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폭력’을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제공
‘학교 폭력’이 정말 줄고 있을까? 교육부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올해 하반기에도 학교폭력이 지속적인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서는 현실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통계 오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과 공동으로 전국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434만여명을 대상으로 9월15일~10월24일 실시한 ‘2014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27일 발표했다.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학교폭력 피해를 경험한 적이 있다는 학생(피해응답률)은 4만8000명(1.2%)으로 올해 1차 조사(3월23일~4월20일) 때보다 0.2%포인트 줄었다. 피해 유형별로는 언어폭력이 35.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집단따돌림(16.8%), 폭행(11.8%), 스토킹(10.1%), 사이버 괴롭힘(9.9%), 금품갈취(7.6%)가 뒤를 이었다. 첫 실태조사인 2012년 1차 때와 피해응답률(12.3%)을 비교해보면,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11.1%포인트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다. 교육부 담당자는 “2011년 말 대구에서 학교폭력에 의한 자살 사건이 잇따랐고, 그 뒤 정부와 관계부처 및 시·도교육청, 단위 학교가 학교폭력 예방에 역량을 집중한 결과”라고 풀이했다.
교사와 학교폭력 전문가들의 분석은 다르다. 유성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 정책국장은 “실태조사 참여율이 학교 평가 항목에 들어간다. 교사들이 교내 컴퓨터실에서 학생들을 조사에 참여시키는데, 피해 학생이 가해 학생을 옆에 두고 솔직하게 신고할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학교 내 폭력을 연구하는 교사 단체인 ‘따돌림사회연구모임’(따사모)의 김경욱 대표는 “사회의 폭력 총량은 줄지 않았는데 학교폭력만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 현상”이라고 짚었다. 학교폭력 117신고와 학생부 기재 등 정부가 강경 조처를 내놓은 이후 학교 폭력 가해자와 피해자가 이민과 대안학교 전학, 자퇴 등 빠르게 ‘학교 밖’으로 분산돼 ‘학교 안 폭력’이 줄어든 것처럼 보인다는 지적이다. 김 대표는 “신고를 해봐야 일만 복잡해질 뿐 달라지는 건 없다고 느낀 학생들이 실태조사 때 제대로 응답하지 않아 나온 결과로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전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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