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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설립자는 횡령·교육부는 뒷짐…서남대, 갈 길 먼 ‘정상화’

등록 2014-11-16 20:42수정 2014-11-17 13:36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에 서남대 로고 조형물이 있다. 뒤편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흉상과 선서가 있다.
서남대 의대 건물 현관에 서남대 로고 조형물이 있다. 뒤편에는 히포크라테스의 흉상과 선서가 있다.
부실대학 지정 등 위기 속 변화 노력
교육부, 올해 임시이사·총장 선임 뒤
의대 신입 모집 정지…이중적 태도

지난 10일 전북 남원시 춘향로에 있는 서남대 남원캠퍼스. 의학부, 보건학부 등이 있는 이 캠퍼스 곳곳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어 가을 정취를 물씬 풍겼다. 하지만 학기 중인 평일인데도 오가는 학생들이 많지 않아 한산했다. 학생회관 건물은 공사를 하다가 중단됐고 일부 건물 내부는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공사장 같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1991년 개교한 이 대학에는 ‘대학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도서관이 없다. 도서관용으로 지은 5층 건물이 기울어져 준공 허가를 받지 못해 10년째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 학교 한 의대생(본과 1년)은 “우리 대학교는 도서관이 없으니 정상적인 상아탑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교수들도 피해자다. 서남대 교수들은 지난 4월부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12년 12월 서남대 설립자 이홍하씨가 900억원이 넘는 교비 횡령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뒤 학교가 존폐 갈림길에 서게 된 ‘서남대 사태’가 터졌다. 교육부가 서남대를 특별감사해, 교비 횡령, 전임교원 허위 임용, 임상실습학점 이수 기준시간 미충족 의대생에게 학점·학위 부여 등 불법·편법 학교운영을 적발했다.

서남대 구성원들은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은 이홍하씨를 학교 문제의 근본 원인으로 꼽는다. 이씨는 서남대 등 5개 대학과 3개 고등학교를 세웠다. 이씨는 대학에 투자를 하지 않았고 학생들이 낸 대학 등록금을 빼돌려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14일 대학알리미 정보공시를 보면, 이씨가 세운 서남대와 한려대, 신경대의 등록금 의존율은 각각 80.46%, 76.5%, 80.82%인 반면 법인전입금은 서남대와 신경대에는 한푼도 없었다.

교육부는 지난 8월 내년도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 19개교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이씨가 설립한 4곳(서남대, 신경대, 한려대, 광양보건대)이 들어갔다. 이 4개 대학은 학자금대출제한과 경영부실 대학으로 동시에 지정됐다.

학교 승소…교육부 항소 ‘소송전’
학부모 “문제 방치한 교육부도 책임”

폐교 얘기까지 나오던 서남대가 새 이사진이 구성되고, 새 총장이 취임하는 등 최근 학교 정상화의 물꼬를 트고 있다. 지난 7월 교육부는 서남학원의 임원취임 승인과 관련한 소송에서 이겼다. 옛 재단의 이사를 몰아내고 학생·교직원들의 바람대로 새 관선이사를 파견해 정상화를 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새 임시이사 8명을 선임했다. 서남대교수협의회는 “올해 초 교수 57명의 재임용이 거부되는 등 이홍하씨를 추종하는 세력들이 학교에서 전횡을 일삼고 있는데, 학교 정상화를 위해 임시이사 선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새 임시이사회는 지난달 정치인 출신 김경안(58) 총장을 새로 뽑았다. 그런데 교육부가 혼란을 부추기는 결정을 했다. 새 임시이사를 통보한 지 일주일 만인 9월2일 ‘서남대 얼굴’인 의예과의 내년도 입학정원 100% 모집정지처분을 내렸다. “서남대에 실습 전임교원 부족과 실습교육 예산 편성 미흡 등의 시정을 요구했으나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를 놓고 서남대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서남대 의대를 폐쇄하려는 것 아니냐”는 말이 돌았다.

서남대교수협의회는 “지난 8월26일 교육부가 새 임시이사회를 결정하며 서남대의 정상화를 기대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1주일 만에 의대 신입생 모집을 못하게 하는 것은 이중적인 태도”라며 반발했다. 10월31일 내년도 의예과 모집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대학 쪽이 승소해 내년 의예과 신입생을 모집할 수 있게 됐다. 재판부는 항소심 판결 때까지 모집정지처분 집행을 정지시켰다. 교육부는 지난 12일 항소했다. 교육부는 “시정명령에 대한 적법성 여부를 다투려고 항소했다. 입시가 진행된 뒤 판결이 나오면, 모집한 학생들에 대해서는 법률 자문을 받아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영호 부총장은 “교육부가 학교 정상화 명분인 새 임시이사 파견과, 학교를 압박하는 내년도 의예과 신입생 모집정지라는 서로 상반된 조치를 1주일 간격을 두고 내렸다”고 지적했다. 진건이(본과 2년) 의대 학생회장은 “이런 과정에서 사학비리 주범인 이씨를 처벌해야 하는 본질이 흐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한 의대생 학부모는 “서남대 사태의 가장 큰 책임자는 이홍하씨지만, 다음 책임자는 교육부다. 학교의 문제점을 파악하지 못하고 20년 이상 방치했고 문제점을 파악한 뒤에도 뒷짐을 지고 있다가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서남대 구성원들은 자금력이 튼튼한 새 재단을 원한다. 한 교수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새 총장과 이사회가 건전한 투자자를 물색하기를 구성원들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학생과 교직원, 지역사회의 생각이 다르다. 서정섭 교수협의회 회장은 “남원·순창·장수·구례·함양 등 주변 지리산권에는 대학이 없으므로 어려움을 극복하고 서남대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원시와 남원시의회는 서남대를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기대하고 학교 정상화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와 달리 일부 의대생 학부모들은 “의대 교육여건이 엉망이므로 다른 대학 의대로 편입이라도 할 수 있게 폐과를 원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서남대 남원캠퍼스의 존치 명분으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내세우지만 10여년 전부터 아산캠퍼스로 학생 상당수가 옮겼고, 의대생들도 본과 2학년부터는 전주예수병원에서 실습하기 때문에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서남대가 일단 폐교 위기에서 벗어나지만,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였다. 이 대학 심정은 부총학생회장도 “한번에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본다. 큰 상처가 아무는 데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말했다.

남원/글·사진 박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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