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어원 밝히려 라틴어 함께쓰나…
한글단체들, 초등 한자병기 철회 촉구
한글단체들, 초등 한자병기 철회 촉구
교육부가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이상 학생들이 쓰는 교과서에 한자와 한글을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한글학회와 한글시민연대 등 우리말을 가꾸고 지켜온 시민단체들이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한글문화연대(상임대표 이건범)는 30일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 병기 정책은 한자 사교육을 부추기고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늘릴 뿐이다. 교육부가 내세우는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나 학습 부담 줄이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다”며 “당장 취소하라”고 밝혔다.
이 단체는 성명을 내어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게 되면 교사는 한자를 가르쳐야 하고 평가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낱말의 총체적인 개념을 가르칠 시간이 더 줄어든다. 유치원때부터 한자 선행학습이 불붙는 등 한자 사교육이 강화될 게 뻔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자를 꼭 병기해야 한다고 여기는 태도는 낱말 교육의 방법을 한자 풀이로 떨어뜨릴 위험이 높다”고 꼬집었다. 교과서 한자 병기 방침은 교육 질을 높이기보다는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경고다.
한자는 1970년부터 초등 교과서에서 사라졌고 중학교부터 가르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는 “초등 교과서에 한자를 없앤지 45년이 지났지만 성인세대가 낱말 뜻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한글학회(회장 김종택)도 29일 성명을 내어 “교육부는 한자 교육 과정을 강화하겠다는 교육과정을 즉각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학회는 “한자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뜻글자인 한자를 버리고 소리글자인 간체자를 쓰고 있는 현실에서 한글이라는 소리글자를 가진 우리가 한자를 힘들여 가르치고 무리하게 함께 쓰겠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고 비판했다.
학회는 또 “가장 기구한 문자생활을 하는 일본을 제외하고, 도대체 세계 어느 나라에서 두가지 이상의 글자를 섞어 쓰는 나라가 있는가”라면서 “영어도 대부분의 문화어가 고대 그리스어나 라틴어에 어원을 두고 있지만 어원을 밝히겠다고 그 문자를 병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가”라고 꼬집었다. 학회는 이어 568돌 한글날을 앞두고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자 병기정책을 즉각 멈출 것을 촉구했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 24일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을 발표하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한자를 병기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한문을 별도 과목으로 편성해 가르치거나 시험 문제로 출제하지는 않을 방침이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국어나 사회과목 등에 실릴 적정 한자 수를 400~500자가량으로 명시할 예정인데, 초등학교에서 한자를 병기하더라도 초·중·고에서 배워야 할 전체 한자 수는 지금처럼 1800자로 유지된다.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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