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교육부 요청에 법률자문
재지정평가 항목도 자치사무 인정
국회 입법조사처도 법률검토서
“교육부 훈령이 교육감 권한 침해”
‘사전동의’ 입법예고 교육부 대한
“지휘권 남용” 비판 목소리 커져
재지정평가 항목도 자치사무 인정
국회 입법조사처도 법률검토서
“교육부 훈령이 교육감 권한 침해”
‘사전동의’ 입법예고 교육부 대한
“지휘권 남용” 비판 목소리 커져
법률자문 등 국가기관에 법률서비스를 지원하는 ‘국가로펌’인 정부법무공단이 지난 7월 교육부에 ‘자율형사립고(자사고) 지정 취소는 교육청의 고유사무’이라는 취지의 법률 검토의견을 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교육부는 이런 통보를 받고도 지난달 “자사고 존폐는 국가의 사무”라며 ‘교육부 장관의 사전 동의를 얻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막으려는 조처인데, 교육부가 시·도교육청의 고유권한에 대해 위법적으로 지휘권을 남용하고 있다는 비판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유은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이런 내용을 담은 정부법무공단의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제91조의 3) 관련 법률자문’ 문서를 <한겨레>에 공개했다. 이 문서는 교육부가 “교육부 장관의 동의 없이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 취소를 강행할 때 교육부가 취할 수 있는 법률적인 조처는 무엇인지” 등을 질의한 것에 대한 법무공단의 답변이다.
법무공단은 우선 “초중등교육법에서 자사고 지정과 취소를 교육감이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분명히 했다. 또 같은 법에서는 교과용 도서 사용 등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지자체 사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자사고 학사업무와 운영은 해당사항이 아니라고 짚었다. 이를 고려하면, 자사고 지정과 지정 취소는 전국적으로 통일된 처리가 필요없는 자치사무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해석이다.
자치사무란 ‘국가로부터 간섭받지 않고 자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자체 본래의 고유사무’다. ‘국가나 상급 자치단체로부터 지방단체의 장에게 위임된 사무’인 기관위임사무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법무공단은 2013년 5월 ‘대법원 판시 기준’에 따라, 자사고 지정 취소를 지자체 자치사무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때 전국적으로 통일적인 처리가 요구되는 사무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자사고 재지정 평가 역시 교육청의 자치사무로 해석했다. 교육부가 시·도 교육청에 자사고 평가항목 등을 배포했으나, 가이드라인일 뿐 교육청이 각자 사정에 맞게 수정할 수 있다는 게 법무공단의 판단이다. 법무공단은 (서울시교육청처럼) 평가지표를 추가하고 재평가를 실시했다고 해서 교육부가 절차적 하자로 판단해 부동의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조언했다.
다만 법무공단은 자사고 지정 취소가 교육청 자치사무지만 교육부가 이를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방자치법에 자치사무가 법령을 위반할 경우 주무장관이 이를 취소하거나 시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법무공단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교육감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하려면 교육부 장관과 협의해야 한다’는 부분을 장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민영 참여연대 변호사는 “협의를 동의로 판단한 부분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지적했다. 정 변호사는 “지방자치법을 보면, 중앙정부가 지자체 자치사무에 시정명령이나 취소 및 정지처분을 내리려면 법령 위반이 있어야 한다. 교육부가 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를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협의 규정을 동의으로 해석하는 것은 자치사무의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국회 입법조사처 역시 ‘자사고 지정 협의에 관한 훈령의 상위법령 위반 논란 등에 대한 검토’에서도 교육부 훈령이 상위법령에 위배된다는 해석을 내린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협의를 사전동의나 합의로 해석한 교육부 훈령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서 교육감에게 부여한 자사고 지정 취소 권한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입법조사처는 법무법인 두 곳과 법무공단 등 세 곳에 법률자문을 요청했다. 이 가운데 법무공단을 제외한 법무법인 두 곳 모두 교육부 훈령이 상위법령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유은혜 의원은 “자사고 등을 지정하거나 취소할 때 교육부 장관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면, 초중등교육법에 배치되고 교육자치는 의미가 없어진다. 교육부가 장관 동의 절차를 의무화한 시행령 개정을 강행한다면 국회가 좌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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