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사이언스 오픈랩’에 참가한 여고생들이 숙명여대 약물대사체학 연구실에서 직접 실험에 참여하고 있다.
2014 사이언스 오픈랩
지난 4일 숙명여대 이과대학 2층 약물대사체학(장민선 교수·이과대학) 연구실은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여고생들로 가득했다. 학생들은 연구실 한쪽에서 피펫(일정량의 액체 또는 기체를 측정, 다른 용기에 추가할 수 있는 기구)을 들고 각자의 시험관에 액체를 넣었다. 연구실 한쪽 구석에서는 학생들이 질량분석기 사용법을 배우고 있었다. 학생들은 로레알코리아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이 공동 진행하는 ‘2014 사이언스 오픈랩’(이하 ‘오픈랩’)에 참여하는 중이었다.
오픈랩은 이공계 기피 현상, 여성 과학자들이 부족한 한국 사회의 현실을 고려해 여고생들이 생명과학 분야의 우수 연구실 실험을 체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15개 대학 20개 연구실에서 10월 한 달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이공계에 관심 있는 여고생을 초청해 실험을 진행한다. 프로그램 첫날인 이날, 숙명여대 장민선 교수 연구실의 연구 주제는 ‘간 대사 안정성’이었다. 이 실험은 사람이 먹은 약이 소화기관을 거쳐 간으로 이동한 뒤 간에 있는 대사효소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약효를 얼마나 남길 수 있는지 알아보는 실험이다.
경기도 시흥 매화고 1년 최지현양은 “원심분리기(원심력을 이용해 혼합물의 물질을 분리하는 기계)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았는데 오늘 사용까지 해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안산 동산고 2학년 오주희양은 “입시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잊고 있었다”며 “오픈랩을 통해 희미했던 목표가 다시 선명해졌다”고 웃었다.
오픈랩은 여성 과학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이루어진다. 훌륭한 후배들을 양성하고자 하는 여성 과학자들의 의지로 실험 경험이 별로 없는 여고생들에게도 실험실의 문이 열렸다. 여성 과학자의 길을 가고 있는 인턴·석사 및 박사과정생 등 연구 인력들도 후배들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장 교수 연구실 소속 4명의 연구 인력은 학생들과 함께 실험하는 프로그램을 짜기 위해 일주일이 넘는 시간을 꼬박 투자했다. 장 교수는 “과학자를 꿈꾸는 여학생들이 더 즐겁게 과학자의 꿈을 꿀 수 있도록 돕고 싶다”며 “그렇게 성장한 훌륭한 여성 과학자 후배들과 함께 연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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