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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교육

“마음속 간직했던 내 꿈 이야기 만나보세요”

등록 2014-12-01 20:13수정 2014-12-02 08:21

지난 22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청소년 행복올림피아드’에서 김영선(서울사대부중)군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한교육실천모임 제공
지난 22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2014 대한민국청소년 행복올림피아드’에서 김영선(서울사대부중)군이 자신의 꿈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행복한교육실천모임 제공
청소년 행복올림피아드 현장
청소년에게 ‘꿈’ ‘행복’ 의미 뭘까
10계명·UCC 등 780여개 작품 발표
운동선수·시계장인 등 꿈 펼치며
좌절 에피소드 털어놓기도
서로의 미래 응원했던 한마당
마블코믹스의 영웅 캐릭터들이 지구를 지키려고 적과 싸운다는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어벤저스>의 토니 스타크. 그는 우연히 길을 걷다 ‘행복&꿈 동아리’ 모집공고를 본다. 그는 팀 동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팀원들은 다함께 동아리에 가입한다. 동아리 지도를 맡은 차형욱 교사는 동아리원이 된 이들의 평소 꿈에 대한 생각들을 접한다.

“토니: 적과 싸우는 영웅의 삶을 멈추고 싶어요. 이 무거운 슈트도 싫어요.”

“스파이더맨: 저도 마찬가지예요. 이젠 거미, 거미줄 다 싫어요.”

“토르: 우리 모두 새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저는 망치보단 칼이 더 좋아요.”

차 교사는 이들에게 “꿈과 행복은 매우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며 “꿈이 있어야 행복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각자가 원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후 팀원들은 스스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나섰다. 토니는 스피드레이서가 됐다. 스파이더맨은 딱풀회사에 취직했다. 토르는 닌자가 됐다. 손에는 망치 대신 칼을 들었다. 변화된 삶에 만족해하는 이들의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동아리 회원 수는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

차형욱(서울 여의도초4)군이 만든 ‘행복 유시시(UCC)’ 내용이다. 차군은 평소 모아둔 슈퍼히어로 레고 피규어를 사진으로 찍어 이어붙이고 대사와 음악도 직접 작업해 넣었다. 차군은 ‘어벤저스-뉴 라이프’라고 이름 붙인 이 작품을 ‘2014 대한민국청소년 행복올림피아드’에서 발표했다.

“내 꿈은 교사다. 유시시에서 꿈을 위해 노력하는 영웅들은 ‘현재의 나’를, 이들을 돕는 동아리 선생님은 ‘미래의 나’를 뜻한다. 나는 ‘꿈을 갖는 자가 진정한 길을 가는 자’라고 생각한다. 누구든 꿈을 품고 노력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길이 보일 거라 믿는다. 학생들의 ‘꿈 찾기’를 돕는 교사가 되고 싶다.”

지난 22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2014 대한민국청소년 행복올림피아드’(국립중앙과학관, ㈔행복한교육실천모임 주최)가 열렸다. 올해로 3회째인 이번 행사에선 학생들이 직접 만든 ‘행복 10계명’과 ‘행복 유시시(UCC)’, ‘꿈 프레젠테이션’ 분야에서 총 780여개의 작품이 출품됐다. 행복한교육실천모임 김시용 대표(중동고 교사)는 “일회성 행사로 보이지만 학생들이 작품을 준비하면서 자신의 꿈과 희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는 소중한 기회가 됐을 것”이라고 했다.

“행복올림피아드는 입시나 성적에 도움이 된다거나 뛰어난 실력을 겨루는 경쟁형 대회가 아니다. 학생들이 서로의 꿈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자리다. 교사들은 이 자리에 참석해 학생들의 고민이 뭔지 듣고, 학생들이 어떤 꿈을 꾸는지도 알 수 있다.”

