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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한겨레·중앙일보, ‘삼척 원전 유치 찬반 투표’ 사설 비교해보기

등록 2014-10-20 20:05

지난 9일 치러진 강원도 삼척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교3동 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주민들은 투표율 67.94%에 반대 84.97%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결정했다. 삼척/글·사진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
지난 9일 치러진 강원도 삼척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반 주민투표 교3동 투표소에 시민들이 줄을 서 있다. 이날 주민들은 투표율 67.94%에 반대 84.97%로 원자력발전소 건설 반대를 결정했다. 삼척/글·사진 박승화 <한겨레21> 기자 eyeshoot@hani.co.k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김보일 배문고 국어교사
<한겨레>와 <중앙일보>가 함께 구성한 지면으로 두 언론사의 사설을 통해 중3~고2 학생 독자들의 사고력 확장에 도움이 되도록 비교분석하였습니다.

[한겨레 사설] ‘원전 반대’ 삼척 주민투표 결과 존중해야

원전 유치를 두고 벌인 강원도 삼척 시민들의 주민투표에서 84.9%라는 압도적 다수가 반대표를 던졌다. 투표율도 주민투표법이 정한 개표 요건 3분의 1을 훨씬 초과한 67.9%에 이르렀다.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의 의사가 명명백백하게 확인된 셈이다.

이번 투표는 선관위가 업무 위탁을 거부해 민간 차원에서 결성한 주민투표관리위원회와 사무국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진행했다. 대다수 주민이 자발적으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선거에 참여했다. 주민 스스로의 역량으로 주민투표를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을 부정하며 예정대로 원전 건설을 강행할 태세다. ‘원전 유치 신청 철회’는 국가사무에 해당해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는 안전행정부 유권해석을 근거로 들고 있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유권해석 자체가 잘못됐다. 원전 유치는 국가사무이기 이전에 지역 주민의 삶에 엄청난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원전 유치가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이 주민투표 대상이라는 건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산업부가 2012년 삼척 원전 건설 예정지를 고시할 때 찬성 여론의 근거로 낸 ‘원전 유치 찬성 서명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삼척시 유권자 96.9%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엔 대리서명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주소나 생년월일 등이 없는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삼척 시민들의 뜻은 이미 여러 차례 드러났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62.4%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양호 시장의 제1공약이 ‘원전 백지화’였다.

원전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뜻이 주민투표로 확인된 이상 정부가 삼척에 핵발전소 건설을 강행할 명분이 사라졌다. 주민 다수가 한사코 반대하는 곳에 정부가 기필코 원전을 지으려 한다면 엄청난 후유증만 남기고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전북 부안 방폐장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이다. 정부는 주민투표 결과를 존중하고 수용해야 한다.

[중앙일보 사설]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로 갈등 조장하는 삼척시

삼척시의 원전유치 철회 찬반 투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삼척시는 지난 9일 원전유치 여부에 대해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투표율 67.9%에 투표자의 85%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일견 주민의 절대 다수가 원전 유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쯤 되면 웬만한 시정사업이라면 철회하는 것이 마땅할 것이다.

문제는 이번 찬반 투표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따라서 원전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데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삼척시의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여론조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번 투표의 대상이 된 원전은 이미 전임 시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치를 결정한 사안이다. 또 2012년 원전건설 예정지 고시까지 마친 국가사업이기도 하다.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여론조사를 통해 철회 요구를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은 물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이런 식이라면 주민 동의를 거쳐 추진하는 어떤 국가사업도 추후에 여론이 바뀌면 얼마든지 무산될 수 있고,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이전 사업을 마구잡이로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래서야 국정의 안정성이 유지될 방법이 없다. 압도적 다수가 원전 건설을 반대하는 것으로 나온 주민투표 결과도 실은 객관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 전체 유권자가 아닌 투표 희망자들만으로 투표가 이루어져 그 결과 또한 전체 주민의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전체 유권자 수(6·4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원전유치 반대 비율은 39.8%에 불과하다. 이는 주민투표가 정치적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여론 조작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삼척시는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로 원전유치 철회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원전 건설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 만일 원전 유치를 최종적으로 철회하겠다면 그에 따른 지역의 직·간접적인 손실비용(기대이익의 상실 포함)을 주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논리 대 논리]
한겨레, 주민투표 결과 존중해야 vs 중앙,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

