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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수업거부·수사촉구·노조 파업·감사 촉구…청주대 ‘사면초가’

등록 2014-11-07 17:39

청주대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청주대 학생 2천~3천여명은 7일 오후 3시50분께부터 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로 청주지검 앞에서 김윤배 총장 관련 의혹의 수사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학교에서 출발해 8~9㎞를 걸어서 청주지검 앞에 도착했다.

이들은 집회에서 김 총장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요구했다. 유지상 총학생회장은 “검찰은 김 총장 관련 각종 비리 의혹에 대해 남김없이 수사해 달라. 학생들은 대학 정상화를 위해 수업거부까지 하며 김 총장 퇴진을 외치고 있지만 김 총장은 대답조차 없다. 수업이 소중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학생들이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학 정상화를 위해 끝까지 힘을 모아 나가겠다. 도와달라”고 밝혔다.

학생·교수·노조·동문 등으로 이뤄진 청주대학교 정상화를 위한 범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8일 김 총장 등이 2006∼2013년 재단(청석학원)이 부담해야 할 60여건의 법무·노무 관련 비용 등 12억원 이상을 교비로 지출한 의혹 등을 담은 고발장을 청주지검에 제출했다. 앞서 지난 9월에는 김 총장 등이 김 총장의 아버지인 고 김준철 전 총장의 장례비 1억4천만원을 교비로 지출한 의혹도 제기했다. 학생들은 4시20분께 집회를 마친 뒤 다시 걸어서 학교로 돌아갔다. 이날 청주대 교수회, 노조 등 5명은 김 총장 퇴진을 촉구하는 뜻에서 삭발을 하기도 했다.

총장 퇴진과 학교 정상화를 외치며 학생들이 수업거부에 나섰지만 김 총장은 아직 답이 없다. 지난 3일 전교생 1만2천여명 가운데 7800명이 투표에 참여해 6605명(77.6%)의 찬성으로 수업거부를 가결한 학생들은 이튿날부터 수업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학교엔 강의실에서 꺼낸 책·걸상이 거대한 산처럼 쌓여있다.

학교 쪽은 학생들의 수업거부를 ‘수업 방해 행위’로 규정했다. 학교는 4일 보도자료를 내어, “4주 이상 결석하면 학점을 받을 수 없고 이로 인해 유급 또는 졸업 불가나 장학금 수혜상 불이익 결정이 학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학생들의 뜻은 충분히 표현됐으니 수업은 참여하면서 주장을 펴는 것이 현명하다”고 밝혔다. 다음날엔 수업 방해 행위라며 한발 더 나갔다. 학교 쪽은 5일 낸 보도자료에서 “정당한 수업거부가 아니라 책상과 의자로 강의실을 막고 수업을 들으려는 학생을 돌려보내는 수업 방해 행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수업거부 명목 하에 벌이고 있는 수업방해 행위는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전직 교수 모임이 사태 진정을 위해 성명을 냈지만 오히려 기름을 부은 꼴이 되고 있다.

학생들이 수업거부에 나서자 ‘청주대학교를 사랑하는 전 청주대학교 교수모임’이 5일 성명서를 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2002년 김윤배 총장은 설립자 후손으로서 중부권 최고 명문 대학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밤낮가리지 않고 최선을 다했지만 부분적으로 과도 있었다. 하지만 대학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국제적으로 좋은 평가가 잇따르는 등 대학을 발전시켰다”며 김 총장의 업적을 조목조목 열거했다. 또 “총장은 현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철저한 혁신과 반성으로 학교를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김 총장 퇴진을 바라는 학생 등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들은 “대학이 자구책을 발표하고 비상혁신위원회를 구성했지만 교수·학생·노조·동문회 등이 거부하고 총장 퇴진을 위한 집단·물리적 행동으로 학내·외에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학생들은 수업권을 침해하는 수업거부까지 감행하고 있다. 6·25전란에도 강의는 중단하지 않았다”며 학생 등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이들의 성명을 두고 ‘대필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파문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청주대 범비상대책위원회는 5일 보도자료를 내어, “이 성명은 김 총장의 책임을 호도하고 있다. 김 총장의 무능과 독선으로 청주대 문제가 발생했지만 글은 오히려 김 총장을 칭송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학생·교수·직원·동문에게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글은 학교에서 작성한 것을 실체도 없는 전 교수모임이 동의하여 배포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모임은 김 총장의 허수아비 역을 위해 급조됐으며, 글의 내용도 김 총장의 뜻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대필 의혹’까지 제기하며 개입 인사들의 실명을 거론했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글을 쓴 것으로 지목된 ㄱ 전 교수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글은 얼마 전 모인 전 교수들의 뜻을 모아 쓴 것이다. 모두 함께 쓴 것으로 보면 된다. 글을 정리한 뒤 대학을 통해 배포했다”고 말했다. 이상철 청주대 대외협력팀장은 “퇴직 교수들이 학교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글을 썼다며 사무처장이 파일을 건네 대외협력실을 통해 배포한 것이다. 학교에서 글을 쓴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팀장의 말에 따라 <한겨레>는 전 교수 모임에서 파일을 받았다는 사무처장에게 수차례 전화를 했지만 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김 총장의 잠행이 길어지면서 학교는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김 총장은 지난달 16일 학생들과 면담 과정에서 병원에 실려간 이후 학교에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사이 보직을 지닌 교무위원 17명 가운데 12명이 보직 사퇴서를 제출하면서 공식적인 교무회의 또한 열리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한 학교 관계자는 “학교에서 공식 교무회의는 열리지 않고 있지만 학사 업무를 위한 결재는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학생 등의 압력 때문에 사퇴서를 제출하긴 했지만 학사 업무 관련 사인은 한다. 사퇴 수리도 안 됐으니 어쩔 수 없다”라고 말했다.

학생들의 수업거부에 이어 5일 직원 노조와 학교 청소노동자까지 파업을 결의했으며, 교수회는 교육부에 청주대 특별 감사를 요청했다.

오윤주 기자 sting@hani.c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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