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프렌딩 사무실에서 ‘청소년이 희망이다’라는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한 백두원 대표.
‘프렌딩’ 백두원 대표
지난 10월15일부터 서울 충암중학교에서는 ‘프렌딩스쿨’이라는 특별한 방과후수업이 열리고 있다. 프렌딩스쿨의 1기 학생들은 학교 안팎에서 이른바 ‘가해자·문제아’로 낙인찍혔던 서부경찰서 관내 중학생 30명. 이들은 오는 12월 말까지 77일간 주 1회 학교 수업이 끝난 오후 4시 반 충암중에 모여 희망멘토의 특강을 듣는다. 희망멘토로 참여하는 담임교사들은 개그맨 홍인규·윤형빈, 방송인 서두원, 가수 김장훈 등 학생들에게 친숙한 연예인들이다. 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 야구팀 소속 개그맨 20여명을 비롯해 연예인들이 담임교사로 참여하는 이 학교는 다문화 청소년 대상 교육지원 사업을 지원하는 ‘행복문화인’, 서울 서부경찰서와 충암중학교 그리고 비영리민간단체 ‘프렌딩’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내 최초 민·관·학 합동 청소년 교육개선 프로젝트인 ‘프렌딩스쿨’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놓은 사람은 프렌딩의 백두원 대표다. 지난 10월27일, 서울 여의도 프렌딩 사무실에서 만난 백 대표는 “문제 어른이 있을 뿐 문제 아이는 없다”는 이야기부터 꺼냈다. 폭력을 쓴 청소년 뒤에는 폭력을 보여준 어른이 있다는 뜻이다.
“우리가 흔히 ‘문제아’라고 부르는 학교폭력 가해자 등 문제행동을 하는 청소년들에게 모두 아픔이 있습니다. 아픔을 준 건 어른들이고요. 폭력이며 일탈행동은 모두 어른에게서 배운 거죠. 그런 뜻에서 학교폭력의 가해 청소년이건, 피해 청소년이건 모두 피해자입니다. 결국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용서를 빌어야죠.”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하는 프렌딩의 이름은 친구를 뜻하는 영어 프렌드(friend)와 학생들을 일컫는 은어 ‘초·중·고딩’에 붙는 ‘딩’의 합성어다. 백 대표는 학교폭력 가해 청소년들을 ‘질풍노도의 청개구리’라고 불렀다. 자신이 받은 상처를 회복하는 올바른 방법을 몰라 헤맬 뿐, 언제든 희망을 품고 건강하게 삶을 개척할 수 있는 존재라는 뜻이 담긴 일종의 애칭이다.
프렌딩 대표를 맡기 전에도 백 대표는 나눔과 관련한 일을 줄곧 해왔다. 1994년 ‘참빛’이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백혈 소아암 돕기, 소년소녀가장 지원 사업을 시작했던 게 출발이었다. 2002년에는 천사운동본부를 만들었다. 본부에서 활동하며 ‘온 국민이 나눔 실천하는 날’인 ‘천사데이’(10월4일)를 만들기도 했다. 나눔을 통해 약자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일을 계속하다가 한국의 청소년들이 하루에 한 명꼴로 자살을 한다는 절망적인 뉴스를 접했다. 이 일을 계기로 2012년 말 학생들이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는 학교 문화를 만들어주자는 뜻에서 ‘학교문화연구소’를 설립했다. 2013년 초 경북 경산에서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고등학생 최아무개군의 이야기도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 뒤 2013년 초, 연구소 이름을 바꿔 프렌딩을 열었다.
