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사회 교육

수능 생명과학 8번, 학회 “복수정답 인정해야”

등록 2014-11-19 23:23

미생물 젖당분해 문제 검토한
학회 세곳중 두곳 “오류” 의견
평가원, 24일 최종 정답 발표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이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8번 문항’의 출제 오류 여부를 자문한 학회 세 곳 가운데 적어도 두 곳에서 출제 오류를 인정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평가원이 심의를 거쳐 24일 최종 정답을 발표할 예정인데, 영어 영역 25번(홀수형)과 마찬가지로 ‘출제 오류 및 복수 정답 인정’ 쪽으로 결론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졌다.

평가원이 자문한 세 학회 중 한 곳인 생화학분자생명학회는 19일 평가원에 “생명과학Ⅱ 8번 문항에 오류가 있으며, 복수 정답을 인정해야 한다”고 회신했다. 문항 검토에 참여한 이 학회 학술위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10여명의 교수가 열띤 토론을 거쳐 평가원의 답(4번 ㄱ·ㄴ) 이외에 2번(ㄴ)도 답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은 “논란이 되고 있는 ‘ㄱ 지문’이 100% 참이라는 의견을 낸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고 전했다.

평가원은 이밖에 한국미생물학회와 이름이 확인되지 않은 학회 한 곳에 더 자문했다. 한국미생물학회 노정혜 수석부회장(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은 “정답이 2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나머지 학회 한 곳은 평가원의 답을 인정하는 취지의 회신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확한 회신 내용은 확인되지 않았다.

문제가 된 8번 문항은 미생물 대장균이 먹이인 젖당이 주어졌을 때 에너지원을 얻으려 젖당을 분해하는 대사 활동을 어떻게 벌이느냐를 묻는다. 논란의 핵심은, 문항의 ‘보기’ 설명에서 “젖당이 있을 때 야생형 대장균에서 아르엔에이(RNA) 중합효소는 ㉠에 결합한다”는 설명이 옳은지 판단하라는 것이다. 문항에서 제시된 그림에서 ㉠이 디엔에이(DNA) 염기서열 중 어떤 부위인지는 수험생한테 제시하지 않았다.

이 문항의 내용은 <생명과학Ⅱ> 교과서에 유전자 발현의 조절(특히 ‘오페론 학설’)을 설명하는 대목에 자세히 서술돼 있다. 교과서를 보면, ㉠은 젖당 분해 효소 등을 만드는 구조유전자의 작동을 억제하는 ‘조절유전자’로 이해된다. “젖당이 있을 때”의 교과서 설명을 보면, 구조유전자가 조절유전자의 억제 단백질에서 벗어나 젖당 분해 효소 등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이와 관련한 아르엔에이 중합효소가 ‘프로모터’라는 부위에 결합한다. 즉, 아르엔에이 중합효소는 ㉠(조절유전자)이 아닌 ㉡(프로모터)에 결합하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런 교과서 내용을 근거로 볼 때 8번 문항에 제시된 보기 ㄱ이 틀린 설명인데도 평가원이 옳은 설명으로 처리했다며 항의하고 있다.

교과서와 문항을 살펴본 복수의 국내외 생명과학자들은 <한겨레>에 “교과서의 설명은 옳고 이를 바탕으로 출제한 문항에서 보기 ㄱ의 설명은 틀린 것으로 보인다”며 “출제 과정에서 ㉠과 ㉡이 뒤바뀌는 오타 실수가 빚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현재 생물학 지식으로 보면,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해 디엔에이 정보를 전사하는 기능의 아르엔에이 중합효소가 ‘조절유전자(㉠)의 프로모터’에도 결합하지만, 오페론 학설을 묻는 이 문항에선 조절유전자보다 ‘구조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한다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출제 오류로 볼 수 없다는 견해도 있다. 한 고교 생물교사는 “젖당이 있거나 없거나 중합효소는 조절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하니까, 젖당이 있을 때 ‘㉠에만 결합한다’면 틀린 설명이지만 ‘㉠에 결합한다’고 말하면 틀리지 않은 설명”이라며 “오페론 부분만 볼 게 아니라 전반의 지식을 묻는 문제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오페론 학설을 다룬 문제에서 ㉡ 부위에 관한 설명을 보기로 제시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런 점에서 함정이 있는 문제로 여겨진다”며 “좋은 문제는 아니지만 오류는 아니다”라고 짚었다.

전정윤 오철우 기자 ggu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사회 많이 보는 기사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1.

전광훈 ‘지갑’ 6개 벌리고 극우집회…“연금 100만원 줍니다”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2.

하늘이 영정 쓰다듬으며 “보고 싶어”…아빠는 부탁이 있습니다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3.

‘윤석열 복귀’에 100만원 건 석동현…“이기든 지든 내겠다”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4.

검찰, 김정숙 여사 ‘외유성 출장’ 허위 유포 배현진 불기소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5.

‘장원영’이 꿈이던 하늘양 빈소에 아이브 근조화환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