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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시험지·진도 ‘검열’…선행학습 금지, 학교만 닦달

등록 2014-10-29 19:57수정 2014-10-30 10:37

교육당국, 학교에 서류제출 요구
정작 학원 선행학습은 손도 못대
오히려 사교육 팽창 부추기는 꼴
“대입제도 개선 등 근본적 대안을”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학습 광고판 앞을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광고판엔 ‘7세부터 9세까지 수학 교과 선행, 사고력을 한번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수지 기자
서울 노원구 중계동의 학원가에 붙어 있는 선행학습 광고판 앞을 초등학생이 지나가고 있다. 광고판엔 ‘7세부터 9세까지 수학 교과 선행, 사고력을 한번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박수지 기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학습금지법)이 지난달 12일부터 시행됐지만, 정부가 학원 선행학습은 손도 못 댄 채 애먼 학교만 닦달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29일 성명을 내어 “교육부와 교육청이 선행학습을 점검한다며 교사들한테 교과 진도표와 시험지 제출 등을 강요하고 있다. 선행학습 주범인 학원은 눈감으면서 선행학습을 하지도 않은 학교에만 번잡하고 소모적인 조처를 취하고 있다”고 밝혔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서울시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의 공문에서도 이런 사실이 확인됐다. 이 교육지원청은 17일까지 관할 지역 모든 중·고교에 중2와 고1의 수학·과학 과목 ‘2학기 중간고사 고사원안(시험지)’ 및 ‘이원목적분류표(진도표)’를 제출하도록 했다. 아울러 해당 학기 교육과정 범위를 벗어난 시험문제를 출제했는지를 확인한 ‘평가문항 점검표’도 요구했다. 선행학습금지 대상 교과는 국영수와 사회, 과학인데 교육지원청별로 일부 과목은 학교 자체적으로 점검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의 한 공립중학교 이아무개 교사는 “교육 현실과도 맞지 않는 불필요한 일을 왜 시키느냐”며 고충을 털어놨다. 대부분의 공립학교가 선행학습은커녕 정해진 진도를 맞추기도 벅찬데 무슨 선행학습 점검이냐는 얘기다. 번잡스럽기는 시·도교육청도 마찬가지다. 관내 학교에서 진도표와 시험지 등을 모두 취합해 선행 여부를 가려내야 한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는 “담당 장학사 혼자 할 수가 없어 교사들을 위촉해 점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 방침이 교사의 수업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교조는 “교사들이 지도안과 시험지를 제출하고, 이를 하나하나 검열하는 일은 전례가 없는 일이며 정상적인 학교 현장의 모습이 아니다”라고 짚었다.

선행학습금지법은 법 제정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다. 선행학습의 본거지는 사교육 시장인데, 학원은 사실상 방치하고 학교만 규제하고 있는 탓이다. 특히 대학수학능력시험 때문에 빠르면 2학년 2학기, 늦으면 3학년 1학기에 모든 진도를 마쳐야 하는 고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가짜 진도표 작성, 국·영·수 수업 확대, 교육과정 조기 편성 등 각종 편법이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안 심리가 커져 오히려 사교육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 제정에 큰 구실을 한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의 구본창 연구원은 “사교육 선행학습을 규제하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하고, 대입 제도를 개편하는 등 사교육 유발 요인을 없애는 근본적인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짚었다. 조재익 교육부 공교육진흥과장은 “아직 법 시행 초기라 교육청 및 학교 현장과 소통하며 개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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