울 수 있는 과목이다. 국정 교과서를 하면 소재들이 이념적으로 한쪽에 치우칠 수 있고, 진보적 가치를 갖는 내용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합사회 6단원 ‘시장경제’에서는 국가 경제와 시장의 구실 등을 설명한다고 돼 있다. 김효수 대표는 “국정은 주류 경제, 시장 경제를 옹호하는 글 위주로 싣게 될 우려가 크다. 협동조합 운동과 사회적 기업 운동, 공정무역 같은 새롭고 다양한 사회적 흐름을 배우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국정화는 인문·사회·과학기술의 기초 소양을 기르겠다는 교육과정 개정 취지에도 배치된다. 인문·사회과학은 ‘해석의 다양성’이 중요한데 단일한 교과서는 하나의 해석을 강요하는 탓이다. 특히 교사들이 다양한 교과서에서 자료를 얻어 활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정 교과서만을 펴내고 그걸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본다면, 교과서가 성전이나 경전과 같은 텍스트가 될 위험이 높다. 융합과 통합적 사고를 촉발해야 할 통합사회 과목이 통합적 사고는커녕 교과서 내용을 암기하는 식으로 갈 것이라는 얘기다. 신성호 전국사회교사모임 부회장은 “교육부에서 선정한 몇 사람이 개발하는 국정 교과서를 전국 고교에 내리꽂는 것은 다양성을 저해한다”고 짚었다.

과학계는 엉뚱하게 ‘유탄’을 맞았다며 격앙된 반응이다. 이덕환 기초과학학회연합체 교육과정대책위원회 위원(서강대 교수)은 “통합과학을 국정으로 할 이유가 없는데 황당한 폭탄이다. 이념 논란이 있는 통합사회만 국정으로 만들 수는 없으니, 통합과학을 아무 이유 없이 끌어넣은 것”이라고 짚었다. 이 교수는 “과학은 다양한 방법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한 가지 교과서로 가르치라는 건 시대를 역행하는 폭거다.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교육부는 25일 서울교대에서 열리는 ‘2015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개정 추진에 따른 교과용 도서 구분 기준(안) 정책연구 토론회’에서 통합사회·통합과학 교과서의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발표한다. 이어 10월 중으로 한국사 및 다른 과목 교과서의 국정·검정·인정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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