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연근 교사의 대입 나침반
수시모집 원서접수 마감. 수능시험 40여일 전. 지금쯤 학교 교실은 긴장과 체념의 분위기다. 긴장 속에 나름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을 보면 대견하고, 체념하는 학생을 보면 안타깝다. 수시모집 지원에 지나치게 열정을 쏟아서일까. 다음과 같은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도 꽤 있다. 아름답게 쓴 자기소개서에 미혹되어 자신이 대단하다고 확신하며 ‘나르시시즘’에 빠진 학생. 수시모집에서 합격해야겠다는 염원이 지나쳐 수시 지원이 곧 ‘합격’이라고 ‘최면’에 걸린 학생. 수능시험은 점점 다가오고 뭔가 해야겠는데 공부는 손에 잡히지 않아 ‘공황상태’인 학생.
이런 학생들의 공통점은 무기력 상태에서 낮잠만 자거나, 막연히 수시 합격 소식만을 기대한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수능 최저학력기준이 있지 않은가. 수시모집에 불합격하면 정시모집에서라도 합격해야 하지 않겠는가. 수능시험이 얼마 안 남았다고 체념만 하지 말고, 공부에 열중하는 친구만 부러워하지 말고, 다음과 같이 계획을 세워 막바지 전력투구를 해보자.
낮잠은 금물! 조용한 밤중 공부도 조심
모든 시험이 그런 것처럼 수능시험 역시 낮에 본다. 한밤중에 공부하고 낮에 자는 습관이 있는 학생들은 몸에 밴 수면 리듬 때문에 시험 당일에도 졸 수 있다. 수능시험은 이해력과 사고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머리가 맑아야 잘 치를 수 있다. 잠결에 치른 시험에서는 아는 문제도 틀린다. 낮에 졸지 않으려면 밤에 충분히 자두는 게 좋다.
공부 시간 빼앗긴다 생각 말고 운동을
수능시험을 코앞에 두고 몸살·감기를 앓게 되면 낭패다. 독감 예방 주사를 맞고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자. 수능시험 시간은 꽤 길다. 아침 8시10분까지 시험장에 입실해 오후 5시(제2외국어 응시자)까지 시험장에 머물러야 한다. 체력을 유지하려면 몸 관리가 필요하다.
문제 통해 개념과 원리를 이해하는 공부를
어떤 수험생들은 이 시점에서 ‘요약집’을 외우거나 교과서를 정리하려고 한다. 이는 ‘암기식 공부’다. 수능시험은 특정 교과서에서 출제하지 않는다. 요약집이나 교과서를 보는 대신 수능과 70% 연계하는 교육방송(EBS) 교재를 보는 게 낫다. 영어영역은 더욱 그렇다.
학교 교실에서 수능 모의훈련식 공부를
운동선수들은 대회에 나가 최상의 기량을 발휘하기 위해 실제 경기 상황처럼 연습을 한다. 수험생들도 모의 훈련식 공부를 할 필요가 있다. 즉 1교시 국어 80분(8:40~10:00) 45문항, 2교시 수학 100분(10:30~12:10) 30문항(단답형 9문항 포함), 3교시 영어 70분(13:10~14:20) 45문항(듣기 17문항 포함), 4교시 탐구 62분(14:50~15:52, 문제지 교체 시간 2분 포함) 각 20문항씩 40문항, 5교시 제2외국어/한문 40분(16:20~17:00) 30문항을 이틀에 한 번꼴로 풀어보는 것이다.
이 공부는 가능하면 학교 교실에서 해보자. 수능시험은 학교 교실에서 치르기 때문이다. 교실에서 문제를 풀고 채점은 집에서 하자. 채점이 끝난 뒤에는 하루 종일 160문제(4개 영역)나 푼 자신을 격려하면서, 더 이상 공부는 하지 말고 일찍 잠자리에 들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면 시험 당일에도 개운한 몸과 머리로 일어날 수 있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오답노트를 작성하자
매일 문제를 풀면 좋겠지만 이는 수험생을 지치게 하는 공부다. 또 문제만 자꾸 푸는 것도 의미 없다. 중요한 것은 내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이다. 실력은 모르는 것을 알 때 향상되기 때문이다. 어제저녁에 채점해서 틀린 문제만 교실에서 한 번 더 풀고, 그래도 틀린 문제를 오답노트에 정리하자. 작성한 오답노트는 수능 시험 열흘 전, 11월1일부터 보기로 한다. 내가 모르는 것만을 정리한 이 오답노트야말로 내 약점을 보완해주는 최고의 선생님이다.
인문계 수학 진전 없다면 무리해 공부 말라
10월1일부터 시작해 10월31일까지 한 달 동안 수능 모의 훈련식 문제 풀이를 이틀에 한 번씩만 해도 엄청난 공부가 된다. 탐구과목까지 치면 160문항×15회, 총 2400문항을 푸는 셈이다. 물론 모든 수험생이 이렇게까지 많은 공부를 할 필요는 없다. 인문계열 수험생 중에서 수학 공부에 더 진전이 없는 수험생은 수학을 빼거나(자연계열은 국어) 수능 최저학력 충족 과목만 일부 해도 된다.
안연근 잠실여고 교사, 한국대학교육협의회·서울교육청 대학진학지도지원단 대표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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