청소년 자살 뉴스 접한 뒤로
학교문화 개선 돕는 단체 만들어
문제 학생 치유하는 방과후학교 개교
김장훈 등 연예인 20여명 교사로 참여
운동회·음반제작도 함께 할 계획 백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어도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의미도, 효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프렌딩스쿨에 연예인들을 교사로 초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들 앞에 담임교사로 나선 이 연예인들은 방황했던 청소년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소개하고, 전하고픈 삶의 가치 등을 나눈다.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젠 백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백 대표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창을 보여주면서 “이번 프렌딩스쿨에 참여한 학생 중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고 싶단 아이가 있어 박지성 선수의 에이전트를 소개해줬는데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뿌듯해했다. 백 대표는 인터뷰 도중 책상 위에 놓여있던 10㎝ 정도 두께의 책을 펼쳤다. 책갈피 사이에 온갖 모양의 낙엽이 끼워져 있었다. 프렌딩스쿨의 청개구리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편지를 쓰려고 모아둔 것이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에게는 어른들이 준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고 어른들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특히 ‘청개구리’들에게는 더 그렇죠. 그들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이 나쁘단 건 압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돕고, 어른들을 용서하는 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를 주는 거죠.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건강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용서를 빌어요” 프렌딩(www.friending.or.kr)은 딱딱한 학교 시보(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연예인들의 목소리로 바꾸는 ‘시보교체사업’, ‘청개구리 장학사업’, ‘문화체험 힐링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프렌딩스쿨’을 거친 아이들에게 가사를 쓰게 해 노래를 만들고, ‘스타와 함께하는 청개구리 운동회’도 개최할 생각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프렌딩을 돕는 기업들이 있지만 워낙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어 재원이 늘 부족하다. 백 대표는 학교폭력·왕따문제를 해결해 행복한 학교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기업들의 지원을 기다린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학교문화 개선 돕는 단체 만들어
문제 학생 치유하는 방과후학교 개교
김장훈 등 연예인 20여명 교사로 참여
운동회·음반제작도 함께 할 계획 백 대표는 “아무리 좋은 의도가 있어도 청소년들이 흥미를 느끼지 못하면 의미도, 효과도 없다”고 강조했다. 프로그램을 만들 때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말이다. 프렌딩스쿨에 연예인들을 교사로 초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학생들 앞에 담임교사로 나선 이 연예인들은 방황했던 청소년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소개하고, 전하고픈 삶의 가치 등을 나눈다. 현장에서 다양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나면서 이젠 백 대표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백 대표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창을 보여주면서 “이번 프렌딩스쿨에 참여한 학생 중 스포츠 에이전트가 되고 싶단 아이가 있어 박지성 선수의 에이전트를 소개해줬는데 엄마와 아이가 함께 고맙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며 뿌듯해했다. 백 대표는 인터뷰 도중 책상 위에 놓여있던 10㎝ 정도 두께의 책을 펼쳤다. 책갈피 사이에 온갖 모양의 낙엽이 끼워져 있었다. 프렌딩스쿨의 청개구리 한 명 한 명에게 직접 편지를 쓰려고 모아둔 것이다. “아이들에게 ‘너희들에게는 어른들이 준 상처를 스스로 극복하고 어른들을 용서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특히 ‘청개구리’들에게는 더 그렇죠. 그들도 다른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이 나쁘단 건 압니다. 그들이 자신들이 괴롭혔던 친구들에게 사과하는 것을 돕고, 어른들을 용서하는 법도 알려줘야 합니다. 진정한 ‘자유’를 주는 거죠. 저는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행복을 건강하게 추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서 용서를 빌어요” 프렌딩(www.friending.or.kr)은 딱딱한 학교 시보(시간을 알리는 종소리)를 연예인들의 목소리로 바꾸는 ‘시보교체사업’, ‘청개구리 장학사업’, ‘문화체험 힐링캠프’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한다. ‘프렌딩스쿨’을 거친 아이들에게 가사를 쓰게 해 노래를 만들고, ‘스타와 함께하는 청개구리 운동회’도 개최할 생각이다. 우리은행을 비롯해 프렌딩을 돕는 기업들이 있지만 워낙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어 재원이 늘 부족하다. 백 대표는 학교폭력·왕따문제를 해결해 행복한 학교 문화를 함께 만들어갈 기업들의 지원을 기다린다. 글·사진 정유미 기자 ymi.j@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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