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17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입시전문업체 메가스터디가 연 ‘2015 대입 지원전략 설명회’를 들으려고 길게 줄을 서 있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교육단체들, 대대적 개편 촉구
교육방송 연계 출제 방식 도입 뒤
학교 현장에서 교재 풀이에만 집중
“학생부 전형 지속적으로 확대를”
교육방송 연계 출제 방식 도입 뒤
학교 현장에서 교재 풀이에만 집중
“학생부 전형 지속적으로 확대를”
2년 연속 ‘출제 오류’ 논란으로 신뢰도가 크게 훼손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 입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국가시험이지만 해마다 전 영역, 전 과목 문항을 ‘무오류’로 내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수능의 영향력이나 중요도를 낮추고 절대평가화와 자격고사화를 추진할 시점이 됐다는 문제 제기다.
■ ‘오류 방지 대책’ 2주 만에 또 오류
김성훈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지난달 31일 2014학년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사태와 관련해 뒤늦은 ‘대국민 사과’를 했다. 평가원은 이때 수능 출제 시 ‘영역 내 검토→영역 교차검토→최종 전체 상호검토’로 오류 확인 절차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수능 오류 재발 방지 대책’이 나온 지 13일 만에 치러진 2015학년도 수능에서 또다시 영어 25번(홀수형) 등이 오류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하병수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변인은 과목별 문제와 다섯개 보기 등 수천개를 오류 없이 출제하는 일은 매우 어렵다고 지적했다. 하 대변인은 “우리나라는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이 지나치게 커 오류가 발생하면 논란이 유별나다”며 “수능의 영향력과 변별력을 낮추는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수능 탓에 고교 교육과정도 파행
수능은 암기 위주 학력고사를 대신해 1994학년도 대입부터 도입됐다. 논리력과 통합적 사고력 측정을 표방했으나, 지금의 수능은 매년 60만명이 넘는 수험생을 최단시간에 줄세우는 오지선다형 객관식 시험으로 변모했다. 수험생들은 흥미·적성이나 진로 대신 고득점이 가능한 과목을 위주로 시험 과목을 선택한다. 고교 교실은 수능 출제 과목과 비출제 과목으로 나뉘어 국영수 중심 교육이 이뤄진다. 교사들의 교육 활동도 수능 고득점을 위한 지식주입형·문제풀이형 수업에 최적화됐다.
특히 정부가 사교육 부담 완화를 명분으로 ‘<교육방송>(EBS) 연계 출제 방식’을 도입하자 고교 교실이 교육방송 교재 풀이 현장으로 변질됐다. 유성룡 1318대학진학연구소 소장은 “교육방송 연계는 범교과형 시험이라는 수능 취지에 맞지 않고 사교육을 잡지도 못했다”고 평했다.
■ 수능 자격고사화·학생부 전형 확대를
교육현장에서는 수능이 창의성과 인성을 중시하는 사회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교육적 효용성이 사실상 끝났다는 진단도 내놓는다. 상대평가의 한계를 드러낸 수능을 절대평가화해 자격고사로 바꾸고, 대학 수학능력 유무만 ‘통과(Pass) 또는 낙제(Fail)’로 나누자는 지적이다.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는 “미미한 수능 개편으로는 학생들의 꿈과 끼를 키우는 행복교육을 구현할 수 없다”며 대대적인 수능 개혁을 촉구했다. 교사연대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 따라 2021년부터 새로운 대입전형제도가 도입되니, 이때부터 수능을 자격고사로 전환하자고 제안했다. 아울러 고교 교육을 정상화하려면 학생부 종합전형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병수 전교조 대변인은 “수능 자격고사화는 10여년 전부터 제기됐다. 하지만 대학서열화가 공고한 상태에서 수능이 자격고사화되면 본고사가 부활할 수 있으니,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 등 대학서열화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들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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