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과 통폐합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고 있는 대학생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무관한 학과 통합 7년간 59건
교육부 구조조정 압박 탓
교육부 구조조정 압박 탓
사회복지학과와 토목환경공학과를 묶어 환경토목·복지 전공 신설, 화장품학과와 응용화학과를 묶어 의약계열 제약공학과 신설….
26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기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교육부한테서 ‘2008~2014년 대학 학과 통폐합 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대학들이 전혀 관련성 없는 학과를 묶어 기형적인 학과를 만들거나 신설 학과를 몇 년 뒤 폐과시키는 무리한 학과 통폐합 사례가 수두룩하다. 교육부가 재정 지원을 무기로 정원 감축을 압박하는 대학 구조조정 정책을 펴고, 대학들은 구성원들의 진로나 의견보다 실적·수치 맞추기를 앞세운 결과로 풀이된다.
지난 7년 동안 전국 4년제 대학 191곳 가운데 161곳이 학과 신설·폐지 등 학과 통폐합을 254건 했는데, 이 가운데 서로 무관한 학과·전공을 무리하게 통합한 사례가 59건으로 파악됐다.
한려대(전남 광양)는 2010년 사회복지학과에다 토목환경공학과를 묶어 환경토목·복지 전공이라는 엉뚱한 학과 전공을 만들었다. 배재대(대전)는 올해 공학 계열인 화장품학과와 응용화학과를 통합해 의약 계열인 제약공학과를 신설했다. 건양대(충남 논산)는 2012년 건축학과(공학)와 인테리어학과(예체능)를 없애고, 의료건축디자인공학과를 신설했다.
학과를 신설했다가 몇 년 뒤 폐과한 사례도 24건이나 됐다. 이명박 정부 때 유행처럼 번진 자유전공학부 폐지가 많았다. 숭실대는 2008년 이공계 자유전공학부를 신설했다가 2년 뒤 없앴고, 상명대도 2008년 신설한 자유전공학부를 2013년 폐지했다.
학과 통폐합 과정에서 폐지된 학과 120개 가운데 공학 계열이 34개로 가장 많았으나 신설된 학과도 공학 계열이 20개로 많았다. 인문 계열은 27개가 사라졌으나 신설된 학과는 8개뿐이다.
유기홍 의원은 “대학들이 무분별한 학과 통폐합을 ‘학과 특성화’ 따위로 포장하고 있다”며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정책 방향을 뿌리부터 돌리는 대책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수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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