단계 1 공통 주제의 의미

강원도 삼척시는 지난 10월 9일 원자력발전소 유치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해 투표 참여자 2만 8867명 가운데 2만 4531명이 원전 유치에 반대한다는 결론을 얻었다. 주민의 68%가 투표에 참가해 반대표가 85%에 이르렀다. 삼척시는 시민들의 의사가 어디에 있는지를 분명히 확인한 만큼, 앞으로 청와대와 국회,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이번 주민투표 결과를 전달하고 올해 12월에 예정된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전원개발촉진예정지구 해제를 촉구할 방침이다.

하지만 원전 건설을 추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투표 이전부터 “원전 시설의 입지·건설에 관한 사항은 관련법상 국가 사무로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원전건설과 관련된 문제는 국가의 사무이므로 주민이 투표를 통해 이래라 저래라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는 말이다. 결국 산자부는 주민투표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도 “주민투표법 제7조에 따라 국가 사무인 원전 유치 신청 철회는 주민투표 대상이 아니다”며 위탁사무를 맡지 않았다. 결국 원전 찬반 주민투표는 삼척시선거관리위원회가 업무 위탁을 거부해 민간 차원에서 결성한 주민투표관리위원회와 사무국이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진행했다. 대다수 주민이 자발적으로 선거인 명부에 등록하고 선거에 참여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주민투표가 끝난 뒤에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추진하는 국가 사무에 주민 찬반투표가 이뤄져 유감”이라며 “원전 건설에 법적 하자가 없는 만큼 주민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원전이라는 국책사업을 놓고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및 지역주민이 강경한 대결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단계 2 문제 접근의 시각차

‘법에도 없는 주민투표로 갈등 조장하는 삼척시’라는 제목의 중앙일보 사설은 “이번 찬반 투표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고, 따라서 원전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데 법적 효력이 전혀 없는 삼척시의 일방적이고 임의적인 여론조사에 불과하다”고 못 박는다. 이는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입장과 궤를 같이 한다. 이와 함께 중앙일보는 “이번 투표의 대상이 된 원전은 이미 전임 시장이 적법한 절차를 거쳐 유치를 결정한 사안”이라고 규정한다. 또 2012년 원전건설 예정지 고시까지 마친 국가사업이기 때문에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가 여론조사를 통해 철회 요구를 하는 것은 정부 정책의 일관성을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미 확정된 국가사업을 지방자치단체가 투표와 같은 여론 조사를 통해 철회요구를 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일일 뿐더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에 불필요한 갈등을 조장하는 처사라는 것이 중앙의 입장이다.

중앙은 시종일관 원전 유치 철회 찬반투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논조다. 주민투표도 객관성과 대표성에 문제가 있음을 중앙은 지적한다. 투표 결과를 전체 주민의 의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앙은 “전체 유권자 수(6·4지방선거)를 기준으로 하면 원전유치 반대 비율은 39.8%에 불과하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보는 한겨레의 입장은 이와는 다르다. 한겨레는 이번 투표에 대해 “주민 스스로의 역량으로 주민투표를 민주적으로 관리하고 성공적으로 치러냈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와 지방자치의 모범 사례로 꼽을 만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아울러 산업통상자원부가 주민투표의 법 효력을 부정하며 원전건설을 강행하려는 것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특히 한겨레는 원전유치 철회가 국가사무에 해당해 주민투표대상이 아니라는 안전행정부의 유권해석이 잘못됐다고 질타한다. 주민의 건강과 생존이 달린 문제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잘못된 논리라는 게 한겨레의 주장이다.