이날 행사장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행복 10계명’도 전시됐다. 서울 구룡중 이승주양의 작품. 최화진 기자
이날 행사장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행복 10계명’도 전시됐다. 서울 구룡중 이승주양의 작품. 최화진 기자
200여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서는 본선에 진출한 열두 팀의 발표가 이어졌다. 학생들은 많은 사람들 앞에서 긴장했는지 쭈뼛거리면서도 꿋꿋이 할 말을 다 했다. 학생들 사례는 각기 달랐지만 내용 면에서 공통점도 있었다. 대부분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고 꿈을 가졌다. 또 주변의 반대에 부닥치거나 도전에 실패하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다.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도 비슷했다.

류도훈(용인대덕초 6)군은 이용대 선수를 보면서 배드민턴 선수를 꿈꿨다. 주변에서는 너무 늦었다며 만류했다. 류군은 “좌절하려는 순간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이대로 포기하기는 싫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고등학교 때 뒤늦게 축구를 시작해 국가대표로 맹활약을 펼쳤던 곽태휘 선수가 떠올랐다. 지금 나에겐 꾸준한 배드민턴 연습도 중요하지만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얘기했다.

행사에는 서울소년원이 운영하는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도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수감된 지 1년 정도 된 이들은 가정 불화로 소년원에 들어오기까지의 과정과 학교에서 마술을 배우며 마음을 다잡고 꿈도 생겼다는 내용을 발표했다.

문아무개군은 “소년원은 교도소가 아니라 교육으로 학생들을 교화시키는 게 목적인 곳”이라며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고 내가 그곳에서 배운 마술을 보여주고 싶어서 참석했다”고 말했다. 공마술을 보여준 김아무개군은 마술기법을 터득하기 위해 밥 먹는 시간을 빼고 계속 연습했다. 김군의 손가락은 대부분 바깥쪽으로 휘어 있었다. 그는 “대인 기피증처럼 남들 앞에 나서지도 못하고 말도 잘 못했다”며 “무대 경험을 쌓으면서 대인 기피증도 많이 극복됐고, 자존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두 학생은 동아인제대학 마술학과에 합격해 내년부터 다닐 예정이다.

서울에서 남편과 함께 온 김명숙(49)씨는 “고봉중·고등학교 학생들의 발표와 마술쇼가 감명 깊었다”며 “아이들 스스로 본인의 꿈을 이야기하며 희망을 봤으리라 믿는다. 몇 년 뒤 그들이 진짜 바라는 대로 꿈이 다 이뤄질 거 같아서 가슴이 따뜻해졌다”고 밝혔다.

학생들이 만든 ‘행복 10계명’ 중에는 재치 넘치는 문구가 많았다. 특히 공부뿐 아니라 연애나 일상생활에 관련된 생생한 내용을 적은 이승주(서울 구룡중 1)양의 작품은 눈에 띄었다. ‘사랑, 연애 공부하면(공부로 배우려 하면) 늦는다’, ‘육류는 지금 실컷 먹어둬라, 고딩 때(먹으)면 살찐다’, ‘팔팔할 땐 지금뿐이다, 열심히 즐겨라’ 등 현실적이면서도 웃음을 자아내는 내용이었다.

허윤서(서울 덕수중2)양은 “행복 10계명 내용도 재밌었고 학생들 발표 중 프로파일러나 시계장인 등 내가 모르는 꿈을 적은 친구들도 있어서 신기했다”며 “나는 아직 무엇을 하고 싶은지 정하지 못했다. 꿈이 생기면 뭐든 적극적으로 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영선(서울사대부중 3)군은 지금은 고인이 된 가수 김광석과 그룹 거북이의 터틀맨을 보고 가수의 꿈을 키웠다. 오디션에 연달아 떨어졌지만 지금도 보컬트레이닝을 받으며 노력하고 있다. 그는 발표 뒤 즉석에서 가수 이문세의 ‘빗속에서’를 불러 갈채를 받기도 했다.

“김광석씨 ‘일어나’라는 노래에 보면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이란 내용의 가사가 나와요. 전 거듭 실패를 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알게 됐어요. 그 부분을 보완해 다시 당당히 도전할 겁니다. 여러분도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포기하지 말고 될 때까지 해보세요.”

최화진 기자 lotus57@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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