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불꽃’이 있는 서울 대학로 연진아트홀에서 학생들이 직접 연극체험을 하고 있다. 극단 불꽃 제공
극단 ‘불꽃’의 직업·진로 멘토링
극단 ‘불꽃’이 활동하는 서울 종로구 동숭동 연진아트홀에는 유난히 청소년들이 많이 드나든다. 이곳이 직접 직업현장을 방문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서울시교육청이 지정한 ‘서울시학생배움터’ 가운데 유일한 공연예술기관이기 때문이다.
“혼자 하기 아까웠던 프로그램이에요. 단 하루를 했더라도 좋았을 것 같은데, 두달이 넘게 했으니 저는 운이 좋았죠. 배우들의 오디션을 지켜보거나, 음향 오퍼실에서 공연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체험을 해 좋았어요.”
지난 6월부터 8월까지 극단 불꽃에서 인턴십을 수행한 양우영(배화여고 3년)양은 한때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한편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도 컸다. 대학에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고민하다가 인턴십을 하던 극단의 구성원들과 진로상담을 했다. 그들의 실질적인 조언을 통해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대학 연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공연 예술 전문 경험을 쌓아 연극치료사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극단 불꽃은 2013년부터 서울시교육청뿐 아니라 노원·강동·도봉·용산·중구 등 서울 여러 지역의 진로직업센터와 함께 청소년 진로교육을 하고 있다. 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초·중·고등학교에도 공문을 보내 신청 학교에 공연 재능기부도 한다. 서울시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와도 협력해 방학기간 청소년들에게 극단에서 일할 수 있는 인턴십 기회를 주는 등 청소년 지원 사업을 폭넓게 진행한다.
극단 불꽃에서 연출을 담당하는 이양우씨는 “공연예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청소년은 많은 데 반해 이 분야의 진로 선택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분들은 교육계에 많이 부족한 실정이다. 공연예술에 대한 이해도 높이고 공연예술인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곳을 통해 직업체험을 했던 학교들은 서울에만 30개가 넘는다.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은 최대 50명. 각 학교에서는 공연예술에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을 선별해 보낸다.
초·중·고등학생 모두 극단을 찾다 보니 연령대별로 교육프로그램도 다르다. 초등학생들에게는 극장이 신기한 장소다. 처음 공연장에 방문한 아이들이 대부분이고 연극이나 뮤지컬을 접해본 경험이 없을 확률도 높다. 이런 아이들은 누구나 알고 있는 동화의 한 장면을 각색해 짧게 연기하거나, 직접 소품이나 무대 세트가 되어보는 등 ‘연극놀이’를 한다.
중·고생들에게는 ‘놀이’보다 ‘체험’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분장실·오퍼실·무대 뒤편 등 무대에 공연을 올릴 때 각 공간이 하는 역할을 배우며 공연예술분야의 다양한 진로에 대해 알게 된다. 학생들이 배우·연출·스태프로 나뉘어 멘토가 된 극단의 구성원들과 함께 극의 짧은 장면을 선정해 연기하는 기회도 있다. 공연예술 분야의 직업을 고민하는 청소년들이 직접 진로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극단 불꽃의 청소년 진로직업 체험이나 공연 재능기부에 관심이 있는 학교나 단체는 전화(02-747-1912)로 문의하면 프로그램 일정을 상의하고 신청할 수 있다.
정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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