한겨레는 2012년 삼척 원전 건설 예정지를 고시할 때 찬성 여론의 근거로 낸 ‘원전 유치 찬성 서명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삼척시 유권자 96.9%의 서명이 담긴 서명부엔 대리서명 사례가 다수 발견됐고, 주소나 생년월일 등이 없는 것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하는 대목이 그것이다. 원전 유치의 근거 자체가 불법으로 조작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겨레는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62.4%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양호 시장의 제1공약이 ‘원전 백지화’였음을 상기시키며 원전 건설 반대는 삼척 시민들의 대다수의 뜻임을 강조한다. 한겨레가 누누이 강조하는 것은 시민들의 뜻이다. 시민들의 뜻이 원전건설 반대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원전건설을 강행한다면 엄청난 후유증만 남기고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전북 부안 방폐장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음을 한겨레는 지적한다.

단계 3 시각차가 나온 배경

주민투표의 법적 근거를 문제 삼고 있는 중앙은 원전 건설을 실용적 입장에서 접근하고 있다. 국가가 기획하고 집행하려는 국가 정책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뀐다고 해서 이전 사업을 마구잡이로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이 중앙의 입장이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국가의 이익이 걸린 국책사업이 바뀔 수는 없다는 중앙의 지적은 타당하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의 바뀜은 곧 지역주민들의 의사가 변화했음을 의미한다. 한겨레는 이 점을 주목한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62.4%의 지지율로 당선된 김양호 시장의 제1공약이 ‘원전 백지화’였고, 김 시장의 당선은 곧 원전 백지화를 찬성하는 삼척 시민들의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 유치를 최종적으로 철회하겠다면 그에 따른 지역의 직·간접적인 손실비용(기대이익의 상실 포함)을 주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그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대목에서 이번 사안을 실용적으로 접근하는 중앙의 논조가 잘 드러난다. 정책의 철회에 따르는 경제적 손해를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최종 의견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겨레가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정책결정 과정의 민주성이다. 원전 유치는 국가의 사무라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산자부의 입장 자체를 한겨레는 문제 삼고 있다. 주민들의 대다수 의견을 무시한 정책, 그것도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달린 문제를 주민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결정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주장이다. 만약에라도 중앙정부가 주민들의 의견을 고려하지 않고 원전 유치를 강행한다면 커다란 사회적 갈등비용을 치러야 한다는 것이 한겨레의 입장이다.

[키워드로 보는 사설]
주민투표법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고, 주민의 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 주민투표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03년 12월 제정되었고, 2004년 7월 30일 정식으로 도입되었다.

주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거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주요결정사안으로서 그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사항이 주민투표의 대상이 된다. 그러나 법령에 위반되거나 재판중인 사항, 국가 및 다른 지방자치단체의 권한 또는 사무에 속하는 사항, 예산 및 재산관리에 관한 사항 등 주민투표에 부치기에 부적합한 사항은 대상에서 제외한다.

여기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의 사무에 속하는 일은 주민투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이다. 이 점을 들어 중앙일보는 원전유치철회 찬반 투표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나 진보시민단체의 입장은 다르다. 주민투표법이 ‘주민복리를 증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이라면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원전 유치는 당연히 주민투표법의 대상이 되어야 옳지, 어떻게 주민 투표 결과가 자문적 주민질의에 불과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추천 도서]

존 내쉬가 들려주는 의사결정이론 이야기
유소연 지음
자음과모음 펴냄, 2009년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살까, 누구를 반장으로 뽑을까, 어떤 대학을 갈까….우리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의사 결정을 한다. 개인과 집단, 사회나 국가는 끊임없이 무엇이 이익이 되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문제는 의사결정이 경제적 관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때로 의사결정은 정치적일 수도 있고, 문화적이거나 사회적일 수도 있다. 과연 여러 가지 복잡한 상황을 고려하면서 어떻게 해야 합리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최선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걸까. 이 책은 최선의 의사를 결정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실생활에 응용할 수 있는 사례를 풍성하게 들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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